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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누나’와 ‘짐승기’의 성장 스토리

tvN ‘꽃보다 누나’ 전격 해부

글·구희언 기자 | 사진·tvN 제공

입력 2014.01.16 09:35:00

예능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할배들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누나들.
노련한 ‘짐꾼’이던 이서진은 그 직위를 젊은 피 이승기에게 물려줬고, 식상해질 뻔한 배낭여행 프로젝트는 그렇게 다시 주말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꽃누나’와 ‘짐승기’의 성장 스토리
좀처럼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들던 여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이하 ‘꽃누나’)가 인기몰이 중이다. KBS에서 ‘1박2일’이라는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만든 나영석 PD가 CJ E·M으로 이직하며 야심 차게 내놓은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에 이은 배낭여행 프로젝트 2탄이다. 배우로선 이미지 쇄신의 장이라 좋고, 시청자들은 신선한 볼거리를 얻어서 좋다.

2013년 나온 프로그램 중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을 꼽으라면 아마 다들 ‘응답하라 1994’와 ‘꽃누나’를 꼽을 것이다. 첫 방송부터 평균 시청률 10.5%(닐슨코리아)를 넘긴 ‘꽃누나’. ‘꽃할배’의 첫회 시청률(7.1%)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치다. 광고주도 웃고, 출연진이 착용한 아이템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방송사는 시청률 덕에 함박웃음이다.

네 명의 할배(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는 네 명의 누나(윤여정·김자옥·김희애·이미연)로 교체됐다. 이서진의 자리는 이승기가 채웠다. ‘꽃할배’들이 서유럽과 대만을 여행한 것과 달리 누나들은 다소 생소한 동유럽 크로아티아로 9박 10일간 여행을 떠났다. 터키와 크로아티아의 풍광에 사로잡혀 여행 일정을 알아보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꽃누나’와 ‘짐승기’의 성장 스토리

‘꽃누나’ 멤버들은 ‘꽃할배’들과 사전 모임을 갖고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여정 내내 패션으로도 화제가 됐다.

‘꽃누나’와 ‘짐승기’의 성장 스토리
혹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나 KBS2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을 보며 “칙칙한 남자 대여섯 명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왜 그렇게 인기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남자끼리 모여서 ‘노가리 까는’ 게 무슨 재미냐는 거다. 그런데 재미가 있다. 남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민낯 보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마음껏 망가지고 몸 개그를 펼치며 끼를 발산한다. 시청자는 거기서 원초적인 재미를 본다. 그렇기에 ‘진짜 사나이’ ‘인간의 조건’ ‘남자의 자격’ 등 인기를 누리는 대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은 남자가 장악했다. 그렇기에 ‘꽃누나’는 “여성 출연자가 중심인 예능 프로그램은 흥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멤버 간 신구의 조화와 희소성이 한몫했다. 윤여정은 다수의 토크쇼에서 독설 어린 입담을 인정받았기에 어디 가져다 놔도 일정 분량을 뽑아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캐릭터다. 김자옥은 다수의 시트콤 출연으로 능청스러운 면모를 기대할 만한 캐릭터다. 윤여정이 공격형 미드필더라면 김자옥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이 조합에 ‘신선한 마스크’ 김희애와 이미연을 넣은 게 ‘신의 한 수’였다. 검증되지 않은 ‘예능 초보’가 언제 어디서 흘릴지 모르는 웃음 포인트와 잔재미를 노련한 예능가인 나영석 PD와 환상의 콤비인 이우정 작가가 주워 담아 꿰어 ‘보배’로 만든다.



안티 없이 다양한 시청자 층에서 고른 인기를 끄는 이승기는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영화 ‘여배우들’에서 여배우들만 모아놨을 때의 그 삭막함과 묘한 신경전을 기억한다면, 여자끼리의 여행길에 상큼한 꽃청년이 끼어 있는 게 여러모로 좋다는 걸 잘 알 것이다. 예쁜 꽃청년이 동행하는 여행길, 누나들은 화낼 일도 웃어넘기고, 실수해도 귀엽게 본다. 시청자는 네 명의 누나 중 한 명에 빙의해 이승기를 ‘관찰’한다. 처음엔 실수 연발이던 아이가 듬직한 남자로 변해가는 과정은 ‘꽃누나’의 스핀오프인 ‘우리 승기가 달라졌어요’를 보는 느낌이다.

