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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성대모사력 장착 중! 쓰복만 그리고 김보민

글 이진수 기자

2021. 06. 22

넘사벽 성대모사 실력으로 26만 구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유튜버 쓰복만. 그 뒤에는 목소리로 연기하는, 본캐인 성우 김보민이 있다. 목소리가 똑같다는 말보다 웃기다는 말이 더 좋다는 엉뚱발랄한 매력의 그녀를 만났다.



먹방과 브이로그에 이어 성대모사로 재미를 주는 유튜브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일명 ‘성대모사 유튜버’들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튜버 쓰복만은 5년 차 성우 경험에서 다져진 세심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첫 영상부터 조회 수 4백64만이라는 대박을 터트렸다. 2019년 1월 4일 유튜브 ‘쓰복만’ 채널에 올라온 ‘스카이캐슬 나름 고퀄 성대모사 하기ㅋㅋㅋ’ 영상은 배우 김서형과 염정아 등 등장인물 5인의 명대사를 실감 나게 묘사해 각종 SNS 유머 게시판에 공유되며 댓글 7천3백 개가 달릴 만큼 화제를 모았다. 이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패러디한 성대모사 영상 조회 수가 1백97만,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성대모사 영상 조회 수는 1백43만을 넘기며 대세 유튜버로 떠올랐다.

콘텐츠의 인기는 유튜버 쓰복만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그녀의 본캐는 EBS 공채 출신의 전문 성우 김보민(31)으로, EBS 만화 ‘몬카트’의 몬스터 페네, EBS ‘뚝딱남매 비츠와 밥’ 만화에서 모든 말을 ‘딱딱딱’으로 하는 캐릭터 ‘딱’의 목소리로 알려져 있다. 사실 대학에서 관광영어통역을 전공한 그녀의 원래 꿈은 호텔리어였다. 호텔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허리를 다쳐 꿈을 접게 됐고, 이후 중학교 때부터 관심 있었던 성우라는 직업을 떠올리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게 됐다고. 채널명 ‘쓰복만’은 고등학교 때의 별명 ‘복만쓰’에서 비롯됐다. 까무잡잡하고 마른 체구로 시골 아이 느낌이 나서 생겨난 이름인데, 유튜브 채널명으로 사용하려다가 성 입력란과 이름 입력란이 뒤바뀌는 바람에 쓰복만이 된 것이다. 유튜브 채널도 목소리 샘플을 프로그램 PD에게 보내기 위해 만들면서 얼떨결에 생겼다.

김보민은 2017년 EBS 공채 입사 후 2년 계약이 만료되어 2019년에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 성우로 일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종합 MCN 엔터테인먼트 기업 ‘샌드박스’의 소속 크리에이터 쓰복만으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방송계에서 잇따라 러브 콜을 받으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MBC ‘라디오 스타’에도 출연했다. 쉴 틈 없는 스케줄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어 즐겁다는 그녀를 직접 만나보았다.

5월 26일에 방송된 MBC ‘라다오 스타’에 출연해 화제가 됐어요. 인기를 더욱 체감하실 것 같은데 어떤가요.



방송 나간 주 주말에 친구들이랑 여의도 ‘더 현대’ 백화점에 갔어요. 식당에서 밥 먹고 결제하려는데 직원분이 “언니 실물이 훨씬 예뻐요”라며 먼저 말을 걸어주더라고요. 주변에서 “저 사람 뭔데?” “뭐야?” 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이 갑자기 몰렸어요. 수많은 인파 속에서 팬분들과 사진 찍고 있으니 민망하더라고요. 기분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해요. 요즘 워낙 사건, 사고가 많다 보니 ‘혹시 내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라이브 방송을 켜면 “어머 너 그때 누구 맞지?” “나랑 중학교 동창인 거 같은데” 하면서 10년, 20년 전 친구들한테 연락이 와요. 신기하면서도 앞으로 언행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우 일은 얼마나 하신 거예요.

