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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 기업 전무 미키 김의 21세기 육아법

글 이진수 기자

입력 2021.10.12 10:30:01

SNS에 올린 결혼·육아 글로 수많은 팬을 확보하며 공감을 사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의 미키 김 전무. 아이와 함께 생활 규칙을 만들고, 팝 음악을 공유하며, 주식 투자를 연습한다는 그의 교육 철학에 관하여.
외부 노출을 꺼리던 과거와 달리, 요즘 기업의 CEO나 임원들은 커리어 조언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SNS를 통해 팔로어들과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IT 기업의 아시아 태평양 총괄 전무인 미키 김(45·김현유)도 그중 하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하스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거쳐 현재 하드웨어 분야의 사업 제휴, 사업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그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각종 기업, 학교 강연은 물론 tvN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스타특강쇼’, MBC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 등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최근에는 구독자 1백14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조승연 작가와 세계 역사·문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MMM(Manners Maketh Man)’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인플루언서 활동을 활발히 이어올 수 있는 것은 오래전부터 운영해온 그의 SNS 덕분. 미키 김은 연세대학교 사학과 졸업 후 삼성전자 해외영업팀에서 경력을 쌓다가 미국행을 결심하고 2007~2008년 블로그에 유학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MBA 유학을 희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이름을 알렸고, 2012년에는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책 ‘꿈을 설계하는 힘’(위즈덤하우스)을 출간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미키 김은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그의 글과 이야기 주제는 달라졌다. 시대에 맞게 블로그에서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으로 글을 쓰는 플랫폼도 변했다. 그는 SNS에 직장 생활·영어 회화 팁, 패션, 술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공유하는데 팔로어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가 되는 건 #미키김결혼육아글이다. ‘결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되는 것이 아닌, 서로를 함께 서포트해주는 동반자를 만나는 과정’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은 2천5백93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참 귀감이 되는 말씀이십니다” “진짜 너무 멋지십니다. 미키 김 같은 가정과 커리어를 꾸리는 게 저의 꿈입니다”라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미키 김의 현실 육아는 어떨지 직접 들어보기 위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자택을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 17년 차인 미키 김 전무 부부.

결혼 17년 차인 미키 김 전무 부부.

요즘 인플루언서·인싸 임원으로 불리고 계세요. 소감이 어떠세요.

너무 좋아요. 요즘에는 어느 회사 누구였다가 막상 은퇴하고 나면 너무 존재감이 없다고 느껴져요. “옛날에 어느 회사 누구셨어”는 아무도 관심 없죠. 커리어를 빌드해 나가는 과정에서 개인 브랜딩은 꼭 생각해야 할 점인 것 같아요. 대표적인 인물이 시니어 유튜버 ‘밀라논나’고요.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아왔기에 아는 것도 많고 다음 세대에게 해줄 얘기도 굉장히 다양하고, 그런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계시잖아요. 때마침 그걸 담을 수 있는 플랫폼도 많아졌고요. 저도 이런 개인 활동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시대를 잘 타고났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아이 독립심 돕는 생활 규칙 중요해

JTBC 예능 ‘비정상회담’ 146회 출연.

JTBC 예능 ‘비정상회담’ 146회 출연.

조승연 작가와 함께하는 MMM 콘텐츠.

조승연 작가와 함께하는 MMM 콘텐츠.

미키 김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결혼 육아 글.

미키 김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결혼 육아 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 2014년 아시아 지사로 발령받아 한국에 오신 걸로 알고 있어요. 아이 교육 문제로 미국 이민을 선택하는 부모도 많은데, 한국행이 고민되지는 않았나요.

저희 커리어가 먼저지 아이의 교육 환경이 중요한 이슈는 아니었어요. 당시 아내도 미국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둘 다 비슷한 타이밍에 “한국에 들어가서 일하면 어떻겠냐”라는 회사 제안을 받고 한국에 오게 됐죠. 주변에서 보면 종종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면 더 좋다는 환상이 있는 것 같은데, 외국은 교육비가 너무 비싸요. 사립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국공립학교도 학군이 좋은 곳은 집값이 엄청나죠. 또 미국에 살면 영어는 잘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한국말은 잘 못하죠.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서 “어디가 더 좋다, 어디가 더 안 좋다”고 단정지어 말하기 쉽지 않아요.