‘꽃누나’의 약점은 빵빵 터지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청자도 배 땅기게 웃긴 내용을 기대하며 ‘꽃누나’를 보지는 않는다. 우리가 몰랐던 여배우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과, 말이 안 통하는 외국 배낭여행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본색, 그리고 실수를 연발하는 스물일곱 살 청년을 관찰하며 잔잔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

‘꽃누나’와 ‘짐승기’의 성장 스토리
‘꽃누나’와 ‘짐승기’의 성장 스토리
4인 4색! 달라도 너무 다른 누나들 매력 집중 해부

까다롭지만 뒤끝 없는 큰누나 윤여정

‘꽃누나’와 ‘짐승기’의 성장 스토리
여행 스타일 평소 지방 촬영 일정에도 옷을 많이 챙겨 다닐 정도로 자타 공인 패셔니스타인 그는 보기에도 무거운 트렁크에 옷을 한가득 채웠다. 관광지에서는 이곳저곳 손으로 만져보며 꼼꼼히 유적을 살펴봤다. 건물이 세워지고 벽화가 그려진 당대의 상황을 살피며 감정이입을 하기도 했다.

위기 대처법 상황이 지지부진하게 돌아가면 직접 정보 수집에 나서는 행동파. 공항 직원에게 완벽한 문법의 영어로 원하는 바를 물어보고 답을 얻어내 도움을 줬다.

반전 매력 1분 크로아티아 버스 안에서 이승기에게 “그냥 (이미연) 누나랑 결혼하라”고 하다가도 “뉴스에 크게 나고 싶으면 나랑 하고”라며 은근한 애정을 표현할 때.

이거 어디 거 터키에서 승기를 애타게 찾을 때 쓴 선글라스는 수퍼선글라스.

‘꽃할배’ 닮은꼴 스위스에서 완벽한 독일어를 구사하며 스마트한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준 이순재.

늘 소녀 같은 긍정의 아이콘 김자옥

‘꽃누나’와 ‘짐승기’의 성장 스토리
여행 스타일 패딩 점퍼를 보자기로 싸서 짐의 부피를 줄이는 노하우를 선보였다. 관광지보다는 식도락에 관심이 많은 스타일. 평소 좋아하는 옥수수와 밤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유적보다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전체적인 모습이 아니라 전등이나 기둥 고리, 외국인 관광객 등 주변부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위기 대처법 다른 멤버들이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려 교통수단을 찾아 헤맬 때에도 카페에 홀로 남아 일기를 쓰며 유유자적. ‘어차피 다 될 텐데 왜 급하게 저러지?’라는 게 그의 위기 대처 방식. 김희애가 팀에서 낙오됐을 때에도 벤치에 누워서 여유를 즐기는 보헤미안.

반전 매력 1분 공항에서 이승기가 통신사를 물었더니 ‘삼성’이라 답하고, 인터넷 사용을 위해 로밍을 해주겠다는 직원에게 “인터넷은 잘 안 하고 카톡만 쓴다”고 할 때.

‘꽃할배’ 닮은꼴 관광보다 생리적 욕구나 기분, 컨디션이 중요한 ‘마이 웨이’ 백일섭.

요조숙녀 같지만 엉뚱한 매력 김희애

‘꽃누나’와 ‘짐승기’의 성장 스토리
여행 스타일 여행 이틀 전부터 꼼꼼하게 짐을 챙기고 여행지에서 먹을 한식을 직접 조리하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관광지에서는 작품을 살피며 “이걸 어떻게 깎았을까” “이 무거운 걸 어떻게 옮겼지?”라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위기 대처법 공항에서 교통수단에 대한 정보를 얻고도 티 내지 않고 이승기가 같은 정보를 얻도록 차분하게 유도. 고기를 잡아다 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모습으로 호평. 그러고는 이승기를 추어올려 최고의 ‘아이 교육법’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터키에서 일행과 떨어져 혼자가 됐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호텔을 찾아 일행을 기다렸다.

반전 매력 1분 이슬만 먹을 이미지였던 그가 숙소에서 파김치를 돌돌 말아 입에 넣고, 밥 위에 라면을 얹어 먹은 후 국물까지 추가할 때.

이거 어디 거 공항에서 착용한 블랙 롱 패딩 코트는 버버리. 짐 쌀 때 착용한 선글라스와 터키에서 쓴 클립온 선글라스는 모두 젠틀몬스터.

‘꽃할배’ 닮은꼴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중재하고, 트러블 메이커를 다독이는 배려와 매너의 아이콘 신구.

