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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투자 달인 최민에게 배우는 진짜 돈 공부

글 강현숙 기자

2021. 09. 27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감정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손실을 만회하려다가, 대박 신화를 쫓다가 늪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카이스트에서 수학을 전공한 최민 씨는 데이터 기반 투자법인 퀀트 투자의 달인. 1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인기 유튜버이기도 한 그녀로부터 돈 공부 기본 로드맵을 들었다.

남들 다 한다는 주식은 잘 모르겠고, 통장 잔고를 보니 한숨만 나온다면? ‘늦었다고 생각한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라는 말처럼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재테크 기본을 차근차근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종잣돈이 쌓이고, 투자의 기본기를 익히며 돈 불리는 재미도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경제 유튜버 최민(30) 씨는 2018년 12월부터 유튜브 채널 ‘챔CHAM, 돈 공부방’을 통해 주식을 비롯한 여러 재테크 교육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닉네임인 ‘챔’은 이름인 최민을 축약한 것. 카이스트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녀는 서울대 산업공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수재로, 지금은 서울대에서 금융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연구를 하며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신한금융투자에서 4년간 퀀트 애널리스트로 일했으며, 2016년 한국경제 베스트 애널리스트 투표에서 퀀트 부문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퀀트 투자는 사람의 판단을 최소화하는 대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최 씨는 학부 시절부터 쌓아온 금융 지식과 증권사에서 일하며 터득한 실전 업무 경험을 토대로 쉽고 명쾌하게 재테크 정보를 강의한다. 그녀가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들은 누적 조회수 4백만이 넘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얼마 전에는 그간의 재테크 노하우를 엮어 ‘한 달 배워 평생 써먹는 진짜 돈 공부’(더퀘스트)를 펴냈다. 최민을 직접 만나 재테크 초보를 위한 알짜배기 정보를 들어보았다.

한때 ‘묻지마 투자’가 유행이었는데, 요즘엔 공부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책도 그런 맥락에서 출간하셨을 텐데요. 특히 어떤 부분에 방점을 두셨나요.

살면서 한 번쯤 만나고 추천받는 여러 금융 상품들을 개괄적으로 정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책을 쓰게 됐어요. 생각보다 많은 지인들이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이 상품 어떠세요?”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일단 잘 모르지만 가입하고 나서 나중에 저한테 어떤 상품인지 묻더라고요. 우리 모두 자라면서 금융 상품이나 투자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잖아요. 스스로 공부해 소중한 돈을 잘 굴려보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한 재테크 입문 서적이라고 보시면 될 듯해요.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1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갖고 있을 만큼 인기예요.

퇴사 후 재테크와 주식 관련 강의를 하게 됐는데, 이를 영상으로 찍어 올리면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제가 유튜브에 뛰어들던 2018년만 해도 재테크와 금융 분야를 다루는 분들이 많지 않았어요. 운이 좋아서인지 많은 구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죠. 제 채널에서 가장 인기를 모은 시리즈는 ETF(상장지수펀드)를 다룬 콘텐츠예요. ETF 투자를 할 때 알아야 할 기본 개념부터 투자법, 추적 오차, 괴리율 같은 용어를 설명하는 콘텐츠가 많은 사랑을 받았지요. 유튜브에서도 공개했는데, 제가 지금 임신 중이라(웃음) 앞으로는 아이 경제 교육이나 원래 제 전공 분야인 ‘퀀트 및 인공지능 투자’와 관련된 내용들도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재테크는 마라톤,
서두르지 말고 몰빵 하지 않기

카이스트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애널리스트로 일하셨어요. 어릴 적부터 재테크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았나요.

어릴 때는 불릴 수 있는 종잣돈이 적다 보니 재테크보다는 높은 연봉을 받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전공을 살릴 수 있으면서 빨리 많은 돈을 버는 금융권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게 됐지요. 처음엔 애널리스트 업무로 주식을 분석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점점 쌓이는 자산을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식은 물론 여러 자산으로 범주를 넓혀가며 투자 분석을 취미 삼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제가 분석하고 공부한 것들을 영상과 책으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 더더욱 재미있고 보람을 느껴요.



챔 님의 재테크 기본 원칙이 궁금해요.

조급해하지 말기와 몰빵 하지 않기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현금 가치가 뚝뚝 하락하는 시기에는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 등 뭐라도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에 합리적인 결정을 못 내릴 수 있거든요. 저 역시도 자꾸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기본으로 돌아가 수입과 지출 관리, 저축 계획 등을 되짚어보며 ‘이번 사이클을 놓쳐도 다음을 기약하면 되니까 패닉 바잉이나 패닉 셀을 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졌어요. 또 분산 투자는 정말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해 꼭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한 곳에 모든 돈을 투자한다면 상황에 따라 수익률은 극대화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재테크는 평생을 달려가야 하는 마라톤이니 욕심 부리지 말고 원칙을 지키며 투자하려고 합니다.

