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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입학보다 졸업이 어려운 뉴욕 시 고등학교

글·김숭운 미국 통신원 | 사진·REX 제공

2013. 07. 31

미국 뉴욕 시에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으려면 일정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 시험에도 합격해야 한다.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교육 개혁 이후 고등학교 졸업률이 치솟고 있지만 여전히 3명 중 1명은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고교 문을 나선다.

입학보다 졸업이 어려운 뉴욕 시 고등학교


6월 17일 기자들 앞에서 공립고등학교 학생들의 졸업률을 발표하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의 표정은 무척 고무돼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12년 뉴욕 시 공립학교 학생들의 졸업률은 64.7%로, 2005년에 비해 무려 39%나 증가했다. 2005년 22%에 이르던 고교 중퇴율도 2012년에는 11.4%로 감소했다. 정치적 야망이 큰 3선의 블룸버그 시장으로서는 ‘교육에 성공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수치다.
뉴욕 시 고등학교 졸업률이 낮은 이유는 출석만 하면 자동으로 졸업장을 주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일정한 학점을 취득해야만 졸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뉴욕 시 고등학생들은 교육국에서 시행하는 리전트 시험에 합격해야만 졸업을 할 수 있다.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의 시험을 치르는데 합격 커트라인은 65점이다.
이런 복잡한 관문을 통과해 졸업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것은 블룸버그 시장의 교육 중시 정책과 교육개혁이 어느 정도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블룸버그 시장이 10년 넘게 재직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이 바로 교육 문제다. 그는 교수 능력이 부족한 교사를 해고하고, 성적이 부진한 학교는 아예 폐교했다. 실제로 노벨상 과학부문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한 파라카웨이고등학교는 블룸버그 시장에 의해 2011년 문을 닫았다.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퀸즈 구의 플러싱고등학교도 성적 부진을 이유로 폐교 직전에 이르렀다가 교사노조의 ‘절차상 하자’ 소송으로 겨우 살아났다.

입학보다 졸업이 어려운 뉴욕 시 고등학교

초등학교를 방문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그의 취임 이후 미국 뉴욕 시 고등학생들의 졸업률이 치솟고 있지만 여전히 60%대다.



고교 졸업장 받으러 한국으로 역유학 오기도
이런 ‘업적’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블룸버그 시장의 교육개혁 이후 교사평가에서 교사별 통계가 도입되자 낙제 학생 비율이 교사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됐고, 일부 교사들은 자신의 평가 점수를 의식해 학생들에게 후한 성적을 주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미리 시험 문제의 답을 알려줬다가 해고된 교사도 있다.
또한 졸업률과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뉴욕 시 공립학교 졸업생 가운데 40%는 대학 수학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졸업장을 받는다는 ‘뉴욕타임스’ 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 대부분은 대학에 진학하지만 수업을 따라갈 수 없어서 ‘중퇴’로 귀결되고, 이는 학생들에게 시간 낭비, 돈 낭비, 그리고 뒤늦은 진로 준비라는 역효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블룸버그 시장이 달성했다는 고교 졸업률 65%도 ‘3명 가운데 1명은 제때 졸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 2세 가운데서도 고등학교 낙제생이나 중퇴생이 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학교에 들어가기만 하면 졸업장을 주는 한국으로 역유학을 가 졸업장을 받아오기도 한다. 미국은 자유가 보장되는 만큼 책임이 따른다. 또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뉴욕의 고등학교 졸업률이 보여주고 있다. ·#52062;W

김숭운 씨는…
뉴욕 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이자 Pace University 겸임교수. 원래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 전직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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