햇수로 5년 차예요. 선배님들이 항상 “10년은 해야 성우라고 말할 수 있는 거야” “너희 아직 성우 아니야” 그러시죠. 그만큼 아직도 부족하고 배워야 할 그런 단계인 것 같아요.

그동안 맡았던 배역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요.

만화 ‘몬카트’의 페네 역할이요. ‘페네’라는 단어로 말 대신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인데, 처음이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정말 오랫동안 꿈꾸던 걸 이룸과 동시에 제게 배역이 주어져 설렘과 두려움,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이 들었던 시기였거든요. 신입 성우에게 역할 주기가 쉽지 않은데, 담당 PD님께도 감사했지요. 당시 진심을 다해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중에는 ‘안젤라 윈드’라는 사람 역할까지 맡게 돼서 행복했습니다.

아직 EBS에서 활동하는 줄 알았는데 회사를 나오셨다고요.

500 : 1의 경쟁률을 뚫고 2017년에 입사해서 2019년도에 나왔어요. 성우 직군은 계약직이라 공채로 입사해도 보통 2~3년 동안만 전속으로 근무할 수 있거든요. 계약 기간에는 한 방송사에서만 일할 수 있고요. 회사를 나오면 한국성우협회에 정식 등록이 돼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게 돼요. 퇴사하고 나서는 프리랜서 자격으로 EBS 일을 했죠.

최근에는 누구의 목소리로 살고 있나요.

매주 토요일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 방송인 권혁수 씨와 함께 출연하고 있어요. 청취자들의 가게, 업종 홍보를 대신해주는 ‘컬투 PPL 대사관’ 코너를 담당하고 있지요. 또 MBC FM4U ‘전효성의 꿈꾸는 라디오’에서는 격주 월요일마다 노래 퀴즈 코너인 ‘퀴즈! 음악중심’에 나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목소리 흉내를 잘 냈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웃음). 다른 사람이 시키지 않아도 누구를 따라 하고 있고, 목소리를 흉내 내고 있더라고요. 친구들끼리 놀다 보면 괜히 놀리고 싶고, 친구 따라 하고 그러잖아요. 공부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다지 잘하지 못했는데 읽기 하나는 자신 있었어요. 수업 시간에 손 들고 책 읽고, 연기하고 그랬죠. 읽다가 틀리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는 방식이었는데, 계속 읽고 싶어서 다른 친구들 안 주려고 열심히 하고 그랬어요. 선생님이 “보민아, 이제 그 정도면 됐어” 할 때까지요. 평소에 선생님들 성대모사를 하도 많이 해서 앞에서 해보라고 교무실에 불려간 적도 있어요.

성우의 꿈을 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영어를 좋아해 언어와 관련된 직업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호텔리어로 정했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인턴으로 3개월 정도 일했는데 무거운 걸 많이 들다 보니 허리를 다쳐 그만두게 됐어요. 잘할 수 있고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막상 못 하게 되니 고민이 되더라고요. 여러 가지 미래 모습을 그려보다 성우를 생각하게 됐죠. 사실 중학교 때부터 성우에 대한 관심은 있었는데 생소한 직업이다 보니 밥벌이로는 생각을 못 했었거든요. 알아보니 학원도 있더라고요. 학원비를 내기 위해 콜센터에서 일하고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성우 공부를 했어요. 스물두 살에 시작해 스물여덟 살에 성우가 됐답니다.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얼떨결에 유튜버가 됐어요. 성우는 일할 때 목소리 샘플이 중요하거든요. 프로그램 제안을 받으면 PD에게 목소리 샘플을 전달해야 하는데 클릭 한 번으로 볼 수 있는 유튜브가 낫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던 유튜브 계정에 음성 샘플을 몇 개 올려놨죠. 그러던 와중에 ‘SKY 캐슬’이 너무 재밌어서 혼자 보기 아깝더라고요. 저는 연기를 하고, 남자 친구가 편집해서 영상을 만들었어요. 친구들이랑 가족들한테 링크를 보냈는데 “김보민 완전 재밌다” “비슷하다” 반응이 나오더니 친구들이 또 다른 친구들에게 링크를 보냈어요. 유튜브를 할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약간 떠밀려서 시작한 느낌이랄까요(웃음). “재밌네, 또 해야지~” 이렇게 된 거예요.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따라 하기 어려웠던 목소리가 있을 듯해요.