의욕 과다 열혈 막내 이미연

‘꽃누나’와 ‘짐승기’의 성장 스토리
여행 스타일 은근한 허당. 추운 날씨에 대비해 패딩 점퍼를 챙겼지만 부피 때문에 트렁크를 제대로 닫지 못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김희애와 비슷한 여행 스타일로 작품 이야기 반, 수다가 반. 누나 중 막내이다 보니 세 언니 챙기랴, 꼬꼬마 승기 챙기랴 관광보다는 인솔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위기 대처법 자기보다 언니들을 먼저 챙기는 모습.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나 걷는 시간이 길어지면 계속 언니들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이승기가 공항에서 이동 수단을 찾지 못해 버벅대자 ‘버럭’ 하며 불만을 표출했는데, 오히려 불만이 쌓이기 전 그때그때 터트려 해결책을 함께 도모할 수 있게 도왔다는 평.

반전 매력 1분 터키 박물관에서 구멍에 엄지를 넣고 한 바퀴 돌면 소원이 이뤄지는 기둥을 발견하곤 수차례 연습과 연구 끝에 ‘나 가거든’ 배경음악과 함께 성공했을 때.

이거 어디 거 공항부터 여행지까지 함께한 블루 컬러의 백팩은 폴렌. 블랙 캐리어는 투미. 화이트 패딩 베스트는 노비스. 운동화는 나이키.

‘꽃할배’ 닮은꼴 묵묵히 남들을 배려하지만 화내야 할 땐 화끈한 스타일의 박근형.

끝장 토론!

이승기, 짐인가 아닌가?

짐이다

‘꽃누나’와 ‘짐승기’의 성장 스토리
“아, ‘꽃누나’를 보는 내내 승기 때문에 답답했어요. 끊임없이 뭔가를 시도하기는 하는데, 제대로 해내는 게 없다 보니 ‘1박2일’에서 견고하게 다진 ‘허당’ 이미지만 재확인시켜주고 있어요. 공항에 없을 리 없는 안내 데스크를 찾지 못해서 허둥대고, 낙오자를 찾으러 갈 때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아 자기가 낙오되기도 하고요. 승기를 보면 꼭 화장을 글로 배운 여자 같아요. 오죽하면 윤여정이 ‘얘는 예쁜데 쓸모가 없어’라고 했겠어요. ‘꽃할배’의 이서진은 매사 노련하게 대처하던데 말이죠. 이게 연륜의 차이인가요? 만약 여행 갈 때 이서진과 이승기 중 한 명만 데려갈 수 있다면, 당연히 영어 잘하고 문제해결력 뛰어난 이서진이죠!”

아니다

“이승기를 이서진이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죠. 미국에서 공부하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연예계에 데뷔한 사람과, 고등학교 1학년 때 학생 신분으로 데뷔한 사람을 동등하게 두고 보면 안 되죠. 사실 그렇잖아요. 줄곧 매니저가 처리해주는 대로 몸만 움직이다가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찾아 나서려니 뭐가 쉽겠어요. 옷이 젖어서 안 벗겨질 정도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뭐라도 도와주고 싶더라고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면서까지 여행 공부를 하고 정보를 기록한 노트는 감동적이었죠. 승기는 분명 노련한 선수는 아니지만, 한 회 한 회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 엄마 마음으로 응원하게 돼요. 애초에 이 프로그램 부제도 ‘승기야 도망쳐’잖아요. 도망가지 않게 ‘우쭈쮸쮸’ 하며 끝까지 데려가고 싶어요.”

◎ 나영석 CJ E&M PD 인터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드는 ‘여행’

글·강은영 한국일보 기자

‘꽃누나’와 ‘짐승기’의 성장 스토리
‘꽃누나’는 2013년 전국을 강타한 ‘꽃할배’의 연출자 나영석 PD의 두 번째 작품이다. 배우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이서진 등 남자들을 물리치고 연기력 최소 20년 이상의 여배우들을 만났으니 땀을 뺐을 만도 하다. 첫마디조차 “여자를 진짜 잘 몰랐다”였으니까. “대체 왜 화를 내셨는지 편집 화면을 봐도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지만, 그래도 여행은 “설렘의 연속”이라는 낭만파다.

여배우들과의 첫 대면부터 재밌었다.

“사실 이미연 씨와는 다섯 살 차라 누나라고 했는데, 김자옥 선생님이 자신도 누나라고 불러달라는 농담을 하셔서 당황한 장면도 있었다. 그런데 첫 모임이 끝나니 ‘누나’라는 단어에 잔상이 많이 남더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자들은 남자들과는 많이 다르다. 나이는 들었지만 여자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제목도 아예 ‘꽃누나’로 가야겠다 싶었다. 김자옥 선생님이 제목을 정해주신 거나 다름없다.”

