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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epilogue

‘SKY캐슬’과 대치동 24시 풍경이 조현탁 PD에게 남긴 것

EDITOR 두경아

2019. 03. 11

1.7%로 시작해 23.8%의 시청률로 마무리된 화제의 드라마 ‘SKY캐슬’ 조현탁 PD가 들려준 제작 뒷얘기.

‘SKY캐슬’이 1.7%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출발해 비지상파 드라마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인 23.8%로 막을 내리는 동안 조현탁 PD는 현장에서 울고 웃었다. 

“시청률 1.7%가 나온 날에도 아침부터 촬영을 해야 했어요. 무척 괴로웠고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죠. 그때 스태프가 ‘이제 (시청률이) 오를 일만 남았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군요. 유현미 작가님도 첫 회 시청률이 1.7%에 그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셨던 거 같아요. 제가 ‘2부는 4%가 넘을 거다’라고 했더니, 작가님이 ‘그런 사례가 있느냐’고 물으셨고, 저는 없다고 했죠(웃음). 작가님이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나면 근사하게 밥을 사겠다’고 했는데 정말 바라던 대로 됐고 이후 계속 좋은 일들만 있었네요.” 

드라마는 조 PD의 예상대로 2회에 4.4%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10회부터는 10%를 훌쩍 넘었다. 스타 마케팅 없이, 오로지 시청자들의 입소문만으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는 인기 요인으로 “핫한 사회적 이슈와 맞아떨어진 덕분”이라고 겸손해했지만 ‘SKY캐슬’은 여러모로 성공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였다. 조 PD 자신도 “다음 회를 읽지 않으면 못 배길 정도였다”는데, 이는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저희 드라마가 편집이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색 보정 작업을 합니다. 완성본을 처음 보는 사람이 그 작업을 하는 분일 거예요. 그분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색을 보정해야 하는데 드라마에 빠져서 자꾸 놓친다’고 하더군요.” 

조 PD는 극이 흥미롭게 진행되기까지 겉 다르고 속 다른 캐릭터들을 표현하기 위해 작전을 많이 짰다. 이중 거울 속에 비친 두 가지 모습이라든지, 표정과 다른 뒷모습이나 손동작 등을 클로즈업하는 식으로 감정의 디테일을 살렸다. 



“사람의 뒷모습은 거짓말을 못 해요. 손동작 등 몸짓도 마찬가지죠. 웃고 있는 얼굴로 속일 수는 있으나 손동작은 이상하게 부자연스럽거든요.”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드라마 방영 기간 동안 대본 유출, 주제곡 ‘We All Lie’ 표절 논란 등 굵직한 스캔들이 터졌다. 극 중 혼외자, 청부 살인 등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도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조 PD는 “시청자의 눈에 막장으로 보였다면 내가 부정하는 게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막장 그 자체는 죄가 없다”고 말했다. 

“막장은 악의적으로 시청자들을 자극시키기 위한 장치로만 사용될 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SKY캐슬’에도 막장 같은 요소가 있었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죠.”

예술적 동반자 염정아, 존경스러웠던 이태란

‘SKY캐슬’에서는 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조 PD는 “배우들이 마치 빙의된 것처럼 캐릭터에 완벽하게 빠져 있어서 저나 작가보다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평했다. 

“이번에 함께한 모든 배우에게 애정이 있어요. 연기를 잘할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인 분들이거든요. 연기는 잘하지만 인간미는 별로인 경우도 있는데, 9명 다 매력적이어서 작업하는 내내 즐겁고 행복했어요.” 

그는 “아역을 포함해 모든 출연자에게 고맙다”고 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고마운 배우로 주인공 염정아를 첫손에 꼽았다. 두 사람은 2016년 방영된 드라마 ‘마녀보감’을 함께하며 신뢰가 쌓인 사이다. 

“염정아 씨는 대본도 다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어요. 윤세아 씨도 소개해줬고요. 촬영 현장에서도 예술적 동반자로서 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그런가 하면 이태란은 조 PD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드라마 속 이태란이 맡은 수임은 드라마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비호감으로 비치는 결과를 낳았다. 

“고통스러웠던 부분 중 하나였어요. 배우 본인은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안 좋게 해석하면 도리가 없더군요. 그럼에도 이태란 씨가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한 신, 한 신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이 인간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됐고 무척 존경스러웠어요. 결국 일관된 그의 노력과 진심이 ‘혐오수임’이라는 질타를 ‘빛수임’ ‘탄산수임’ 같은 찬사로 바꿔놓았죠. 한번 시청자의 눈 밖에 나면 되돌리기 힘든데 진심을 다해 한 걸음씩 나아가니, 알아봐주시더군요. 흐뭇한 경험이었습니다.” 

원래 교육에 큰 관심이 없던 그에게 새로운 문제의식이 싹트게 한 것도 이번 드라마다. 그는 작품의 메시지를 섬세하게 전하기 위해 대본을 쓴 유현미 작가가 추천한 책들을 죄다 읽고, 대치동 학원가를 직접 찾아 자료를 수집하면서 생각보다 심각한 입시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대치동 학원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만히 앉아 지켜본 적이 있어요.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어린아이들이 큰 가방을 메고 어디론가 가더라고요. 한 손에 움켜쥔 신용카드로 뭔가를 사 먹은 후 학원으로 이동 중이었어요. ‘대한민국이 이렇게 굴러가고 있구나’ 하고 느끼면서 ‘좀 더 진심으로 작품에 임해야겠다’ ‘내 자신도 문제의식을 갖고 작품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보는 분들에게도 제 마음이 닿았는지 ‘SKY캐슬’ 관련 기사에 ‘드라마를 보고 아이에게 뽀뽀를 해줬다’는 댓글이 달리더군요. 하하하”.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드라마가 방영된 후 김주영(김서형) 같은 입시 코디네이터에 대한 문의가 학원가에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에 대해 조 PD는 “그것이 우리 교육 현실의 민얼굴인 것 같다. 답답하고 아쉽다”며 씁쓸해했다. 

한편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영재나 예서 이야기가 유현미 작가 본인의 경험담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PD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작가님이 아이 입시를 치른 경험을 기초로 했다는 이야기가 오해를 부른 것 같다”고 답변했다. ‘SKY캐슬’의 김지연 CP도 “유 작가의 2015년 작품인 ‘고맙다, 아들아’에서도 수능을 앞둔 자녀를 둔 두 집안이 등장하는데, 이때 유 작가가 교육과 입시 세계에 대해 취재했다. 이번 드라마를 선보이기 전, 최소 4년 이상의 취재 기간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작가는 이화여대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2001년 KBS 극본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방송에 데뷔했다. 그동안 ‘신의 저울’ ‘즐거운 나의 집’ ‘각시탈’ ‘골든크로스’ ‘고맙다, 아들아’ 등을 집필했다. 2008년 제21회 한국방송작가상 드라마 부문, 2009년 제45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극본상을 수상했다.

기획 김지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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