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

ART

파격을 입은 〈장 폴 고티에展〉

‘패션계 악동’의 영감을 담은 일곱 개의 방

기획 · 김명희 기자 | 글 · 김지은 자유기고가 | 사진제공 · 서울디자인재단, 현대카드

2016. 04. 14

명품 하우스들이 갤러리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루이비통과 샤넬, 크리스찬 디올이 자신들의 브랜드 철학을 담은 전시로 한국을 찾았고, 올해는 장 폴 고티에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3월 말부터 DDP에서 그의 혁신적인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관습에 대한 도전, 파격적인 실험과 거듭된 혁신으로 패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 64). 그의 패션 철학과 예술 세계를 구현한 전시가 서울에서 열린다. 3월 26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되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장 폴 고티에展〉은 캐나다 퀘벡 주의 몬트리올 미술관과 프랑스 파리의 장 폴 고티에 하우스가 2년간의 협업을 통해 기획한 〈장 폴 고티에展〉 세계 투어 마지막이자 아시아 최초의 전시다.



전통을 거부한 파격의 상징

“장 폴 고티에가 패션계에 남긴 가장 큰 영향은 사회적으로 정의된 여성과 남성 그리고 그에 따른 정체성(Gender, Sexuality)의 개념을 디자인으로 표현한 것이다.”

패션 사학자 발레리 스틸의 말처럼 고티에는 디자인을 통해 여성과 남성으로 규정된 젠더에 새로운 정의를 시도하거나 양 성의 코드를 의도적으로 혼합시킴으로써 패션의 외연을 확장했다. 특히 1990년 마돈나의 ‘블론드 앰비션 월드 투어(Blond Ambition World Tour)’에서 선보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원추형 브라 코르셋은 속옷을 겉옷으로 입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강한 여성성을 표현한 것으로, 당시 급부상하던 여권 신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이었다. 남성용 스커트와 남녀 구분이 없는 ‘앤드로지너스 룩’은 패션 속에서 정형화된 성(性)의 개념을 해체하는 시도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고티에는 또한 고정관념과 상식을 벗어난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비닐이나 주방 기구와 같은 의외의 소재를 활용하고, 뚱뚱하거나 키가 작은 다양한 체형의 모델과 백발의 노인, 온몸에 문신을 한 사람 등 전혀 모델답지 않은 외모의 사람들을 컬렉션 무대에 등장시켜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고티에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영감을 받아온 주제를 중심으로 7개 섹션에서 총 2백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마네킹에 전시된 의상 1백35점, 패션 스케치와 사진 등 평면 작품 72점, 오브제 20점이다. 



첫 번째 섹션 ‘살롱’에서는 풍만함을 강조한 코르셋을 통해,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했던 기존의 통념을 깨고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준 장 폴 고티에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마돈나를 문제적 페미니스트로 등극시킨 원추형 브라 코르셋을 만날 수 있다.


‘오디세이’ 섹션은 고티에가 1970년대에 이르러 피에르 가르뎅과 장 파투의 하우스에서 일하며 독학으로 익힌 오트 쿠튀르의 전통과 기술을 보여준다. 1976년 프레타포르테에서 선보인 여성복 라인을 시작으로 1996년 자신의 하우스를 열기까지 그가 추구했던 파리지엔의 우아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섹션이다. 

‘스킨 딥’ 섹션은 고티에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는 근원인 인간의 피부와 신체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부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그의 상상력을 키우는 동시에 로맨틱하고 페티시즘적인 디자인으로 발현되는데, 그는 이를 토대로 연약한 금발 모델 대신 개성 있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선택함으로써 마른 몸매만을 선호하는 시대적 통념에 맞섰다. 

고티에가 ‘패션계의 악동’으로 지목받은 데는 1970년대 후반, 공상과학과 뉴웨이브, 하우스 뮤직의 영역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파격적인 소재 사용도 크게 한몫했다. 여섯 번째 섹션인 ‘메트로폴리스’는 비닐과 라이크라, 네오프렌과 같은 첨단 기술로 만든 소재들을 프레타포르테에 선보이는가 하면 네오프렌이 코팅된 가죽과 입체 원단, 심지어는 공기를 넣어 부풀릴 수 있는 옷감과 같은 혁신적인 혼합물을 만들어 패션계의 통념을 뒤흔들었던 그의 파격적 행보를 담고 있다.

고티에는 공주 같은 신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감을 바탕으로 웨딩드레스를 제작했다. 헝가리 경기병복의 아플리케 끈 장식으로 치마를 장식하고, 아프리카 가면으로 방패처럼 몸을 덮는 드레스를 만들기도 했다. 고티에의 신부들은 결혼식장보다는 전장에 나가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 마지막 섹션인 ‘결혼’은 이런 결혼에 관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참고로 그는 지난해 ‘“네”라고 얘기하는 61가지 방법(61Ways to Say Yes)’이라는 제목의 컬렉션에서 ‘전 연령대의 사람이, 원하는 만큼 자주 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결혼을 위한’ 패션을 제시함으로써 결혼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 바 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장 폴 고티에展〉기간    3월 26일~6월 30일
장소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전시관
입장료 성인 1만5천원,
         청소년 1만2천원,
         어린이 8천원
         (현대카드는 20% 할인 혜택)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