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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JEJU SPECIAL | PART 1 제주도&스타

제주에서 꿈이 익는다

18년째 애플망고 농장 경영 노주현

글·김지영 기자|사진·조영철 기자

2014. 12. 05

‘과일의 여왕’ 망고가 제주도에서도 자라고 있었다. 당도가 높고 영양소가 풍부한 애플망고를 재배 중인 이는 뜻밖에도 중견 연기자 노주현이다.

제주에서 꿈이 익는다
배우 노주현(68)의 애플망고 농장은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바닷가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1만6500㎡(5천 평)에 이르는 다섯 채의 비닐하우스 안에는 일찌감치 열매를 맺고 휴식 중인 애플망고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처음에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애플망고는 5월이면 출하가 끝나 농장이 황량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던 노주현은 고맙게도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아내와 함께 이곳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연고가 전혀 없는 제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그의 표현대로 “팔자”였는지도 모른다. 1968년 TBC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자마자 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유명 배우로 군에 입대해 1975년 제대했다. 그가 제주도 땅을 사들인 것은 그 무렵이다.

“1975년 군 생활을 마치고 나왔더니 그동안 나를 기다린 방송국과 광고주 쪽에서 돈을 좀 줬어요. 그 돈으로 뭘 할까 고민하는데 당시 맥주 회사에 다니던 친구가 자사 우선주를 사두라고 했죠. 그런데 우선주가 뭔지 몰라 그 얘기가 귀에 쏙 안 들어왔어요. 또 한 친구가 제주도에 감귤 농장 33만㎡(10만 평)를 갖고 있었는데 적당한 금액을 보내주면 여기에 땅 좀 사놓겠다고 했어요. 원래 농대 지망생이었던 터라 농장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죠. 농대에서 안 받아줘서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기에 땅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어요. 제주도에 땅을 사둬도 나쁠 건 없겠다 싶었고요.”

원래 농대 지망생, 애플망고에 대한 자부심 지녀

제주에서 꿈이 익는다

원래 농대 지망생이던 노주현은 마음에 품고 있던 농장 경영의 꿈을 이루려고 1975년 군에서 제대한 직후 제주도 땅을 구입했다.

애플망고 농장은 그때로부터 20여 년이 지나 문을 열었다. 일본의 미야자키망고 종자를 들여와 애플망고를 처음 개발한 사업가에게서 농장을 인수하고 묘목도 매입해 농장주의 꿈을 이룬 것. 하지만 그가 직접 농장을 관리할 만한 여건은 아니었다. 드라마 출연이 끊이지 않은 데다 애플망고는 연중 무더운 지역에서 잘 자라는 열대 과일이라 재배 조건이 까다로웠다.



“처음 애플망고 묘목을 들여와 열매를 출하하기까지 4~5년이 걸렸어요. 이게 날씨에 엄청 민감한 과일이라 한겨울부터 1백50일 동안 불을 때야 출하가 가능합니다. 우리 농장에서는 경유를 쓰는데 한번 불을 때기 시작해 출하를 끝낼 때까지 기름 값만 7천만원이 들어요. 손도 많이 가요. 한 줄기에 꽃이 수십 송이가 피는데, 암꽃과 수꽃의 비율이 3 대 1이고 수꽃의 수명이 2시간밖에 되지 않아 수정시키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요. 또 수정이 잘돼서 과일이 달리면 축 늘어지지 않게 일일이 실로 매달아줘야 하고요. 망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일을 못해 일손 구하기도 쉽지 않죠. 수확량도 변수가 많아 일정치 않고요. 앞으로 농장이라는 1차 산업이 전망이 있다고 보는데, 농사가 보통 힘든 게 아니에요. 하늘이 도와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가 20년 가까이 농장을 굳건하게 지켜온 힘은 애플망고의 특별한 맛과 향에 대한 자부심에서 비롯된 듯하다. 한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할 정도라고. 그는 “덜 익은 채 수입된 바나나와 현지에서 숙성한 바나나의 맛이 천양지차이듯 망고도 마찬가지”라며 “수입 망고가 펑퍼짐한 이미지라면 제주 애플망고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라고 비유했다.

“애플망고는 당도가 높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섬유질이 많아서 피부 미용에 참 좋아요. 소화 기능이 떨어져 식사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도 좋고요. ‘과일의 여왕’이라는 애칭이 무색하지 않아요.”

모든 면에서 수입 망고보다 한 수 위지만 제주 애플망고는 동네 슈퍼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과일은 아니다. 서울 가락동시장의 도매상을 통해 일부 고급 백화점에서만 유통된다. 중간 마진이 세서 실제 농가에서는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한다. 그는 “애플망고가 숙성했을 때 수확하자마자 먹어야 최상의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은 유통 구조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소비자와 직거래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미야자키망고는 출하 시스템이 우리와 달라요. 사람이 직접 따는 게 아니라 밑에 망을 쳐놓고 완숙한 과일이 저절로 떨어지면 그날 바로 일본 열도에 경매로 나가죠. 망고 개당 가격이 최소 3만 엔(약 30만원) 정도고 최고가가 30만 엔(약 3백만원)을 기록하기도 했어요. 애플망고는 그에 비하면 가격 경쟁력이 월등해서 직거래 등 마케팅으로 승부하면 제주 특산품으로서 널리 유통될 수 있어요. 도 차원에서 농가를 위해 환경 친화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신·재생 에너지로 교체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문제만 해결돼도 농가 소득이 지금보다 크게 늘고 소비자 역시 보다 맛 좋고 값싼 애플망고를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은퇴 후에는 제주에 완전히 정착할 계획

오랫동안 농장을 운영했지만 그가 망고 농사로 벌어들인 수익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도 땅값은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고 하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일침을 놓았다.

“전국에서 제주도 땅값이 가장 안 올랐는데 요새 매스컴에서 자꾸 거품 낀 보도를 남발해 외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어요. 진즉에 외자 유치를 했으면 제주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했을 겁니다. 물밀 듯이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이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숙박업소만 이용한다는 편견도 버려야 하고요. 중국인들은 제주에 먹을 만한 것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러면 그에 맞게 우리가 변화해서 기득권을 찾아와야 하고요. 현재 제주의 경쟁력은 아름다운 자연뿐입니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려면 관광객의 오감을 채워줄 문화콘텐츠와 나이트라이프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하죠.”

농장 내에는 숙박을 해결할 거처가 없어 제주에 들를 때마다 제주시 한경면에서 지인이 운영하는 골프텔 라온빌리지를 이용한다는 그는 연예계에서 은퇴하면 농장 인근에 집을 짓고 여생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그때는 주위의 자연과 그림처럼 어우러지는 농가를 짓고 싶다는 그는 “농장을 하면서 제주도에 정착한 친구들을 여럿 사귀고 힘든 농장 일까지 하면 심심할 겨를이 없을 것”이라면서 “과실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내년 4월 놀러 오라”는 작별 인사를 남기고 아내와 함께 성산 일출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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