현재 챔 님의 재테크 포트폴리오 구성은 어떤가요.

대학 다닐 때부터 소소하게 주식 투자를 했고, 취업을 하고 난 뒤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처음엔 종잣돈이 적어 주식과 ETF를 통해서 투자를 했고, 현재는 부동산, 연금, 국내 및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어요. 부동산 비중이 60~70% 정도 되고, 남은 돈은 분산해서 연금(ETF), 국내외 주식 4~5개 정도에 투자하고 있지요. 예적금은 하지 않고 전체 자산의 5~10% 정도를 급한 일이 있을 때 언제든 쓸 수 있도록 증권사 CMA 통장에 넣어둡니다.

가장 성공한 투자와 실패한 투자는요.

제가 직접 아이디어를 얻어서 발굴한 종목으로 수익을 낼 때 특히 기분이 좋아요. 책에서 언급한 JYP 주식의 경우 2017년 여름 걸 그룹 트와이스가 일본 진출을 발표한 걸 보고 투자를 결심했어요. 일본 진출을 발표했을 때 매수한 주식을 돔(일본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공연장) 투어 발표가 났을 때 매도하기로 계획을 세웠죠. 주가는 기업의 뉴스를 먼저 반영해 움직이므로 실제로 공연이 끝나고 그 수익이 회사의 재무제표에 찍히는 시점이 아닌, 공연 발표를 기준으로 삼은 거예요. 실제로 JYP의 주가는 돔 투어를 발표한 2018년 10월이 고점이었고, 2019년 내내 그리고 2020년 초까지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근래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제작사와 식자재 새벽배송 업체에 투자해 괜찮은 수익을 올렸어요. 실패한 투자는, 2016년 일명 ‘사과폰’ 부품 회사에 투자했다가 그 주식이랑 사랑에 빠져 이성적인 판단을 잃고 손절을 못했던 거예요. 몇 번의 이상 징후가 있었는데도, 워낙 공부를 열심히 했고 어느 정도 수익이 났던 종목이라 “우리 애가 그럴 리가 없어요” 하는 부모처럼 정상적인 판단을 못 했지요. 투자할 때는 항상 냉정하게, 자신이 이 투자의 좋은 점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경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재테크를 위해서는 종잣돈 마련이 기본인데, 어떻게 모으는 게 효과적일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많이 벌고 적게 쓰면 됩니다(웃음). 특히 요즘은 투잡 전성시대라고 불릴 만큼 본업 외에도 자신의 취미나 장기를 살려 부업으로 추가 수입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네이버 마켓 또는 자신의 경험을 콘텐츠화해서 PDF 전자책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등 방법도 다양하지요. 저도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추가 수입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거든요.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많이 만들어놓고, 지출 관리를 위해서는 가계부 리스트에서 고정 지출과 변동 지출을 분류한 뒤 규모가 큰 지출부터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점검해보도록 하세요. 또 매월 지출 규모가 들쑥날쑥인 것도 좋지 않으니, 월별로 지출 차이가 크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꼭 확인해보도록 하고요.

종잣돈을 모았더라도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지 기회를 포착하기가 쉽지 않아요.

주식 투자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돼요. ‘최근 뭐가 핫하지?’ ‘나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주로 어디에 돈을 쓰지?’ 생각해보는 것이죠.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이나 황금시간대에 광고하는 제품들을 잘 살펴보고 제조, 유통 관련 회사를 꾸준히 찾아보세요. 제가 괜찮은 수익을 올렸던 식자재 새벽배송 업체를 예로 들면, 가장 먼저 마켓컬리가 떠올랐지만 상장 주식이 아니었어요. 다른 식자재 배송 업체를 찾아보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유명하지 않아도 투자 가능한 상장 주식이거나, 유저들의 평이 좋은 곳들이 있더라고요. 이런 업체들은 좋은 투자 선택지가 될 수 있지요. 핫한 아이템을 구체적인 회사로 연결하는 연습을 할 때는 새벽배송, 마켓컬리에 ‘관련주’라는 키워드를 붙여서 검색해보면 좀 더 수월하게 리서치할 수 있습니다.

주식, 펀드, ETF 등 투자처가 많은데 실패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곳을 고르는 요령이 있나요.

