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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엄태웅 김재원 고수 훈남 배우 3인 아빠월드 입성기

글·김명희 구희언 기자 | 사진·현일수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SBS MBC 제공

2013. 08. 23

상남자 엄태웅, 살인미소 김재원, 착한 남자 이미지의 고수가 비슷한 시기에 아빠가 돼 브라운관에 컴백했다. 이들에게서 싱글일 때는 몰랐던 온기가 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한층 더 성숙해진 세 남자 이야기.

엄태웅 김재원 고수 훈남 배우 3인 아빠월드 입성기


◆딸 낳고 철든 늦깎이 아빠 엄태웅

엄태웅 김재원 고수 훈남 배우 3인 아빠월드 입성기


옆집 언니 같은 배우 엄정화의 동생이어서였을까. 엄태웅(39)은 왠지 스타보다는 이웃집 노총각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런 그가 발레리나 윤혜진 씨와 결혼, 총각 딱지를 뗀 지 5개월 만에 아빠가 됐다. 원로배우 윤일봉의 딸이기도 한 그의 아내가 지난 6월 중순 자연분만으로 3.2kg의 예쁜 딸을 출산한 것.
늦깎이 아빠인 그는 딸이 태어나자마자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딸바보 대열에 합류했다. ‘1박2일’에서도 잠자리 복불복을 마치고 다른 멤버들이 단잠에 빠졌을 때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이 사진을 보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7월 초 방영을 시작한 KBS 드라마 ‘칼과 꽃’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엄태웅은 “드라마와 예능을 병행하느라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더 애틋하다”고 말했다. 딸이 누구를 닮았느냐는 질문에는 “처음 낳았을 때는 나를 닮은 것 같더니 아내 얼굴도 보이고, 지금은 장모님을 많이 닮은 것 같기도 해요. 아이들 얼굴은 여러 번 바뀐다고 하더군요”라며 싱글벙글 웃었다.
“선배들이 촬영장에 나오면 아이가 눈에 밟힌다고 하던데, 총각일 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박중훈 형한테 물었더니, ‘부모가 돼봐야 안다’고 하더라고요. 낳고 보니 정말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사랑스러워요.”
맑음이라는 태명으로 불렀던 딸의 이름은 지온이라고 지었다고 했다. 외국에서도 쓸 수 있도록 발음이 쉬운 단어로 골랐다니, 이만저만 세심하게 신경 쓴 게 아닌 듯하다. 엄태웅은 아무래도 아이를 낳은 후 뒤늦게 철이 드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 밑도 끝도 없이 세상에 미안해지더라고요. 지금까지 살면서 잘못한 일이 없었나, 내가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고. 내게 소중한 사람이 있듯 모든 사람에게도 소중한 존재가 있고, 또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이 품에 안는 순간 미안하단 생각 들어
‘칼과 꽃’은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영류왕의 딸 무영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 연개소문의 서자 연충과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엄태웅은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연기력 논란을 빚은 바 있기에 그의 사극 도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덕여왕’ 때 연기는 지금 다시 봐도 오글거리더라고요. 제가 갖고 있던 것들이 다 바닥을 드러낸 거죠.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사극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연기를 오래 하려면 사극을 피해갈 수 없겠더군요. 특히 여배우보다 작품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남자 배우는 더 그래요. 그리고 ‘선덕여왕’ 때 그렇게 뭇매를 당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본 게 오히려 배우생활하는 데 약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번 드라마는 ‘부활’ ‘적도의 남자’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줘 ‘엄포스’라는 별명을 얻은 그와 최민수의 카리스마 대결로도 관심을 모은다. 최민수는 왕 이상의 권력을 지니고 고구려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연개소문을 연기한다.
“아직 함께하는 부분이 많지는 않지만, 남자로서 잘 통할 것 같고 빨리 친해질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이 많고 재미있으시더라고요. 최민수 선배님을 보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고 같은 배우가 봐도 정말 멋있는 분이세요. 선배님께 많이 배울 생각입니다.”

◆인생 2막 결혼과 동시에 아빠 된 김재원
2002년 드라마 ‘로망스’로 ‘살인미소’라는 별명을 얻은 김재원(32)에게 ‘로망스’의 배유미 작가는 배우 인생의 발화점을 만들어준 사람이다. 그가 배 작가와 오랜만에 의기투합한 MBC 주말드라마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스캔들’)은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가 사실은 유괴범이었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방영 초부터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부드러운 귀공자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김재원은 이번 작품에서 믿고 따라온 아버지가 어릴 적 자신을 유괴한 사람이었음을 알고 고뇌하는 열혈 형사 하은중 역을 맡았다.
“여러 작품을 했는데 이번 캐릭터가 그간 맡은 캐릭터 중 가장 남성성 짙고 무게감 있는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작가 선생님, 감독님과 그간 밝았던 김재원의 이미지와는 다른 남성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새로운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좋은 에너지를 받으며 촬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가족 만들어갈 생각에 기분 좋아

