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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LAW

근처에 비슷한 식당 차린다면?

레시피 대가로 권리금 받은 전 주인

기획 · 김명희 기자 | 글 · 이재만 변호사 | 사진 · REX 셔터스톡 | 디자인 · 김영화

2016. 02. 19

상호와 레시피 등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 식당을 인수했는데, 전 주인이 주변에 비슷한 가게를 오픈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Q 저희 부부는 지난해 2월 남편이 회사에서 명예퇴직한 후 햄버거 가게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시 저희는 상호와 시설, 전화번호, 메뉴 등 식당과 관련된 일체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3천만원의 권리금을 전 주인에게 지급하였습니다. 원래 맛집으로 소문난 가게라 인수한 후 얼마 동안은 꽤 장사가 잘됐지만, 이후 우리에게 식당을 넘긴 전 주인이 인근에 다른 레스토랑을 오픈하면서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전 주인이 새로 연 가게에 가보니, 간판을 브런치 레스토랑으로 바꾸고 메뉴의 이름만 조금씩 달리했을 뿐 우리 가게와 레시피가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경우 저희가 전 주인을 상대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A 전 주인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기 위해 우선, 의뢰인의 햄버거 가게 인수가 상법상 영업 양도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상법상 영업 양도는 ‘유기적으로 조직화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의 양도’를 말합니다. 즉, 영업의 인적 설비(종업원)와 물적 설비, 그에 더하여 거래처나 영업상의 비밀 등도 함께 이전된 경우 상법상 영업 양도로 봅니다. 그리고 영업 양도 여부는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예컨대 인적 설비 등 일체를 넘겨받았다고 해도, 종업원을 전원 해고하고 새로운 직원들로 교체해 영업 양도를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영업 양도의 판단은 복잡한 부분이 있으나, 결국 ‘기능적 재산을 이전받아 양도인이 하던 것과 같은 영업을 하는지’를 토대로 판단합니다.
이번 사안을 살펴보면 상호 · 시설 · 전화번호 · 메뉴 등 식당과 관련된 일체를 넘겨받았고, 영업의 특성상 손님과 노하우 등도 이전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인수인계할 종업원이 존재하지 않는 소규모 영업장으로 보이므로 전 주인은 권리금을 받고 의뢰인께 영업 양도를 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영업을 양도한 이는 경업금지의무(상법 제41조 · 고급관리직이나 기술직, 회사의 영업 비밀을 알고 있는 직원이 경쟁 업체에 취업하거나 동일 업종의 회사를 창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가 있어서, 10년간 동일한 시 · 군 등의 지역에서 동종 영업을 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동종 영업의 범위는 비교적 넓게 인정하는 편으로, 외식업의 경우에는 그 품목과 메뉴가 비슷할 경우 동종 영업으로 인정됩니다. 사안의 햄버거 가게와 브런치 레스토랑은 동종 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므로, 현재 양도인은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양도인이 상법상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이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즉, 영업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권리금 계약을 해제하고 권리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영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그에 더하여 영업 양도인이 제3자에 대한 영업의 임대 · 양도 · 기타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청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권리금 계약 시 경업금지에 대한 특약을 계약 내용에 명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경우에 따라 상법상 영업 양도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동종 영업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업금지에 대한 특약을 두어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더 간단하고 확실하게 계약 위반을 주장하여 위에서 말씀드린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재만 변호사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리틀 로스쿨’  ‘주니어 로스쿨’    ‘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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