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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에이미 둘러싼 소문의 진실

성형과 연예인 그리고 검사 커넥션

글·김유림 기자|사진·현일수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뉴시스 제공

2014. 02. 14

현직 검사가 직권을 이용해 성형외과 원장을 협박한 혐의로 구속됐다. 춘천지검 전모 검사가 성형수술 후유증을 호소하는 방송인 에이미를 대신해 수술비를 포함한 위자료를 받아낸 것. 과연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이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으며 성형외과 의사는 왜 순순히 돈을 건넨 것일까.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에이미 둘러싼 소문의 진실
사건의 발단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 성폭행 의혹 사건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일하던 김모(37) 씨는 병원장 최모(43) 씨가 자신에게 프로포폴을 주사한 뒤 잠이 든 틈을 타서 세 차례 성폭행을 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최씨의 휴대전화 기록 내용을 조사하던 중 이 사건과는 별개로 뜻밖의 정황을 포착했다. 춘천지검 소속의 전모(37) 검사가 최씨의 병원을 압수수색하겠다고 협박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견한 것. 결국 경찰이 현직 검사를 수사선상에 올리자 검찰은 감찰본부를 통해 전 검사에 대한 감찰을 벌였고, 지난 1월 16일 변호사법 위반 및 공갈 혐의로 전 검사를 구속했다.

조사 결과 전 검사는 지난 2012년 춘천지검에서 근무할 당시 에이미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한 검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에이미는 당시 서울 강남의 한 네일숍에서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는데, 사건 최초 신고자의 주소지가 춘천인 관계로 에이미 사건은 서울이 아닌 춘천지검으로 배당됐다.

재판에서 에이미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춘천교도소에서 49일을 보낸 뒤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후에도 두 사람의 만남은 계속됐다. 전 검사는 에이미가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힘들어 한다는 걸 알고 최씨의 병원으로 찾아가 에이미 대신 변상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전 검사는 자신의 신분을 밝혀 최씨에게 “당신을 수사할 수 있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최씨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유명 연예인들에 대한 불법 프로포폴 투여 혐의 등으로 내사를 받고 있었다. 결국 최씨는 에이미에게 7백만원 상당의 재수술을 무료로 해줬고, 에이미가 이전에 받은 수술비와 다른 병원에서 받은 치료비 등을 합쳐 1천5백만원을 변상했다. 그러자 전 검사는 최씨가 준 돈을 에이미 지인의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전 검사는 “에이미의 사정이 딱해 선의로 도왔던 것 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꼬리에 꼬리 무는 협박과 청탁

에이미 둘러싼 소문의 진실

1 에이미의 해결사로 나섰다가 구속된 전모 검사가 1월 17일 검찰에서 3차 소환 조사를 받고 주차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2 에이미가 성형수술을 받은 최모 원장이 운영하는 강남 성형외과.

사건의 중심에 있는 에이미 역시 전 검사를 두둔하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에이미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포폴 문제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후 기댈 곳 없는 내가 유일하게 의지했던 사람이 전 검사다. 몇 번이고 죽으려고 할 때마다 나를 살려놓은 사람이다. 아름답게 만나고 싶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더티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전 검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 검사와 최씨 사이에 또 다른 부당거래가 있던 건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 1월 15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연예인 프로포폴 사건으로 내사를 받고 있던 최씨가 전 검사에게 “검사님, 오늘도 수고 많으시죠. ××양 다녀갔습니다. 제 사건번호는 서울중앙지검 2013형제 ××호, 담당검사는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이에 전 검사는 “잘 알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이와 관련해 전 검사는 “부탁을 받은 것은 맞지만 거절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전 검사는 최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한 김씨에게 수천만원을 송금한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해 김씨가 전 검사에게 최씨와의 돈거래 내용을 알고 있다고 밝히자 전 검사는 입막음용으로 김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혐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 검사의 변호인인 임신원 변호사는 “전 검사가 김씨에게 금품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협박에 의한 것인지 등 자세한 정황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임 변호사는 “에이미가 출소 후에도 성형 수술 부작용으로 힘들어하고 연예인 생활도 안 풀리는데다 건강 문제로 우울증까지 앓자 전 검사가 미안한 마음을 느꼈던 것 같다. 이후 전 검사는 에이미가 재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남자친구로서 병원과 에이미 간에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에이미는 올해 초 다시 치료를 받으려고 미국으로 갔고, 이때 전 검사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미국 생활비와 치료비, 제과기술 연수비 등 명목으로 에이미에게 6천만 원을 송금해줬다고 한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 부유한 집안 환경을 밝혀온 에이미가 왜 전 검사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최씨의 병원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영업 중이다. 기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 최 원장은 아침부터 수술 중이었다. 대신 병원 관계자로부터 짧은 입장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김씨와 최 원장 사이에 오해가 생겨서 일어난 일이다. 전 검사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것도 잘못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결국 최씨는 1월 17일 김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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