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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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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닮은 배우 전지현

글 이현준 기자

2021. 10. 27

전지현이 한 번도 예쁘지 않았던 적은 없지만 요즘 들어 아름다움의 깊이가 더해졌다는 생각이다. 그녀가 보내는 일상, 느끼는 행복, 일에 대한 고민과 책임감이 묻어난 덕분일 것이다. 독보적인 오라를 뿜어내는 전지현이 드라마 ‘지리산’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처음 봤을 때 참 털털하다고 생각했어요.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라고 느꼈죠. 그런데 종종 ‘암살’ ‘베를린’에서의 모습도 보이거든요. 그때의 눈빛을 보면 ‘킹덤 : 아신전’이 생각나요. 스펙트럼이 정말 넓은 배우예요.”

7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 아신전(이하 ‘아신전’)’이 공개된 직후 김은희 작가는 아신 역을 맡은 배우 전지현(40)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1세기 한국에서 독보적인 여배우를 꼽으라면 전지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로 스타덤에 오른 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긴 생머리에 늘씬한 키와 팔다리, 청순한 얼굴. 마치 순정 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에 악동처럼 톡톡 튀는 반전 매력까지. ‘엽기적인 그녀’ 속 전지현의 매력은 대중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전지현’이라는 이름은 미녀의 새로운 정의로 여겨졌고 그녀가 CF 모델이 된 브랜드의 매출은 수직 상승했다. ‘전지현식 영화’ ‘전지현식 캐릭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길 만큼 그녀의 위상은 ‘시대의 아이콘’이나 다름없었다.

부침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녀에게 족쇄로 작용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엽기적인 그녀’였다. 이미지가 고착화된 탓에 영화 ‘4인용 식탁’(2003)에서의 연기 변신은 호응을 얻지 못했고 다음 해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에선 “엽기적인 그녀 2탄” “자기 복제”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영화 ‘데이지’(2006)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 등 차기작에서의 연이은 흥행 실패에 연기력 논란이 일었고 ‘CF 스타’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이 시기는 전지현에게도 아픈 시간이었다. 전지현은 2009년 한 인터뷰에서 “2002년 대종상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때만 해도 여배우로서 한 살 한 살 살아가는 삶이 너무 아름답고 기대됐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CF 스타’ ‘연기력 부족’이라고 한다. 이럴 때면 정말 무너지는 기분”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전지현은 영화 ‘블러드’(2009)를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전지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모두 버리고 하얀 종이가 돼서 떠났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흥행 참패. 전지현의 암흑기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지현은 영화 ‘도둑들’(2012)을 통해 천만 관객을 달성, 보란 듯이 부활했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3)와 ‘푸른 바다의 전설’(2016)을 통해 ‘전지현식 캐릭터’의 건재함을 알렸다. 과거에 비해 그녀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캐릭터의 확장성에 있다. 영화 ‘베를린’(2013)과 ‘암살’(2015)에 이어 최근 작품 ‘아신전’을 흥행시키며 전지현은 더 이상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와 같은 캐릭터가 아니어도 스스로를 빛낼 수 있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엉뚱하고 정의롭고 강인한 배우

전지현의 차기작은 tvN 드라마 ‘지리산’이다. 안방극장 복귀는 ‘푸른 바다의 전설’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지리산’은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 서이강(전지현)과 말 못 할 비밀을 가진 신입 레인저 강현조(주지훈)가 지리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집필했다. 전지현과 김은희 작가는 ‘아신전’과 ‘지리산’으로 연이어 함께하게 됐다.

10월 13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지리산’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김은희 작가, 배우 전지현·주지훈·오정세·조한철 등이 참석했다. 동료들이 말하는 전지현은 변함없는 ‘섭외 1순위’이자 ‘스타의 스타’였다. 김은희 작가는 전지현의 캐스팅 소식에 ‘만세’를 불렀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김 작가는 “‘엽기적인 그녀’를 봤을 때 정말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났지만 전지현 씨에겐 여전히 그 모습이 남아 있다. 엉뚱하고 정의로우며 강인하다. 성장한 ‘엽기적인 그녀’ 같다. 이 모습을 서이강에 녹여냈다”고 했다. 주지훈은 “연기자로 데뷔하기 전부터 전지현 선배의 팬이었다. ‘지리산’ 첫 미팅을 가졌을 때 신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전지현이 스타로 롱런할 수 있는 비결 중엔 “숨 쉬는 것처럼 거르지 않고 운동한다”고 할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다. ‘지리산’은 지리산에서 촬영을 진행해 산을 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배우들이 체력적인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꾸준히 운동을 해온 전지현에겐 해당되지 않는 일이었다. 전지현은 “원래부터 산을 좋아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다. 등산복을 입으니 춥지 않았고 장비까지 있으니 어려운 점도 없었다. 원래도 체력이 좋았지만 더 좋아졌다. 촬영하는 동안 날아다녔다”며 웃었다.

전지현은 ‘산’ 같은 배우다. 김은희 작가는 ‘지리산’에 전지현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산을 가장 많이 닮고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전지현 씨가 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고 밝혔다.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며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는 산처럼 전지현은 건재함을 이어가고 있다. 잠시 논란이 됐던 가정사도 ‘이상 없음’이다. 올해 6월 전지현은 남편 최준혁 알파자산운용 대표이사와의 이혼설에 휘말렸지만 9월 인천 송도에서 부부 데이트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루머를 불식시켰다. 전지현 부부는 올해 자녀가 송도에 있는 국제학교에 입학하면서 송도로 보금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지현의 ‘방부제 외모’도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칼단발 헤어에 복근이 드러나는 니트 브라 톱, 사선 스커트에 재킷을 매치했는데 착용한 의상, 신발, 액세서리 등이 모두 화제가 됐다.

전지현은 과거 인터뷰에서 “해가 갈수록 배우가 천직임을 느낀다.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무엇을 했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는 변함없는 시대의 아이콘이다. 전지현이 배우가 아닌 자신의 삶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그녀를 대체할 누군가를 상상하는 것 역시 어려울 듯하다.

사진제공 tvN 스톤헨지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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