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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Wedding

나는 작은 결혼식을 했다

기획 · 한여진 기자 | 사진 · REX 이효리 팬카페 이든나인 제공 | 디자인 · 최정미

2016. 02. 18

어떤 결혼식을 꿈꾸시나요? 의미 있고 색다른 결혼식을 원한다면 스몰 웨딩으로 눈을 돌려보세요. 〈여성동아〉에디터의 스몰 웨딩 리얼 체험기.

이효리, 이나영, 김나영, 윤승아의 공통점은? 바로 스몰 웨딩이다. 그리고 2015년 12월에 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몇 년 전부터 셀렙들을 중심으로 스몰 웨딩이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나 같은 일반인도 스몰 웨딩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스몰 웨딩은 말 그대로 절차와 규모를 간소화해서 작게 하는 결혼식을 뜻한다. 거기에 색다른 콘셉트의 결혼식이라는 의미도 함축돼 있다.
나도 언젠가부터 결혼을 한다면 나만의 스토리가 있는 파티를 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굳어진 것은 지인의 결혼식을 다녀온 후. 일반 웨딩홀에서 진행된 결혼식은 신부와 신랑 얼굴을 볼 새도 없이 20분 만에 후다닥 끝났는데, 하객들이 앉을 자리도 부족해 복도에서 서성이다가 식을 보지도 못하고 돌아간 이들도 수두룩했다. 소중한 주말을 도떼기시장 같은 곳에서 부대끼며 보냈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리고 나는 이런 결혼식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시간을 내 스스로 엉망진창을 만들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래서 나는 작은 결혼식을 선택했다. 직계가족과 친구 40명을 초대해 함께하는 작은 디너 파티를 콘셉트로 정했다. 하객의 수를 제한하는 것은 스몰 웨딩의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어찌하랴, 초대 못한 일가친척과 친구들에게 최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다행히 참석자 중 몇 몇 사람이 SNS로 결혼식을 생중계 해준 덕분에 원망이 크게 줄었다. 장소는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에 위치한 메이필드 호텔로 골랐다. 사실 스몰 웨딩은 장소 선정이 관건인데, 마음에 드는 곳을 찾는 게 힘들다. 아직 우리나라는 스몰 웨딩이 보편화되지 않아 장소가 많지 않을뿐더러, 스몰 웨딩홀이라는 것이 일반 웨딩홀에서 규모만 줄인 경우가 많기 때문. 나는 처음부터 스몰 웨딩홀을 제쳐두고 홍대 카페에서 할까, 북촌 갤러리에서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결정한 곳은 널따란 정원이 있어서 디너 파티 느낌이 충분히 났고, 홀이 넓어 식을 진행하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두 번째 큰 과제인 웨딩드레스는 규방공예 작가 김희진 선생님에게 부탁을 했고, 전체적인 웨딩 플랜과 사회는 친한 부부가 맡아주었다. 신부·신랑 입장 같은 것 없이 정말 디너 파티처럼 하고 싶었으나, 막내딸과 함께 입장하고 싶다는 친정아버지의 소원은 풀어드리기로 했다. 주례 대신 신랑, 신부의 편지 낭독과 친구들의 축사 그리고 하나뿐인 조카가 ‘이모 시집가는 날’이란 제목으로 작곡한 피아노 연주와 친구의 오카리나 연주가 이어졌다. 잔치에 손님을 초대했으니 노래 한가락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신랑과 함께 정태춘의 ‘사랑하고 싶소’를 열창하기도 했다.
그리고 소중한 시간을 내 먼 길 와준 고마운 친구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 신랑이 결혼식 전날 밤새우며 직접 구운 브라우니와 강원도 정선을 거쳐 충북 단양에서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고 있는 친구가 일주일 내내 내린 더치커피를 내가 직접 손뜨개로 만든 꽃 끈으로 포장해 준비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커피와 브라우니를 맛보면서 즐거운 시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이렇게 진행된 결혼식 비용은 호텔 양식 디너 1인당 7만5천원과 홀 꽃 장식 88만원, 웨딩 슈즈와 신랑 슈트 등 1백50만원이 들었다. 웨딩드레스와 사진, 부케, 사회자비, 답례품 등은 고맙게도 지인들의 재능 기부로 대체해 경제적 부담이 없었다.
스몰 웨딩은 신랑, 신부가 준비할 것이 참 많다. 대부분 예비 신부들이 마사지받고 다이어트에 매진할 시간에 답례품을 포장하고, 웨딩드레스와 부케 시안 찾고, 웨딩 슈즈 등 소품을 구하러 백화점 투어를 해야 하고, 웨딩 카드도 직접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그 준비 기간이 어쩌면 2시간 동안 진행된 결혼식보다 더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스몰 웨딩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클럽에서 춤을 추며 결혼식을 올리거나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암벽등반을 하는 부부도 있었다. 사실 우리 부부는 각자의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에서 하고 싶었다. 작품을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포기했지만 말이다. 만약 스몰 웨딩을 생각하고 있다면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고 진정 원하는 결혼식 장면을 만들라고 조언하고 싶다. 스몰 웨딩을 하는 이유는 바로 남들과 다른, 나만의 결혼식을 하고자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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