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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interview

국내산 녹용의 힘 정환대 한국사슴협회 회장

글 정혜연 기자

2020. 10. 19

국내산 녹용이 건강에 더 좋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한국사슴협회 정환대 회장을 만나 국내산 녹용 생산의 역사와 우수한 성분에 대해 이야기 들었다.

녹용은 예로부터 건강에 좋기로 이름난 약재다.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여러 한방 문헌에 따르면 녹용은 보정강장약으로 쓰이며 피로 해소, 신진대사 촉진, 성기능 강화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통상 남성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력이 약한 여성과 어린이들의 원기를 회복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최근 들어 면역력 증진이 이슈화되면서 녹용을 한약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편하게 섭취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런데 시중에 유통되는 녹용은 수입산이 많다. 수입 녹용은 일반적으로 방목 사육한 사슴에게서 취득한다. 이 경우 방목 사육한 사슴이 섭취한 목초의 종류가 한두 가지로 제한되어 있다. 그에 비해 국내산 녹용은 사계절이 뚜렷한 자연환경에서 수십여 가지의 야초와 약초, 과목류를 섭취한 사슴에게서 취득하기 때문에 품질이 우수하다. 

이런 우수한 품질의 국내산 녹용이 시중에 유통된 데에는 우리나라 1천5백여 사슴농가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환대 한국사슴협회장을 만나 국내 사슴농가의 현황과 국내산 녹용의 우수성 등에 대해 이야기 들었다.


전남 곡성에 위치한 오산사슴농장에서 국내산 녹용 생산에 
힘쓰는 정환대 회장.

전남 곡성에 위치한 오산사슴농장에서 국내산 녹용 생산에 힘쓰는 정환대 회장.

아직까지 사슴 사육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영역인데요, 구체적으로 국내 사슴 농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슴을 기르기 시작한 때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1950년 6·25전쟁 이후 살아남은 몇 마리를 사육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발판이 됐죠. 집계에 따르면 2001년도에 1만2천6백여 농가에서 15만6천 마리를 정점으로 찍은 이후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현재 1천5백60여 농가에서 2만6천1백2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죠. 농가당 평균 16마리 정도를 기르고 있어요. 이 가운데 엘크가 48%, 꽃사슴이 41%, 레드디어 등 기타 종이 11%로 확인됩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데요.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소비되는 녹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국내에서 소비되는 녹용은 2019년 말 기준으로 4백39톤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국내산 녹용은 17% 정도인 76톤가량이며 나머지 83%에 해당하는 3백63톤은 뉴질랜드, 러시아 등에서 수입되고 있죠. 시중에 유통되는 녹용의 대부분이 수입산이어서 엄청난 외화가 낭비되는 실정입니다. 수입업자와 한의약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수입산 녹용을 취급하고 있어 안타까움이 큽니다. 



국내산 녹용이 수입산보다 품질이 우수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우리나라는 사슴을 사육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녹용의 효능에 영향을 미치는 질 좋은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죠. 반면 뉴질랜드는 여름이 길고 봄가을이 짧은 지역이며, 러시아는 추운 극지방이어서 녹용이 질적으로 다릅니다. 또 수입 녹용은 사슴이 섭취할 수 있는 목초가 한두 가지로 제한돼 있지만 국내산 녹용은 떡갈나무잎, 상수리나무잎, 칡넝쿨, 옻나무 등 다양한 산야초와 과목류를 섭취한 사슴에게서 취득하고 있어요. 국내산 녹용이 질적으로 우수할 수밖에 없죠. 이런 이유로 국내산 녹용이 품질 면에서 월등히 우수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국내산 녹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은지, 입증된 결과가 있나요. 

예부터 녹용은 사향과 함께 신이 내린 영약으로 여겼습니다.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옛 문헌에 따르면 녹용은 원기를 보충하고 피로 해소 및 산전·산후 몸조리, 허리나 다리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나와 있죠. 또 지난 3월 서원대 하헌용 교수가 발표한 ‘국내산 엘크사슴의 녹용 효능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산 녹용은 체내 각 조직 및 각질세포에서 수분 함량을 유지하고 면역 조절 향상, 염증 유발 억제, 관절 건강 등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덧붙여 하고 싶은 말은 ‘동의보감’을 편찬한 허준 선생이 어느 나라 녹용을 사용해 백성을 진료하고 치료했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 당시 수입 녹용이 국내 유통되고 있지 않았을 거예요. 분명 우리 땅에서 뛰놀던 사슴에게서 채취한 녹용으로 성질을 분석했을 테니 옛 문헌 속에 등장하는 녹용은 지금의 국내산 녹용에 국한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따라서 가을 무가 여름 무보다 더 맛있듯이 이 땅에서 생산한 국산 녹용이야말로 우리 몸엔 최고로 좋다고 할 수 있죠. 

대다수 소비자가 국내산 녹용을 어디에서 구입하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이 시중에서 흔히 구매하는 제품은 녹중탕입니다. 녹중탕은 대부분 사슴농가와 소비자 사이에 직거래 형태로 유통되고 있죠. 중탕은 생녹용과 함께 밤, 대추, 당귀, 감초, 생강 등 여러 가지 한약재를 함께 넣어 한방요법으로 정성껏 달여 진공 포장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녹중탕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한국사슴협회에 등록된 가까운 목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한국양토양록농협을 통해 구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끝으로 한국사슴협회는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사슴협회는 현재 전국적으로 8개 지부와 32개 지회로 나눠져 있으며 회원 수는 3백63명입니다. 협회 차원에서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내산 녹용 홍보 활동과 양록농가 교육 등을 통해 품질 좋은 녹용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죠. 특히 양록농가의 숙원 사업인 살처분 보상가 현실화를 이루기 위해 대정부 활동을 강화하고 있어요. 협회 차원에서 녹용 생산 단계부터 사슴 사양 관리를 철저히 하는 한편,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도록 우수한 녹용을 생산·유통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진 조영철 기자 제작지원 한국사슴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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