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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최강 비주얼 커플의 달달한 신혼 일기 장민·강수연

EDITOR 두경아

2020. 05. 27

스페인과 한국, 지구 반대편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운명처럼 만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보기만 해도 훈훈한 장민·강수연 부부 이야기다.

‘눈에서 꿀 떨어진다’는 말은 이 부부에게 딱 맞는 표현일 듯하다. ‘최강 비주얼 커플’로 불리는 장민(29)과 강수연(27)은 사진 촬영을 하는 내내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틈만 나면 뽀뽀를 했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터트렸다. 서로 호흡도 척척 맞았다. 장민은 아직 사진 촬영에 서툰 강수연의 포즈를 잡아줬고, 강수연은 장민의 서툰 한국어를 정리해 전했다. 

장민은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대한외국인’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스페인 출신 모델이다. 장민이 19세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한국인이고, 어머니는 스페인 사람이다. 그의 아내 강수연은 헬스 트레이너 경력의 인플루언서로 12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은 요즘 각종 예능·교양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해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부부는 지난 4월 MBC every1 ‘비디오스타’에 나와 지난해 12월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최초로 알렸다. 방송을 통해 “한시도 떨어지기 싫어서 모든 걸 함께한다. 샤워할 때는 물론 화장실에서 큰일 볼 때도 함께 있는다”는 상상초월 로맨스를 들려주기도 했다. 

별다른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8년, 장민은 단골 카페에서 한 여인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곳은 강수연의 언니가 운영하던 카페로, 강수연은 잠시 놀러 왔던 참이었다. 당시를 회상하며 강수연은 “카페에 앉아 있는데,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남편이 눈을 너무 강렬하게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장민은 강수연의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 카페의 SNS를 뒤졌고, 팔로어 중 강수연을 찾아낸 뒤 무작정 메시지를 보냈다. 장민은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냈는데, 한글을 제대로 못 써 친구가 대신 적어줬다”며 당시의 간절했던 마음을 털어놓았다. 정작 메시지를 받은 강수연은 ‘이렇게 멋진 사람이 왜 날 좋아할까’ 하는 생각에 일부러 관심 없는 척했다고.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장민의 진실된 모습에 그의 마음을 받아주게 됐고, 사귀기로 한 날 장민은 강수연의 부모를 찾아가 교제 허락까지 받아냈다. 1년의 연애 기간을 거쳐 2019년 동거를 시작한 둘은 그해 말 혼인신고를 하고 법적인 부부가 됐다. 




방송을 보니 꿀이 떨어지더라고요. 요즘도 여전히 꼭 붙어 지내시나요. 

장민(이하 장)_ 네(웃음). 처음 교제를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각자 일하는 시간 외에는 항상 붙어 있어요. 둘 다 운동이 취미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데, 이제는 일도 함께할 수 있어 좋아요. 앞으로도 둘이 함께 새로운 도전거리를 만들며 쭉 붙어 있을 생각이에요. 

방송을 통해 결혼 생활을 공개했는데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강수연(이하 강)_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은 자신들만 알던 모습을 TV에서 볼 수 있어 재미있다고 해요. 특히 남동생은 아직까지도 누나가 TV에 나오는 걸 믿을 수 없다며 자랑하고 다닌답니다(웃음). 특히 저는 ‘비디오스타’가 첫 방송 출연이어서 주변 관심이 뜨거웠어요. 방송 덕분에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장_스페인에 계신 어머니는 제가 방송에 나와서 신기하다고 말씀하세요. 스페인 가족들은 한국어로 방송되니 자막 없이는 이해하기 힘들 텐데도, 제가 TV에 나오면 작은 분량이라도 가족이 모두 모여 앉아 챙겨 본다고 해요. 

결혼식 전 혼인신고부터 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_수연이가 도망갈까 봐 빨리 잡고 싶었어요(웃음). 1년 전부터 함께 살고 있었고 혼인신고는 작년 12월에 했어요. 저희 가족이 스페인에 있다 보니 결혼식은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할 계획이에요. 

양가 상견례는 했나요. 