딸은 어떤 아이인가요. 전무님을 닮아 똑 부러질 것 같아요.

열한 살인데 자기주장도 강하고 똘똘한 친구예요. 성격은 확실히 저를 많이 닮았어요. ‘어디 가서든지 밥은 벌어먹고 살겠다’ 생각은 들어요(웃음).



평소 아내와 육아 분담은 어떻게 하나요.

저희 둘 다 일을 하기 때문에 육아 담당은 따로 없고요. 제가 반 이상을 한다고 자부해요. 지금 재택근무를 해서 더 그렇고요. 아이 학교 일 챙겨주고, 자기 전에 잠자리 봐주고, 놀아주고 하는 것들은 기본적으로는 제가 해요. 보통 아이들이 “뭐 어디에 있지?”라며 물건을 찾을 때 엄마를 부르곤 하잖아요. 저희 딸은 아빠를 먼저 찾는답니다.

두 분의 육아 가치관은 어떠세요. 보통 엄마가 알아서 하고 아빠가 따라가거나, 아빠가 무관심한 경우도 많잖아요.

저희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로 키우려고 노력해요. 부모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한다고 아이가 달라지지 않고, 그런 게 부모 역할이라고 여기지도 않고요. 부모는 인생의 플랫폼을 잘 만들어줄 뿐이죠. 뭘 만들어갈지는 본인이 선택하는 거고요. 유튜브도 플랫폼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시니어·장난감 리뷰 크리에이터 등이 나온 거지 유튜브가 “이거 하세요” “이거 좋아요”라고 일일이 알려준 건 아니잖아요.

독립적인 육아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네요.

그래서 아이가 어릴 때부터 규칙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미국 친구들을 보면 아이를 혼자 재우더라고요. 저희도 아이가 4개월 때부터 수면 훈련을 시켜서 잘 시간 되면 침대에 눕히고 “잘 자” 하며 불을 끄고 나왔어요.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저희 집에 온 손님이 놀랐던 게 기억나네요. 잘 시간이 되면 알람이 딱 울려요. 어른들이 놀고 있더라도 아이가 혼자 샤워하고 잘 준비를 하고 와서 “아빠 다 했어요” 하거든요. 그럼 저는 뽀뽀하고 이불 덮어주고 나오죠. 아이 나이에 맞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가족 규칙이 있다고요.

네. 아이가 크니까 미디어에 노출되기 시작했어요. 개인 번호는 없지만 자기 기기가 있어서 유튜브도 보고 게임도 해요. “이거 봐라, 저거 봐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하루에 볼 수 있는 시간과 규칙은 정해놨어요. 정한 시간 외에 추가 시간을 받고 싶으면 주어진 일을 해야 해요. 예를 들어 식기세척기에서 그릇들을 꺼내 정리해놓고, 본인 숙제하는 건 아이의 역할이에요. 그걸 안하면 기기를 쓸 수 있는 추가 시간 30분을 못 받아요. 할 일 다 하고 와서 “아빠 이거 다 했어” 하면 “오케이” 30분이 추가되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해놓으면 “이거 왜 안 하냐” 잔소리할 필요가 없어요.

아이들은 절제가 쉽지 않은데, 어릴 때부터 규칙을 잘 지켰나요.

유치원 때는 “뽀로로 보려면 책 몇 권을 읽어야 해” 하는 식으로 규칙을 만들었어요. 나이에 따라서 규칙을 진화시켜야지 안 그러면 아이의 생각이 너무 커버려서 통제가 안 돼요. 밥 먹을 때는 영상을 절대 못 보고요. 한국에서 식당 가면 아이에게 만화를 틀어주잖아요. 개인적으로 진짜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규칙을 통해서 아이의 습관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습관을 아주 망치는 행동이에요. ‘밥 먹을 때는 가족끼리 얘기하기’처럼 규칙을 잘 정해서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칼같이 지키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부모의 역할은 올바른 판단할 수 있는 플랫폼 만들어 주는 것

딸 방에 서 있는 친구 같은 아빠 미키 김.

딸 방에 서 있는 친구 같은 아빠 미키 김.