실패하지 않고 얻는 건 없는 듯해요. 사실 실패해봐야 나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다양한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투자를 하되, 실패 비용을 줄이려면 투자금은 월급 이하의 소액으로 시작하세요. 그래야 투자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멘털 관리가 되는 것 같아요. 최악의 상황에서 투자한 금액이 반토막이 나더라도 한 달 열심히 일하면 복구될 수 있는 돈이니까요. 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면 본업을 하면서도 내내 신경이 쓰일 테고, 결국 일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잖아요.

요즘 챔 님이 특히 눈여겨보는 투자처나 상품은요.

원래 제 전문 분야인 퀀트 투자 전략들을 코인 시장에 적용해보거나 부동산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전체 자산 중 위험 자산에 투자한 비중이 90%에 육박하니 주식은 배당주 위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배당주에 관심 있는 경우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개설해 투자하면 이자와 배당에 대해 일정 금액의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어요. 보통은 배당주의 배당금을 받을 때 세금 15.4%를 내야 하는데, 중개형 ISA를 트고 이 계좌 내에서 주식 투자를 하면 배당금 2백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요. 2백만원이 넘어가는 금액도 9.9%로 분리과세가 되고요. 또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 중 ‘코덱스 S&P 500’이나 ‘킨덱스 미국 나스닥 100’처럼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ETF는 수익금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중개형 ISA로 투자하면 세금이 없습니다. 포털이나 유튜브에 ‘중개형 ISA’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설명 콘텐츠가 많으니 꼭 찾아보고 공부하길 추천해요.

투자처를 고른 뒤에는 매매 시점도 고민되잖아요. 책에서는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은 사고파는 매매 타이밍을 분산하는 거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분할 매수, 적립식 매수가 초보 투자자에게 중요한 이유가 궁금해요.

초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투자 멘털 관리예요. 결국은 우상향하는 주식이나 투자처라도 사이사이 구간에는 등락을 거듭하는데, 처음에 자신이 가진 투자금을 모두 쏟아부으면 주가가 하락했을 때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성급한 판단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어떤 종목에 총 100을 투자한다고 생각했다면 우선 20% 정도 금액으로 진입하고 이후 공부를 더 한 뒤 확신이 들면 2~3번으로 나눠 추가 매수를 하는 편이에요. 이렇게 나눠서 매수하는 게 어렵고 귀찮은 사람들은 ‘적금 붓듯이 ETF 투자하기’도 괜찮은 방법인 듯해요. 저는 예적금을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매월 적금을 50만원씩 붓는 것보다 그 금액만큼 국가 전체에 투자하는 ETF를 사 모으는 게 중장기적으로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책을 읽다 보니 ‘행동노트’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행동노트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요.

유튜브나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건, 가장 중요한 ‘실행’은 강의를 들은 후 개개인에게 달려 있다는 점이었어요. 제가 일일이 구독자나 사람들을 코치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막 취업한 동생에게 코치해줬던 내용들을 행동노트로 만들어서 이번 책에 주 차별로 정리해 넣었어요. 재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행이 아닐까요. 실행하고자 하는 행동들을 정리하고 그 액션을 다 따라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린이 주부나 사회 초년생 등 재테크 초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여러분이 꼭 주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여러 재테크 콘텐츠를 통해 기본 지식을 익히고 소액으로 투자를 해봤는데 자신과 맞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투입하는 게 맞으니까요. 일례로 주식 대신 ETF, 펀드 같은 간접 상품에 분산 투자해 자금을 굴릴 수도 있어요. 또 투자 공부보다는, 그림 실력이 뛰어나다면 이를 활용한 부업을 통해 추가 수입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게 나을 수도 있죠.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이제 조만간 엄마가 되시잖아요. 아이가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을 시키라고 하는데, 챔 님은 어떻게 할 계획인지 궁금해요.

경제 교육은 물론이고 아이가 스무 살 이후에는 자립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실질적인 종잣돈을 마련해주고 싶어요. 미성년자일 때는 10년마다 2천만원씩, 성인이 된 이후에는 5천만원까지 비과세로 증여해줄 수 있어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20년이라는 시간이 있으니까 이 돈이 복리로 불어나도록 투자 계획을 세워줄 거예요. 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경제 교육을 시켜 아이가 중학생이 됐을 때 나름대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책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와 유튜브 ‘세금 내는 아이들’ 등을 참고해 저만의 경제 교육과 관련된 커리큘럼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꿈꾸는 미래 모습은요.

일단 연말에 무사히 출산하는 일이 가장 중요할 듯해요. 거창한 목표나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엄마가 돼서도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경제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투자 공부를 하고, 연구를 열심히 해서 박사 과정까지 잘 마치면 좋겠어요.

사진 지호영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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