강_ 스페인 가족들이 한국으로 여행 와서 상견례를 했어요. 스페인에는 상견례라는 문화가 없어서 낯설어 하셨고 어색한 시간이 있었지만, 곧 밝고 재미있는 분위기로 전환되더라고요. 시어머니를 처음 만나기 전에는, ‘혹시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시면 어떻게 하나’ 너무 걱정되고 떨렸어요. 그런데 만나자마나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셨고 덕분에 긴장이 금세 사르르 녹았어요. 아직도 상견례 날에 봤던 시어머니의 밝은 미소가 생각나요. 

강수연 씨는 결혼을 결심한 이유로 “남편이 항상 용기를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어요. 

강_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나는 못 해” 라고 말할 때 남편은 항상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하며 용기를 줘요. 또 작은 일을 해냈을 때도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크게 칭찬해주고요. 그런 행동과 말들이 제게 큰 힘이 됐고, 자존감까지 높여주더라고요. 

장민 씨가 스페인에서 자란 터라 문화 차이가 있을 듯해요. 

강_ 물론 문화 차이가 있지만 우리 부부만의 문화를 만들며 극복해나가고 있어요.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는 즐거움이 있어서 좋고요. 남편은 스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하루 종일 말할 정도로 신나 하는데, 남편을 통해 다른 문화를 친근하게 접하니 유익하더라고요. 

평소 남편이 한국어로 친정 식구들과 대화하는 걸 보면 너무 부럽고 고마워요. 저는 스페인어를 못 해 시댁 식구들에게 제 마음을 직접 표현할 수 없어 답답하고 속상할 때가 있거든요. 앞으로 스페인어를 열심히 배워서 스페인 가족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두 분이 만나고 결혼하면서 장민 씨 한국어가 많이 늘었을 것 같아요. 

장_ 그럼요! 제가 수연이를 처음 만났을 땐 한국어를 거의 못 했어요. 수연이와 사귀면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죠. 언어를 빨리 익히는 데 사랑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물론 말이 안 통해도 마음이 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잖아요. 가끔 언어 문제로 오해가 생기는 일은 없나요. 

강_ 언어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들이 있죠. 예를 들면 연애 초반에 남편이 “가져가줄게”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데려다줄게’였어요. 그래서 두 단어의 의미와 차이를 설명해줬지요. 

혹시 부부싸움도 하나요. 

강_ 물론 사소한 부분에서 다툼이 있어요. 그 다툼을 해결하기까지 언어적인 문제로 보통의 부부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요. 하지만 ‘풀릴 때까지’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속내를 털어놓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도 체득하게 됐고요. 

평소 두 분이 함께 여행을 즐긴다고 들었어요. 

장_ 요즘은 코로나19로 여행을 못 가고 있어요. 다행히도 둘이 함께 하는 일들이 많아서 여행을 다니는 대신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인데, 모두가 잘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장민 씨는 요리 솜씨가 좋기로 유명하더라고요. 

강_ 남편이 저보다 요리를 많이 하고 실력도 좋은 편이에요. 저는 같은 음식만 만드는데, 남편은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고 자신만의 레시피를 완성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늘 “장 셰프”라고 불러요. 남편이 해주는 요리 중에 스페인 스타일의 감자 부침개인 ‘토르티야 데 파타타스’를 가장 좋아해요. 제가 말만 하면 바로 그날 스페인 요리를 뚝딱 만들어줘요. 

장민 씨는 모델, 강수연 씨는 헬스 트레이너 출신인데 평소 다이어트를 위해 어떤 음식을 즐겨 먹나요. 

강_ 저는 다이어트 식품 하면 닭가슴살이나 고구마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남편은 다양한 재료로 다이어트 요리를 하더라고요. 즐겨 먹는 건 렌틸콩, 병아리콩, 쿠스쿠스(좁쌀 모양 파스타), 스테이크 등이에요. 이런 식재료를 활용해 건강하게 다이어트 식단을 짜서 먹고 있어요. 

운동 마니아답게 커플 운동도 즐기실 것 같은데, 요즘처럼 집콕 할 때 효과적인 커플 운동이 궁금해요. 

