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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story

마음을 읽는 소통 전문가 조수진 교수

글 강현숙 기자

2021. 12. 13

살다 보면 가장 가까운 가족 사이에도 소통이 쉽지 않다. 상대방에게 공감해주는 게 소통이라고 강조하는 조수진 장로회신학대 교수에게 행복한 소통 비법을 배워본다.

소통(疏通)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이라고 나온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타인과 소통하며 관계 맺음을 계속해야 한다. 가족부터 시작해 학교나 회사에서도 원활한 소통은 필수다. 조수진(50) 장로회신학대 교양학(미디어트랙) 교수는 소위 말하는 이야기하는 법, 소통하는 법의 전문가다. 1994년 극동방송 보도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직접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분야를 바꿔 1999년부터 2011년까지 극동방송 PD와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회사를 그만둔 뒤 마흔이 넘은 나이에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방송영상학 석사, 국민대에서 언론정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8년에는 아들과 3년간 고전영화를 함께 보고 소통하며 나눈 이야기를 엮은 ‘엄마와 함께 고전영화 읽기’(호밀밭)를 펴내 화제를 모았고, 이 책은 올해 10월 글자 크기를 크게 한 큰글씨용이 출시됐다. 2012년 늦깎이 학생으로 공부하던 조 교수는 영상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맡았고, 수업 내용에 있는 영화의 역사를 강의하기 위해 흑백 무성영화들을 보기 시작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들 하경 군이 호기심을 보여 설명해주면서 함께 보게 됐고, 고전영화와 연결 지어 이야기할 수 있는 최근 영화도 시청하며 대화를 이어갔다고. 이제는 대학생으로 훌쩍 큰 아들과 함께 생각과 마음을 나눴던 3년간의 따뜻한 여정이 ‘엄마와 함께 고전영화 읽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 교수는 강의 외에 방송 출연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언어학자인 신지영 고려대 국문과 교수와 우리 일상의 언어를 탐험하는 팟캐스트도 3년째 진행 중이다. 소통의 즐거움을 예찬하는 조 교수를 직접 만나 삶을 행복하게 하는 소통 비법을 들었다.

얼마 전 ‘엄마와 함께 고전영화 읽기’ 큰글씨용이 나왔어요. 아들과 3년간 영화로 소통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인상적이더라고요. 그 덕분에 모자(母子)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을 것 같아요.

수업 준비로 시작된 고전영화 감상이 아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됐어요. 지금도 아들과 아주 친해요. ‘베프’지요. 딸 있는 부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전화와 톡을 자주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눠요. 가끔 아이가 좋아하는 핫 플레이스에 동행해 차도 마시고요.

고전영화 감상 외에 사춘기 아들과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알아갔는지 궁금해요.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함께 공연을 보러 자주 다녔고, 제가 공부하면서 가졌던 모임에도 데리고 갔어요. 일례로 두 달에 한 번씩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강의하고 함께 대화하는 포럼 모임이 있었는데 하경이가 중학생일 때도 함께 갔답니다. 아이가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학교 미술 시간에 나오는 그림을 전문가가 재미있게 설명해주니 굉장히 흥미로워하더라고요. 또 제가 갑자기 드럼을 배우고 싶어 학원을 몇 달 다녔는데, 문득 아이와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들에게 물어보니 좋다고 해 같은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또 하경이가 고등학생 시절 스트레스가 쌓이면 드럼을 치고 싶어할 때가 있었어요. 그럼 제가 연습실을 알아봐주고 동행해 드럼 소리가 시끄럽지만 옆에 앉아서 모니터링 해주고 음악도 들어주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사춘기도 무난하게 보냈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은 드럼을 잘 못 치는데, 아들은 혼자 연습하더니 아주 잘 치더라고요. 대학교 밴드 동아리에서 드럼을 담당하는데, 12월에 첫 공연이 있어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아이가 커갈수록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이 많아요. 현명한 대처법이 있을까요.

저는 아들과 여러 가지를 함께했어요. 이때 중요한 건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자리만 마련해주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갖고 그것을 매개로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는 거예요. 아들은 영화와 음악, 미술에 관심이 있었지만 아이들마다 다 다르겠죠. 아이가 어떤 것에 관심을 보이는지 부모님들이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듯해요. 게임이나 운동도 좋아요. 관심사를 매개로 삼아 대화를 이어가는 게 포인트로, 잔소리는 절대 안 돼요. 대화를 하려면 부모님들이 아이 관심사에 대해 공부할 필요도 있고요.



