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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nterview

“도심 공공주택 20~30대 친화적으로 지어라”

최이규 계명대 교수 제언

글 정혜연 기자

입력 2020.09.16 11:49:53

최이규 교수는 임대주택은 단순한 주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생활 문화를 제안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최이규 교수는 임대주택은 단순한 주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생활 문화를 제안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8월 초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지 한 달 만에 좀 더 구체화된 공급안을 내놨다. 9월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기 신도시의 구체적인 청약 추진 일정을 발표한 것. 이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2022년 말까지 경기 남양주 왕숙 · 하남 교산 · 인천 계양 등에 순차적으로 사전 청약 접수가 시작될 예정이다. 수도권에 60~85㎡ 중형 물량 비중을 최대 50%로 늘려 총 6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인데 사전 청약이 진행되면 막혔던 주택 공급에 물꼬가 트여 집값 상승세가 조금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많은 이의 관심이 쏠렸던 서울 노원 태릉골프장 · 용산 캠프킴 ·마포 서부면허시험장 ·서초 조달청, 경기 정부과천청사부지 등 서울과 수도권 요지의 공급 계획은 나오지 않아 실망감을 안겼다. 8월 4일 정부가 이들 공공기관 이전부지 및 유휴부지에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을 때 ‘역대급 로또 공급’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알짜배기 땅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지역에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어왔던 방식대로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순히 공급에 목적을 두고 특색 없는 임대아파트 건물을 지을 경우 지역사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오랜 기간 도시 건축과 조경에 대해 연구해온 최이규 계명대 생태조경학과 교수를 만나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근본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앞으로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물었다.


‘고급스러운 임대주택’을 표방한 미국 뉴욕 비아베르데.

‘고급스러운 임대주택’을 표방한 미국 뉴욕 비아베르데.

-정부가 서울 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할지에 대한 계획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기존 임대아파트와는 다르게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유휴부지는 대체로 교통이 편리하고 직장과 가까운 시내, 즉 실수요가 있는 곳입니다. 이런 땅을 민간에 팔아 분양가상한제에 맞춰 분양한다면 그야말로 로또와 다름없게 됩니다. 투기 가능성을 미리부터 열어두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LH에서 비싸게 지어 공공임대를 하면 적자를 떠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방법이 될 수 없어요. 절충안이 필요한데, 민간에 땅을 팔 때 조건을 달아 일부 땅에는 공원을 조성하게 하고 도시 기여 공간을 훌륭하게 만들게끔 유도하는 게 좋습니다. LH에서 공공임대로 공급할 경우 기존 건축 방식이 아닌, 보다 효율성을 높이는 형태의 건축물을 시도할 필요가 있어요.

-새로운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이라고 하면 기존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최근 젊은 층에 각광받는 셰어하우스 등에 적용되는 내부 설계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특히 과천청사 일대, 서울지방조달청, 국립외교원 등에 지어지는 임대주택은 최대한 청년 및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예를 들어 부엌과 세탁실 등 1인 가구와 딩크족이 잘 쓰지 않는 공간은 과감히 없애고, 층별 공용 시설을 마련해 공사비를 낮추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이때 공용 라운지와 다이닝 공간을 글로벌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혹은 구글 캠퍼스처럼 근사하게 설계하고, 공용 부엌도 셰프급 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세탁실 역시 코인 세탁기, 건조기를 설치하거나 아예 세탁방 사업자가 위탁 운영하는 방법도 있고요. 뉴욕시에서는 고급 지역에 저렴한 임대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화장실을 공용으로 설계한 모델하우스를 선보이기도 했죠. 이 같은 새로운 임대주택은 단순한 주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이고 입주민 만족도가 높은 생활 문화를 제안하는 데까지 가야 합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감각적 셰어하우스 형태의 임대주택을 정부나 공기업에서 지을 수 있을까요. 

사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조직으로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1기, 2기와 같은 수도권 신도시를 건설할 때 이들은 지도를 펼쳐놓고 마커로 선을 그어 설계를 해 대규모 공급을 했어요. 물론 그런 방식이 3기 신도시에는 유효할 수 있겠지만 도심에 지어지는 공공임대주택이나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주택은 달라야 하죠. 날카로운 샤프펜슬로 도심 곳곳의 유휴지나 공·폐가, 노후 건물을 타깃으로 핀셋 기획과 설계가 요구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력, 디자인, 마케팅, 시공, 부동산, 경제성 평가 등에 역량을 갖춘 별도의 조직이 필요합니다. 말하자면 맥킨지 같은 경영 컨설팅사와 비슷한 형태라고 할 수 있죠. 전국의 임대사업자, 벤처기업가, 엔젤투자사, NGO, 주민단체 혹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각각의 지역 상황에 맞는 임대주택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죠.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정부가 ‘갑’의 위치에서 제안서를 심사해 합격, 불합격만 따져서는 안돼요. 정부가 좋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경제성 평가, 설계 등 제안자가 부담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 기술 인력을 지원하는 등 도와준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비아베르데의 실내 인테리어와 옥상정원.

비아베르데의 실내 인테리어와 옥상정원.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에 위치한 독특한 외관의 임대아파트.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공장지대를 임대아파트로 변모시켰다.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에 위치한 독특한 외관의 임대아파트.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공장지대를 임대아파트로 변모시켰다.

-외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양질의 공공주택을 짓는지 궁금합니다. 

미국 뉴욕에는 ‘비아베르데(Via Verde, ‘초록색 선’이라는 뜻)’라는 하이 디자인 임대주택이 있어요. 뉴욕시에서 주최한 디자인 공모전에 당선된 시행사 및 설계사 컨소시엄이 사업을 진행했죠. 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행사인 조너선 로스와 임대주택 분야에 경험이 많은 비영리단체인 핍스하우시스 그룹, 그리고 영국의 월드 클래스 건축사인 그림쇼와 지역 업체인 다트너 건축이 협업했어요. 이들은 설계에 착수하기 전,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임대주택을 원하는지 물었는데 ‘건강한 주택’을 우선순위로 꼽았다고 해요. 입주자의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 친화적인 주거 공간을 원했죠. 그래서 설계할 때부터 옥상정원을 도입하고, 피트니스 시설을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는 로열층에 배치했으며, 1층에 작은 클리닉(병원)을 계획했어요. 또한 임대주택에서는 에너지 및 관리 비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단열이나 통풍 등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디자인 부분에 추가로 투입된 비용이 일반 임대주택보다 전체 공사비의 5%정도밖에 더 들지 않았어요. 또 임대와 매매의 비율을 적절히 섞어 구성했는데, 임대의 경우 저소득층, 매매 경우에 중산층 주택으로 타깃을 정해 낙인효과를 줄이고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고 합니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집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서울 권역 등 수도권 주택 및 3기 신도시 조성에 있어 정부가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요. 

결국 주택공급을 실행하는 주체의 문제라고 봐요. 혁신도시 역시 취지는 좋았지만 지방거점도시에만 짓다 보니 인근 구도심이 죽어버리는 역효과가 발생했죠. 지금 수도권에 지으려는 3기 신도시 역시 인근의 구도심 수요가 옮겨가는 정도의 효과만 내고, 서울 도심과 수도권 요지의 집값은 더 오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이러한 서울 및 도심 집중 현상을 막으려면 정부가 기존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해 창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최이규



여성동아 2020년 9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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