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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With specialist | 김선영의 TV 읽기

의학 드라마와 사회적 힐링, 드라마 ‘굿 닥터’

글·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 사진·KBS 제공

2013. 10. 10

서번트 증후군을 지닌 의사와 소아외과를 배경으로 한 ‘굿 닥터’는 매우 독특한 의학 드라마다.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을 일구는 인간 승리 드라마나 영웅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의학 드라마와 사회적 힐링, 드라마 ‘굿 닥터’


KBS2 월화드라마 ‘굿 닥터’는 매우 독특한 의학 드라마다. 서번트 증후군(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특정 영역에서 천재성이나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증후군)을 지닌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과 소아외과라는 생소한 분야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첫 번째 설정을 통해서는 어린 시절 자폐 3급과 서번트 증후군을 진단받은 주인공 박시온(주원)이 장애를 딛고 외과 전문의가 되는 휴먼 스토리가 펼쳐지며, 두 번째 설정에서는 우리나라 소아외과의 열악한 현실이 가감 없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설정은 사회적 장애와 성장에 관한 이야기로 합쳐진다. 시온이 자폐를 극복하고 의사가 되는 과정은 개인적인 성장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장애를 차별 없이 받아들일 만큼 성장했는가의 문제이며, 아픈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치료를 받고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영리에 상관없이 소아외과를 지원하는 것 또한 기성 사회의 진화된 시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굿 닥터’는 단순한 의학 드라마를 넘어 우리 사회의 성숙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은 시온이 겪는 시련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 그가 겪는 시련은 본인의 문제라기보다 장애인을 향한 사회의 편견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늑대 소녀 에피소드에서 시온이 소동의 원인 제공자로 누명을 쓴 채 병원에서 쫓겨나는 장면이 대표적 사례다. 시온은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그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평소 의사로서 시온의 자질을 의심해왔던 사람뿐 아니라 그를 진심으로 아끼던 선배 윤서(문채원)마저 그를 믿지 못한다. 자폐증에 대한 편견이 작용한 탓이다.
작품은 이러한 시온의 반복적인 시련을 통해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지적한다. 그러한 시선이 달라지지 않는 한, 시온은 천재적인 의학 지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능력을 펼칠 수 없다. 그래서 이 작품은 뛰어난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을 일구는 개인적인 인간 승리 드라마나 그의 활약으로 사회의 문제가 해결되는 영웅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굿 닥터’가 시온의 성장 못지않게 그를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변화와 성장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예컨대 초심을 잃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윤서는 시온의 열정을 보며 자신은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기술자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시온을 의학 지식만 풍부한 로봇으로 여겼던 냉정한 부교수 도한(주상욱)이 그를 동등한 의사로 인정하게 되는 과정 또한 비중 있게 그려진다. 이들이 대변하는 우리의 시선이 변화하고 나서야, 시온은 비로소 장애를 넘어 그의 꿈을 펼치는 것이 가능해진다.
더 중요한 것은 시온의 시련이 소아외과 어린이 환자들이 처한 시련과 유사한 형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즉 장애를 지닌 시온과 어린이 환자들이 겪는 시련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을 불완전하고 의존적인 존재로만 대하는 기성 사회로 인한 수난이라는 점이다. 가령 늑대 소녀 은옥(유해정)이 당한 직접적인 아동 학대만이 아니라, 엄마의 고집 때문에 목소리를 잃을 뻔한 성악 소년 규현(정윤석)이 겪은 고통도 어른들의 왜곡된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요컨대 ‘굿 닥터’는 이를 통해 장애인과 아동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 전체에 대한 소외와 폭력의 이야기로 문제의식을 넓히고 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이 강조하는 소아외과에 대한 지원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진보적 시각과 복지 수준을 의미한다.
지난해 방영된 MBC 의학 드라마 ‘골든타임’ 역시 중증 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의료복지시스템을 강조했다. 이처럼 최근의 의학 드라마는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환부를 드러내고 그에 대한 힐링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굿 닥터’는 성숙한 사회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의학 드라마와 사회적 힐링, 드라마 ‘굿 닥터’


김선영은…
‘텐아시아’ ‘경향신문’ ‘한겨레21’ 등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 하고 있으며, MBC· KBS·S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에서 드라마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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