강_ 1-10, 10-1 스쾃을 추천해요. 서로 손을 마주 잡고 번갈아가면서 스쾃을 하는데, 서로 숫자를 카운팅해주는 거예요. 남편이 한 번, 제가 한 번, 남편이 두 번, 제가 두 번 이런 식으로 하나씩 늘려가며 열 번까지 해요. 열 번이 됐을 때 거꾸로 한 번까지 내려오면 된답니다. 이렇게 한 사이클만 해도 운동 효과가 정말 커요. 

SNS를 보니 두 분 모두 조카 사랑이 대단하던데, 2세 계획은요. 

강_ 저는 조카가 없어서 아기를 돌보는 방법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스페인에 갔을 때 남편의 조카인 낄리안을 만나서 사랑에 빠졌죠. 귀여운 조카를 보니 아이를 빨리 낳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남편 닮은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고 싶어요. 남편을 닮으면 정말 예쁠 것 같아요. 

수연 씨 부모님이 장민 씨를 굉장히 아끼는 걸로 알고 있어요. 장인, 장모로부터 사랑받는 비결이 궁금하네요. 

장_ 스페인 스타일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되 예의 바르게 하려고 노력해요. 평소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하고, 안아드리거나 손잡아드리는 등 스킨십을 많이 해요. 장인·장모님 모두 저를 아들이라고 생각하시고, 저도 부모님 대하듯 편하게 행동합니다. 호칭도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고요. 


부부의 든든한 지원군은 한국과 스페인의 가족

장민 씨 어머니는 스페인에 계신데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많으실 것 같아요. 

장_ 코로나19로 인해 스페인 사람들은 두 달간 집에서 격리 중이에요. 집 밖을 나갈 수 없는 것도 답답하겠지만, 일단 코로나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관련 뉴스를 챙겨 보고 있다고 해요. 어머니가 작년부터 면역력이 저하돼 있다는 진단을 받고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걱정이 돼요. 제가 곁에서 보살펴드릴 수 없어 마음이 아파요. 

장민 씨는 유튜브 채널 ‘거의 한국인/Almost Koreans’을 운영 중인데, ‘역시 나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구나’ 느끼는 순간은요. 

장_ 한국 음식을 좋아할 때요.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팥이 든 아이스크림이나 떡을 스페인 디저트보다 더 좋아해요. 비가 오면 막걸리에 파전이 생각나고, 스트레스 받으면 매운 음식을 먹고, 피곤하면 사우나가 떠오르죠. 그리고 술 마신 다음 날에는 뼈다귀해장국으로 속을 풀고요. 이제는 ‘거의 한국인’이 아니고 ‘나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런 순간이 많아요. 

어린 시절 스페인에서 동양인 혼혈로 차별과 놀림을 받았고,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장_ 태권도를 했던 아버지는 건강상의 문제로 운동을 그만둔 뒤 한의사가 되셨어요. 제가 태어났을 때는 한의사로 일하셨는데 아주 엄격하셨죠. 아버지는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스페인의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커서 아버지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열아홉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일을 시작하면서 아버지 말씀을 이해하게 됐어요. 

아버지와 어떤 점이 닮았을지 궁금하네요. 

장_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예전 아버지가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 찾아 나선 적이 있어요. 아버지의 옛 친구들을 만났는데 학창 시절 개구쟁이로 기억하고 계시더라고요. 제 머릿속에 엄격했던 아버지 모습이 남아 있는데 말이죠. 그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알게 됐어요. 저의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 아버지를 많이 닮은 거더라고요.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요. 

장_ 혼인신고는 했지만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상황이에요. 코로나19 때문에 더 늦어지고 있어서 이 사태가 끝나면 바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요. 또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스페인을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 가족들과 스페인을 방문해 다 함께 여행할 날을 기대해요. 

강_ 스페인 가족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요. 남편의 누나인 수연 언니가 둘째를 임신했거든요. 출산 시기에 맞춰 함께 지내면서 축하해드리고 싶어요.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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