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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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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4차 산업혁명으로의 큰 전환점 될 것”

김홍찬 서울시 제로페이추진반장

EDITOR 조윤

2019. 12. 03

서울시는 제로페이가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인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인프라라고 설명한다. 제로페이가 가져올 미래 소비 시장의 모습과 산업의 파급 효과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시는 제로페이가 도입된 지난해 12월에 앞서 같은 해 7월 제로페이추진반을 만들어 사업을 총괄해왔다. 그러다 제도 시행 1주년을 앞두고 지난 11월 초 제로페이 운영을 총괄하는 민간재단법인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출범했다. 운영 주체를 민간이 맡는 것은 제로페이 사업 설계 초부터 계획돼 있던 일이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사업에서 손을 떼는 건 아니다. 진흥원은 전산 네트워크 시스템 관리를 총괄하고 서울시와 중소기업벤처부는 가맹점 모집을 중심으로 한 제로페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계속한다. 

김홍찬 서울시 제로페이추진반장은 “이처럼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것이 제로페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가맹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의 기반을 닦는 역할을 하고 있단 이야기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는 “제로페이가 성공하려면 소상공인 우대 정책이라는 프레임과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인프라라는 관점을 함께 가지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하루 전, 모바일 결제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중국을 다녀온 김 반장을 만나 이 같은 주장의 배경을 들어봤다.

제로페이 운영 주체를 민간으로 넘긴 이유가 있나요.

이걸 설명하기 위해선 우선 제로페이가 단순한 결제 앱이라는 오해부터 풀어야 해요. 제로페이는 모바일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라고 보는 게 맞아요. 가맹점 확보를 통해 결과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모바일 결제 망을 까는 일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관에서 주도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요. 나머지 세부적인 운영은 관련 민간 주체가 담당하는 게 맞죠. 서울시는 그 밖에 박물관·도서관 등 각종 공공시설과 ‘따릉이’ 등 서울시 정책, 제로페이를 연계해 혜택을 마련하고 홍보하는 일을 계속할 겁니다. 

제도 시행 1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그간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일단 제로페이를 도입했다는 자체가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어요. 일각에선 사용률이 낮다고 비판하는데, 앞서 지적했듯 제로페이를 상품으로 보기 때문이에요. 네이버페이나 페이코 같은 모바일 기반 사업자들이 각자 투자해 오프라인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하면 비용도 많이 들 뿐 아니라 중복 투자 위험이 있어요. 제로페이는 그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준 거예요. 단순히 결제액만 두고 이야기하면 억울하죠. 두 번째는 이걸 통해 본래 목적대로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췄다는 겁니다. 가만히 있으면 카드사는 수수료를 내리지 않아요. 제로페이 도입이 발표되고 나서 카드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니 금융위원회에서 5대 카드사의 수수료를 낮추도록 했죠. 카드 수수료 문제를 의제화하고, 실제 연매출 8억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는 ‘0’으로 만든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봐요. 

현재 전국에 가맹점이 31만 곳 정도지요. 가맹점주들 반응은 어떤가요. 

제로페이 사용이 늘어야 점주 입장에선 혜택을 실감할 수 있는데 아직은 부족한 측면이 있죠. 한 식당의 경우, 제로페이로 결제한 것을 신용카드로 사용했을 경우와 비교해보니 40만원 정도 수수료를 절감했다는 사례도 있었어요.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업체는 카드 수수료가 영업이익의 30~50%를 차지할 만큼 어마어마하거든요. 그러니 이용객이 늘어날수록 가맹점에서도 혜택을 체감할 겁니다. 소비자의 결제 습관만 바뀌면 그 파급 효과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일 거예요. 




제로페이 사용 가능 앱.

제로페이 사용 가능 앱.

그런데 결제 과정이 다소 번거롭다는 의견이 있어요. 

신용카드가 자리 잡지 못하던 1980년대 초반, 신용카드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다는 기사가 쏟아졌어요. 정부가 카드 의무 수납제를 도입하고 소득공제를 해주는 등 강력하게 개입한 결과 지금처럼 카드 결제가 일상화됐죠. 제로페이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점차 사용이 늘 거예요. 우선 이를 위해 기존에 소비자가 매장 QR 코드를 촬영하고 금액을 입력해야 했던 걸 소비자 QR 코드를 판매자가 읽으면 되는 걸로 변경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테이블에 앉아 주문부터 결제까지 QR 코드로 한 번에 해결하는 ‘테이블오더’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 같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주문, 결제뿐 아니라 탑재할 수 있는 기능과 부가서비스가 무궁무진해요. 제로페이가 4차산업혁명에 가져올 파급효과가 큰 이유예요. 하드웨어인 카드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죠. 

당장은 소득공제 외에는 신용카드 혜택에 비해 사용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카드사는 평균 2%의 수수료를 가맹점으로부터 가져가는데 소비자 혜택은 결국 여기에서 나오는 거예요. 캐시백, 마일리지, 포인트 등은 카드 사용이 많으면 그에 비례해 쌓이는 거지 개별적으로 들여다보면 혜택이 그리 크지 않아요. 그러니 제로페이도 활성화되기만 하면 충분히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죠.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 시장 1위인 카카오페이도 수수료만 협의되면 제로페이 사업자로 들어올 수 있어요. 그러면 이용객이 크게 늘 거고요. 물론 지금도 서울시 사업인 만큼 공공시설 이용은 10~5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네이버페이를 이용할 경우 2% 적립해주는 등 파격적인 혜택이 있어요. 전통 시장 온누리 상품권은 기존에 5%만 할인되던 걸 제로페이로 구매하면 한 달에 최대 50만원까지 10%를 할인받아 쓸 수 있도록 했어요. 최근 열풍인 지역 화폐도 제로페이와 연동해 10% 더 싸게 구매할 수 있고요. 

‘제로페이의 일상화’를 위한 향후 계획은 어떻습니까. 그것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도 궁금해집니다. 

무엇보다 제로페이를 일상적 결제 수단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해요. 현재 편의점, 식당, 이마트 등이 주요 가맹점인데 직접적 혜택을 받을 소상공인 등을 더 참여시켜야죠. 또 대형 마트, 백화점, 체인점과도 협약하려 합니다. 왜 대형 업체들까지 끌어들이냐는 비판이 있지만 어딜 가도 현금이나 카드 없이 제로페이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이들의 참여가 필수적이에요. 지금 추세로라면 2020년엔 가맹점이 100만 곳을 넘어설 수 있을 거라 봐요. 다음으론 편의성 측면에서 결제 방식을 개선해 소비자 이용을 늘려야죠. 중국에 가보니 이젠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인식해 결제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더군요.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선 이미 모바일 간편결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 서비스가 고도로 발달했어요. 서울시도 제로페이를 통해 4차산업의 틀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인 동시에 산업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겁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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