저는 아이가 주변에 어른 멘토를 많이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임이 있을 때 데리고 가서 어른들끼리, 아이들끼리가 아니라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주제들을 찾는 시간을 갖는다면 자연스레 아이들이 어른과 소통하는 것을 어색해하지 않을 수 있죠. 어른들이 어려운 존재가 아니라고 느끼면서 마음이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기도 쉬워지고요.

기자와 PD, 아나운서를 거쳐 교수로 학생들과 만나고 계세요. 모두 타인과의 소통이 중요시되는 직업인데, 어릴 적부터 소통이나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어릴 때는 그게 소통이나 커뮤니케이션인지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제가 그런 쪽에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또래 친구는 물론 어른 등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어릴 때는 보통 선생님들을 무서워하는데, 저는 선생님들을 좋아해 대화를 자주 했을 정도예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들과 선생님 중간에서 소통의 역할을 하게 됐고요. 또 친구도 다양하게 사귀는 편이었고, 잘 관찰해서 만나면 좋을 것 같은 친구들끼리 소개도 해줬어요. 기자나 PD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하는 직업인데 그래서 잘 맞았던 듯해요. 지금도 역시 제자들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저는 수업 듣는 학생들의 이름을 다 외우거든요.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가져주다 보니 학생들과의 소통도 잘되는 것 같습니다.

20년이 넘게 직장 생활을 하다가 늦은 나이에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회사에서 연차가 높아지면서 특강이나 후배들을 교육시켜야 하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현장 경험은 풍부했지만 무언가 이론적으로 잘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마흔이 넘어 석사를 시작했는데, 공부할 때 잘 외워지지 않아 쉽지 않았어요(웃음). 그런데 나이가 들고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해가 쏙쏙 되면서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요즘 후배들을 만나면 10년 차 이상 되면 공부를 병행하라고 권해요. 현장을 10년 이상 경험한 뒤 관련 공부를 하면 얻는 게 훨씬 많거든요.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소통이란 무엇인가요.

‘관심+진심=공감’이라고 생각해요. 상대방에게 공감해주는 게 소통이겠죠. 상대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절대 소통이 안 돼요. 또 관심이 있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을 진심으로 대해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에게 집중해 말을 잘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해요. 상대의 말을 많이 들어주면서 진심으로 공감해주면 그게 통하는 것 같고, 소통이 자연스럽게 된다는 느낌을 받을 거예요. 제가 존경하는 고(故) 이재만 변호사님은 생전에 “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고 늘 말씀하셨어요.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진심으로 대해보세요. 공감하면 자연스럽게 소통이 될 겁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럴 땐 한번 호흡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해요. 나이가 들면서 저 역시 잠깐 한 발짝 물러서서 ‘저 사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저도 싫다고 티를 내거나 막 달려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힘들 때가 있지만, 숨을 좀 고르고 나면 한결 쉬워집니다. 또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돼요. 조금 편해지세요. 관계의 정리도 필요하고요.

요즘 가장 몰두하고 있는 일은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청년들에게 비전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학생들에게 대학 생활하는 동안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제 앞에서 실수를 많이 하라고 말하곤 해요. 선생님 앞에서 실수를 하면 고칠 수 있으니까요. 사회에 나가면 현실이 되니 학생 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들을 찾길 바라요. 이런 과정에서 안내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고요. 특히 저희 학교는 학생들이 전공이 아닌 분야에서도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진로 트랙을 만들어서 교수들이 상담해주고 길도 안내하는 제도가 있어요. 덕분에 사제지간이 참 가깝고 돈독하지요. 저는 언론문화미디어 진로 트랙을 맡고 있는데, 신학교이긴 하지만 언론이나 미디어에 관심 갖는 학생들이 많아 여러 기관이나 방송국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학생들을 인턴으로 보내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학생들이 자기 진로를 잘 찾아가도록 제 경험을 나누는 일이 요즘 최대 관심사입니다.

저는 뭔가 큰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요. 최선을 다해 맡은 일을 하다 보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더라고요. 지금은 교수로 학생들에게, 제게 주어진 방송 일에, 사랑하는 가족에게, 연로하신 부모님들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제 좌우명이 ‘어디서나 필요한 사람이 되자’였어요. 제가 지금 그 어디에선가 필요한 사람인지 늘 생각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되새기고 있습니다.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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