엄태웅 김재원 고수 훈남 배우 3인 아빠월드 입성기


‘살인미소’의 대명사인 그지만 이번 캐릭터는 대본에도 ‘웃음이 없습니다’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그와는 상반된 이미지다. 갑작스러운 연기 변신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그는 “연기 인생의 은인 세 사람과 함께여서 부담감이 없었다”고 했다.
“배유미 작가님은 ‘로망스’라는 작품으로 무명이던 저에게 ‘살인미소’와 ‘배우 김재원’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분이세요. 군 전역 후 배우 생활에서 침체기를 겪을 때 살려주신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의 김상호 감독님이 이번 작품 책임 프로듀서이고요. 앞서 촬영 중 일어난 사고 때문에 ‘나도, 꽃!’에서 하차할 당시 늘 저를 걱정하고 챙겨주셨던 이번 작품의 김진만 감독님까지, 배우 인생에서 저를 살려준 세 분이 계셔서 ‘스캔들’은 고민할 여지가 없는 작품이었어요. 시청자에게는 색다른 연기 변신처럼 보이겠지만, 친한 분들은 제가 남성성이 강하다는 걸 알고 계셔서 걱정은 안 해요. 하하.”
최근 김재원은 배우 인생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전환점을 맞이했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동갑내기 회사원 박서연 씨와 6월 28일 결혼식을 올리고 유부남이 된 것. 결혼 당시 아내가 임신 3개월로 알려져 품절과 동시에 아이 아빠가 된 셈이다. 아내는 하이마트 광고를 도맡아온 중견 광고대행사 (주)커뮤니케이션 윌의 박영응 대표의 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박씨도 아버지를 도와 커뮤니케이션 윌 PD로 일하다가 현재는 모델 에이전시 (주)스타메카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로 재직 중이다. 6월 초 그는 팬카페에 결혼 소식을 알리며 ‘빈농배우에서 부농배우가 됐다’고 적었다.
“‘아직은 좀 이른 결정이 아닌가’ ‘너무 갑자기 결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걸어갈 배우 인생에서 안정된 생활, 가정의 소중함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누구보다 신중하게 결정했기에 여러분의 사랑과 축복 속에서 출발하고 싶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얻어서였을까. 결혼식을 불과 4일 앞두고 ‘스캔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만난 그는 예전의 ‘미소천사’로 돌아와 있었다.
“인생에서 결혼이라는 단어가 가깝게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좋은 인연과 좋은 가족을 함께 만들어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요. 완장을 찼을 때 책임감이 다르듯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겼기에 좀 더 무게감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연기도 결혼 생활도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빠 되고 첫 악역 도전 고수

엄태웅 김재원 고수 훈남 배우 3인 아빠월드 입성기


마냥 착한 남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 선한 눈빛과 조각 같은 외모 때문일까. 고수(35)의 이미지는 늘 그랬다. 그런 그가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시청자 앞에 섰다.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을 통해서다. 지난해 명품 드라마가 뭔지 제대로 보여줬던 ‘추적자’의 박경수 작가와 조남국 PD가 다시 손잡은 작품으로,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진 세 남녀가 국내 굴지의 재벌가 제왕 자리를 놓고 벌이는 쟁탈전을 그리는 작품이다. ‘황금의 제국’은 손현주와 류승수, 장신영, 박근형 등 ‘추적자’에서 열연한 배우들이 다시 새로운 배역으로 참여해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저 역시나 ‘추적자’를 정말 재밌게 본 시청자였고, 박경수 작가님이 다음 작업에 들어간다고 하셔서 굉장히 끌리고 있었어요. 무척 하고 싶던 차에 기회가 와서 정말 영광스럽게 작품에 임하게 됐어요. 전작에서 호흡을 맞춰서 그런지 배우와 스태프들이 잘 조율된 배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NG는 내라고 있는 건데, 다들 준비를 많이 해오셔서 NG 한 번 안 내는 거예요. 정신 차려야겠다 싶었죠.”

돈과 성공에 집착하는 남자로 변신
평소 그는 연기와 작품 이야기를 뺀 개인사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배우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4년간 열애한 11세 연하 미술학도 김혜연 씨와 결혼해 올해 1월 득남의 기쁨을 맛본 고수. 지난 연말 영화 ‘반창꼬’ 홍보차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혼이 연기에 좋은 영향을 주겠지만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배우 인생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던 그지만, ‘황금의 제국’에서 이전보다 한층 더 깊어진 눈빛, 핏발 선 연기로 결혼 후 무르익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평범한 대학생에서부터 야망에 불타는 재벌가 후계자까지 다양한 모습과 패션을 선보인다. 수려한 외모, 명석한 두뇌, 강인한 열정, 사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돈이 없었기에 치욕과 모멸을 견뎌야 했던 장태주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신을 배신한 윤설희(장신영)의 손을 다시 잡으며 “착한 사람 필요 없다. 정직한 사람 구역질 나. 나한텐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수는 “연기하면서도 태주가 궁금하다”고 했다.
“평범했던 친구가 큰 야망을 품고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무리에 어떻게 들어가고 그 뒤 어떻게 할 것인지 굉장히 궁금해요. 장태주 역을 맡기 전과 비교하면 제 자신이 달라진 것 같단 느낌을 받아요. 예전에는 양보를 많이 하는 편이었고, 내가 갖는 것보단 남에게 주는 걸 더 좋아했어요. 그런데 장태주를 연기하며 뭔가 뺏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죠. 돈을 많이 버는 것과 돈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 어떤 게 더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시청자가 장태주를 보며 돈과 성공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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