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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향군인회 상조회 한재룡 대표이사 “죽음을 상품화하지 않는 것이 나의 신념”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1.12.23 10:06:31


지난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상조회사에 대해 “상주의 고통을 이용해 돈벌이만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회원들이 낸 불입금으로 주식 펀드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장례는 불성실하게 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띄는 회사도 있었다. 재향군인회(향군)가 세운 재향군인회 상조회가 그것이다. 올해 재향군인회 상조회는 동아일보가 수여하는 고객행복경영대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다. 왜 재향군인회 상조회는 다른 평가를 받는지 한재룡 대표를 만나 조목조목 따져 보았다.
한 대표는 3사 졸업 후 경리 병과에서 근무하다 중령으로 전역하고 농협에 들어가 국방부 조달본부 지점장과 방위사업청 지점장을 하고 정년퇴직했다. 그리고 재향군인회 상조회 공채에 응시해 대표가 됐다. 한 대표는 군과 금융기관에서 쌓은 경험을 재향군인회 상조회에 쏟아부어 깨끗한 장례문화 만들기에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내가 곧 상주’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중요

-재향군인회 상조회가 다른 상조회와 다른 점은 뭔가요?
“전사한 군인은 군복을 입혀 장례를 치러야 하니, 군인에게는 군복이 곧 수의(壽衣)입니다. 수의를 입고 근무하는 직업인이다 보니, 군인들은 남다른 사생관(死生觀)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군만큼 의전을 중시하는 곳도 없습니다. 국가행사를 치를 때도 분열과 열병 등 주요 의전은 전부 군인들이 맡지 않았습니까? 천안함 46용사와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해병 용사 영결식도 우리가 의전을 지원했습니다.
재향군인회 상조회는 죽음을 의식하고 살아온 예비역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내가 곧 상주’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에서 의전을 치릅니다. 이를 위해 모든 의전은 직영으로 운영합니다. 우리는 공공 기관 성격이 강해 향군 자체 감사를 비롯해 많은 감사를 받고 있어요. 투명하지 않을 수 없는 조직입니다. 수익에 앞서 정도(正道) 경영을 표방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재향군인회 상조회 한재룡 대표이사 “죽음을 상품화하지 않는 것이 나의 신념”

-상조회사 경영자로서 본 죽음은 무엇입니까?
“돈과 명예 지위 권력 같은 것들은 살아 있을 때 필요했던 수단이지, 죽은 다음에도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죽음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이기에 상주와 조문객들에게 고인의 삶을 반추해보는 자리가 돼야 합니다.
산업화와 핵가족화에 따라 죽음에 대한 인식이 변했습니다. 과거에는 집 밖에서 죽는 객사(客死)를 두려워했으나, 지금은 집에서 돌아가신 분도 집 밖의 장례식장으로 모시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로 인해 장례는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사업이란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죽음을 아름답게 만들어온 우리의 전통이 있었는데 사라지고, 돈으로 치르는 의식이 된 것입니다. 이 모순을 극복하려면 장례는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합니다. 내 부모가 돌아가셨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고인과 상주를 대하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일을 하고 있다는 데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장례에는 무엇보다 ‘정성(精誠)’이 필요해

-재향군인회 상조회는 불입금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습니까?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기에 전부 제 1 금융권에 예치해놓고 있습니다. 재향군인회 상조회는 신뢰를 생명처럼 여기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회원이 맞은 장례를 정성껏 모실 수 있습니다.”

재향군인회 상조회 한재룡 대표이사 “죽음을 상품화하지 않는 것이 나의 신념”

-화장장에 가보면 유골이 검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제대로 된 수의를 쓰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를 본 유족들은 ‘상조회사한테 속았다’며 분노합니다.
“100% 삼베가 아닌 화학섬유가 들어간 수의로 염(殮)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100% 삼베로 짠 수의로 염을 합니다. 국내에서는 삼베가 거의 나오지 않아 중국산을 수입하지만, 수의 제작만큼은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진 안동 지역 회사에 맡기고 있습니다.”


-화장 후 유골을 수습하는데 큰 자석을 이용해 쇠붙이를 수습하는 것도 본 적이 있습니다.
“관에는 나무못을 써야 하는데, 화장을 한다고 하면 관에 쇠못을 박는 이들이 있습니다. 유골을 전달할 때 쇠못을 제거해야 하니까 자석으로 수습하는 것이지요. 그런 식이니 상주는 상조회사를 잘못 썼다고 후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장례업을 하는 이들은 내 부모상을 당했다는 역지사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상주도 만족하고 회사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재향군인회 상조회 한재룡 대표이사 “죽음을 상품화하지 않는 것이 나의 신념”

-상조회사가 언제부터 이렇게 번성했나요?
“과거의 장례는 이웃과 일가친척들이 같이 해주는 품앗이로 치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화로 핵가족화 됐기에 큰일을 당해도 도와줄 이웃과 친지가 없어 상조회사가 생긴 것이지요.
상조회사는 우리보다 개화가 100여년 앞선 일본에서 먼저 생겨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처음 생겼으니 30년의 역사를 쌓아온 셈이지요. 지난해 초에는 400여 사까지 늘어났는데, 최근 300여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할부 거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부실 상조회사들이 많이 정리되고 있습니다.“

재향군인회 상조회 한재룡 대표이사 “죽음을 상품화하지 않는 것이 나의 신념”

-대기업이 상조회사를 하면 국민에게 더 낫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장례를 구성하는 다섯 요소는 수의, 관, 운구차(과거에는 상여), 장례지도사와 도우미가 제공하는 서비스, 그리고 제단을 꾸미는 꽃입니다. 이 다섯 요소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어요. 신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기업과 보험회사들이 진출하려고 하니 문제입니다. 돈 벌이가 된다고 보기에 그런 것 같은데, 그들은 국가 발전을 위한 큰 사업에 진력해주면 좋겠습니다. 장례는 ‘정성(精誠)’을 필요로 하는 것이니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남겨주었으면 합니다.
장례를 돈 벌이로 보고 뛰어들면 안 됩니다. 장례는 상주도 만족하고 상조회사도 좋은 평을 얻는 상생(相生)의 업이 돼야 합니다. 법과 원칙대로 하는 정도 경영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여러 기관에서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좋게 평가해준 것은 정성을 갖춘 중소기업이 필요하다는 증거입니다.”


글·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사진·조영철<동아일보 출판사진팀 기자>
동영상·강조은 김태현 이승진<더우먼동아 eTV 에디터>


여성동아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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