한국은 유치원 때부터 사교육 열성이잖아요. ‘학원 뺑뺑이’라고 해서 학교 끝나면 엄마가 픽업해서 학원 데려다주는 게 일상이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것보다 부모가 사회 일원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이에게 훨씬 더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외국 기업과 일을 하셨던 어머니를 보면서 ‘나도 글로벌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그래서 MBA를 대학교 때부터 준비했고요. 어머니의 영향이 아니었다면 그런 세상은 전혀 모르고 있었을 거예요.

딸아이의 꿈은 뭔가요.

아직 어려서인지 “반려견 카페 주인이 되고 싶다”고 해요. 반려동물 동반 빵집 같은 거요. “다 좋은데 너 그거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해. 무슨 돈으로 할 건데?” “개발자가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 그런 대화를 딸아이와 종종 나눠요(웃음).

한국의 대기업과 많은 인재들이 모이는 글로벌 IT 기업을 두루 경험하셨는데, 앞으로의 세대에게 필요한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어떤 소양과 마인드를 갖춰야 할지요.

자신의 목표가 정해지면 주인 의식을 갖고 스스로 방법을 찾으면서 일하는 인재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시켜서 혹은 정해줘서 일하는 사람 말고요. 이걸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고 하는데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인드죠. 주인 의식과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면서 일하기 때문에 업무를 재밌게 할뿐더러 성과도 따라와 긍정적인 선순환이 되더라고요. 그래야 커리어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거 같아요. 어떤 문제가 생겨도 불평보다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요.

작년에 아이에게 주식 투자에 대해 알려주셨다고요.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니까 개념은 설명해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기업에 투자를 할 수 있다. 기업에 돈을 넣고, 그 기업이 잘되면 가치가 올라간다”고 얘기해줬더니 어느 정도 이해를 하더라고요. “네가 모은 돈이 있으니 이걸로 우리가 투자를 해보자” 해서 펀드에 들어 있던 세뱃돈을 다 뺐죠. 그리고 “네가 생각하기에 앞으로 잘될 것 같은 회사들을 아빠랑 얘기하자”고 했어요. 구글, 애플, 디즈니 3개가 나오더라고요. 구글이 제일 처음 나왔고, 주위에서 다 아이폰을 쓰니까 애플이 잘될 것 같다 하더라고요. 디즈니 콘텐츠를 자주 봐서 그다음은 디즈니. 세뱃돈을 세 곳에 다 넣었죠. 1년 됐는데 벌써 수익률이 50%가 넘었어요. 올해 받은 세뱃돈으로 넷플릭스도 추가로 넣었고요. 장기 투자에 대한 습관을 길러주면 나중에 아이한테 큰 도움이 되잖아요. 꾸준히 모아서 ‘대학 등록금은 아이가 투자한 돈으로 내기’가 목표예요.

요즘 딸아이와 나누는 가장 열띤 대화 주제는 뭔가요.

팝 컬처요. 제가 어릴 때는 부모님이랑 같은 문화를 교류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시대가 달라져서 제가 듣는 노래와 딸이 듣는 노래가 같아요. 일단 BTS가 큰 중심에 있어요. 3월에 나온 저스틴 비버의 신곡 ‘Peaches’는 제가 먼저 딸한테 알려줬고, “가사 중에 이런 건 나쁜 말이야”하면서 대화 했죠. ‘나쁜 말 나오니까 듣지 마’가 아니라 알려주는 거예요.

전무님이 생각하는 지금 시대의 부모의 역할이란 무엇일까요.

가치관과 아이의 플랫폼을 잘 만들어주는 거예요. 판단은 본인이 하는 거지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잘 만들어주는 게 부모 역할이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부모의 자아실현은 부모가 하는 거죠. 저는 “내가 꿈이 있었는데, 너 낳아서 키우느라고 못 이뤘어”가 자녀한테 하는 최악의 말인 것 같아요. 아무 잘못 없는 아이 탓을 하는 거잖아요. 옛날에는 그런 부모님들이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부모로서 계획은 아이랑 계속 친구 같은 관계로 지내는 거고, 개인으로서는 개인 브랜드의 시대이므로 회사 일과 더불어 조승연 작가와 진행하는 MMM 유튜브를 열심히 하려고요. 시작이 좋거든요.

사진제공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 ‘JTBC Entertainment’ 캡처 인스타그램



여성동아 2021년 10월 6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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