쟁쟁한 여배우들의 캐스팅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꽃할배’ 때에도 가장 어른인 이순재 선생님을 먼저 만나 어떤 분들과 가고 싶은지 의견을 묻고, 신구·박근형·백일섭 선생님을 차례로 섭외했다. 이번에도 윤여정 선생님을 먼저 찾아뵙고, 그런 순서로 캐스팅했다. ‘꽃할배’ 때보다 연령대를 낮추면서도 톱스타였고 바닥도 찍어봤던, 40~60대의 여배우들이 합류해줬으면 했다. 다행히 김희애 씨와 이미연 씨가 합류 의사를 밝혀줘서 ‘이 정도면 어디 가서 여배우 특집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만족했다.”

여배우들도 ‘직진 순재’처럼 수식어가 있던데.

“편집할 때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면 여러 부분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전 모임부터 어렴풋이 캐릭터가 짐작되는 분들도 있었다. 김자옥 선생님은 4차원 공주 같았다. 김희애 씨는 이상한 ‘허당 기질’이 있더라. 가만 보니 KBS2 ‘개그콘서트’ 마니아여서 계속 코너 유행어를 말하곤 했다. 근데 별로 재미는 없었다(웃음). 이미연 씨는 좀 의욕 과다라고 할까? 늘 너무 많이 앞서 가서 시간이 좀 걸렸다(웃음). 이승기는 ‘짐꾼’이 아닌 ‘짐승기’로 전락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서진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짐승기’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말 그대로 짐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처음부터 표현하려 했던 건 아니었고, (이승기가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말 이서진은 전문 가이드 수준이었다(웃음). 이승기는 그에 비하면… 초등학생 수준? 사실 이승기도 고등학생 때 데뷔해서 계속 연예인의 삶을 살았고, 20대가 무슨 주변머리가 있겠나. 아마도 ‘꽃누나’는 이승기의 성장 스토리가 될 것이다.”

이승기나 나 PD가 ‘꽃할배’들에 비해 누나들에게 쩔쩔매는 것 같다.

“정말 여자는 남자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이승기도 많이 힘들었을 거다. 일단 왜 화가 나셨는지를 모르면 종일 답답한 상황이 발생한다. 여자들은 잠이 안 오거나 화장실을 못 가면 예민해지는 등 미처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할아버지들은 하루의 끝이 술이면 ‘만사 오케이’였는데, 여자들은… 힘들었다. 결혼은 했지만 내가 여전히 여자를 모른다는 증거다. 또 여행에서 ‘할배’들은 정면만 보고 가지만, 여자들은 길거리에서 파는 물건이 100가지면 100가지를 다 보고 간다. 물건 하나하나에 감동하는 여자들의 감수성은 남자들의 5000배쯤 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꽃할배’ 때 백일섭처럼 ‘꽃누나’ 멤버 중에도 트러블 메이커가 있나.

“음… 이승기다. 이미연, 김희애 씨가 위의 두 분 몰래 그의 실수를 덮어주려고 출동한다. 그러다 해결이 안 되면 끝내 두 어르신이 출동하는 식이다. 오히려 이미연 씨가 백일섭 선생님과 같은 캐릭터일지도 모르겠다. 트러블 메이커라기보다 막내만의 고충이랄까. 이승기의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언니들도 모셔야 하니 힘들었을 것이다. 또 워낙 본인 성격이 급해서 좌충우돌하는 게 있다.”

‘꽃누나’로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나.

“‘꽃할배’ 때는 가장 어린 분이 칠순이셨다. 그러면서 청춘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노년에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그랬다. 이번에는 이승기가 누님들이 토라지면 답도 안 나오는 고민을 하는 등 더 소프트한 잔재미가 많았다. 또 여자들이라서 놀라거나 슬퍼하고 눈물 흘리는 등의 감정 표현이 많았다. 서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그들만의 성취감 등을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것이다.”

‘1박2일’부터 여행 콘셉트 예능 프로그램만 6년째다.

“‘1박2일’을 하면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쪽으로 점점 이동하는 듯하다. 한 달, 아니 1년 이상을 100% 관찰하지 않는 한 인간의 본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행은 설렘도 있고, 인간의 본질을 가장 쉽고 빨리 적나라하게 드러내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드다. 아직은 사람들이 질리지 않는 소재인 것 같다. 이번 배낭여행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 다른 기획을 할 거지만 시청자도 지겨워질 때가 있을 것이다. 항상 끝을 생각하기에 다른 시도를 하는 나를 돌아보고 있다.”

여성동아 2014년 1월 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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