배우 공효진, 김희애, 김서형 님이요. 보통 성대모사는 내 목소리와 비슷하거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생각하고 시작해요. 근데 공효진 씨는 제가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아예 못 했어요. 친구랑 이야기하듯이 ‘툭툭’ 내뱉는 말투가 포인트인데 어렵게 느껴졌거든요. 또 연습 당시에 3개월 정도 감기랑 몸살이 반복적으로 와서 목이 좀 쉬어 있었어요. 그런데 목소리 자체에 호흡이 많이 섞여 있고, 쉰소리 느낌으로 소리를 내니 신기하게 잘 되더라고요. 성대모사도 그 감각을 알아야 잘할 수 있거든요. 그때 감각을 익혀서 지금은 감기에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공효진 씨 성대모사를 잘할 수 있게 됐어요.

롤 모델로 삼는 성우가 있나요.

한 명을 꼽기보다 어떤 선배님이 하셨던 연기를 보면서 ‘이런 부분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아요. 특별히 꼽자면 2016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앵그리버드 더 무비’에서 마틸다 역할을 맡았던 이소영 선배님이랑, 지난해 애니메이션 ‘극장판 엉덩이 탐정: 텐텐마을의 수수께끼’에서 엉덩이 탐정을 연기한 김은아 선배님이에요. 두 분은 목소리와 인물간에 이질감이 전혀 들지 않게 연기하세요. 입 모양까지 정확하게 맞춰서 연기하는 게 신기하고 멋있었어요. 선배님들을 보면 전 아직 진짜 성우가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성우 일의 매력 포인트를 꼽자면요.

다양한 인물이 될 수 있잖아요. 어제는 아이였는데 오늘은 할머니, 내일은 섹시한 여자가 될 수도 있고요. 앙칼졌다가 때론 귀여운 아이로 바뀌는 등 변화무쌍한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어렸을 때 TV 속에서 봤던 수많은 역할을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 것도 신기하고요. 늘 다른 것들을 표현해내고 표출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더할 나위 없이 저한테 맞는 직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 연기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웃긴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병맛(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 시트콤 같은 거요. 그런 감성을 좋아하고, 일단 진지한 역할을 하면 몰입이 안 될 것 같아요. 진지한 역할을 하려면 약간 공백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옛날에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좋아했어요. 특히 나문희 선생님이 너무 귀여우시고, ‘애교 문희’ 캐릭터도 무척 재미있었어요. 요즘 오디션 한번 봐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제안이 들어오면 해볼 의향은 있어요. 가장 큰 걱정은 대본을 외워서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웃음). 유튜브를 촬영할 때는 대사를 카메라 밑에 붙여놓고 슬쩍슬쩍 보고 하거든요. 저는 항상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스타일이라 기회가 오면 할 수도 있을 듯해요. 나중에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도전할 수도 있고요.

SNS에서 학원 강의를 했다는 게시글을 봤는데 강의도 하시나요.

최근에는 EBS 공채를 앞두고 시험 때만 하는 특강을 진행했어요. 제가 직접 EBS 시험을 봤기에 할 수 있겠다 싶어서요. EBS를 퇴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제가 다녔던 성우 학원에서 정기적으로 특강을 했고요.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다양한 학생들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 있어야 하고, 따로 공부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정기적으로 강의하는 건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껴져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점점 예능인으로 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웃음). 주변 선배님들은 “보민아, 너는 이제 그냥 방송인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하시는데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앞으로 방송 일을 더 왕성하게 할지, 어느 순간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고요. 다만 목소리든, 유튜버로서든 연기를 통해 제가 원하는 꿈을 펼치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 한 가지 꿈이라면 공기 맑고, 경치 좋고 마당을 갖춘 전원주택이 있었으면 해요(웃음). 하루하루를 충실히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유튜브 채널 ‘디글:Diggle’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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