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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말랑말랑함? NO! 설경구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

글·조지영 TV리포트 기자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영화인 제공

2013. 01. 16

꼬장꼬장한 눈빛, 무뚝뚝한 표정, 때로는 까칠한 말투까지.‘상남자’ 설경구가 돌아왔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이 중년 남성은 젊지 않음에도 고생을 사서 한다. 그런데 그의 고생이 싫지만은 않다. 역시, 이번에도 실망감을 주지 않는다. 일당백 설경구표 재난이 펼쳐진다.

말랑말랑함? NO! 설경구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


크리스마스이브, 1백8층 초고층 빌딩에서 벌어진 끔찍한 대형 화재를 담은 영화 ‘타워’. 작품은 대형 화재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목숨 건 사투를 그린다. 영화 ‘7광구’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이 가세했다. 여의도 119 안전센터 최고의 소방대장 강영기 역을 맡은 설경구(44). 물 공포증이 있는 그지만 영화 ‘해운대’에서 물맛을 제대로 보더니 이제는 불나방처럼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활활 타오르는 화마를 마주한 고집불통이다.
“수영을 못해서 물에 대한 공포가 있어요. ‘타워’에서 잠수해 수조 탱크를 여는 장면을 찍었는데, 수조에 들어가서 촬영하던 중 등 뒤에서 ‘퍽’ 하는 굉음이 나더라고요. 큰 사고가 나는 줄 알고 무서워서 급히 위로 올라와 수경과 호흡기를 떼고 마음을 진정시켰죠. 저 대신 김상경 씨가 먼저 촬영을 해줬고 덕분에 많이 안정돼서 다시 촬영할 수 있었어요.”
촬영하며 힘들었던 기억도 영화가 개봉할 즈음이면 잊어버린다는 설경구. 그는 “영화 ‘실미도’ 촬영 때도 수영을 못하는데 바다에 들어가 고생이 많았다”며 “따지고 보면 물 영화를 안 해야 하는데 작품이 좋다 보면 선택하게 된다. 장르를 정해놓고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아내 송윤아는 12월 18일 열린 ‘타워’ VIP 시사회에 참석해 애정을 과시했다. 송윤아는 처음 ‘타워’ 시나리오를 읽어보고는 의문을 가졌다고. 설경구는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시나리오상 내가 초반에 등장하지 않아 아내가 궁금해했다” 라며 “아내가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크게 조언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배우 웃겨주려 노력하는 김지훈 감독 마음에 들어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타워’ 쇼케이스에서 설경구는 “가장 힘들었던 출연작은 ‘역도산’이었다. ‘타워’는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힘든 영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옷과의 사투가 엄청났어요. 영화 찍을 당시가 5월이었는데 꽤 더웠어요. 소방관 역이라 무거운 안전모에 두꺼운 옷, 특수장화를 신고 촬영에 임했죠. 정말 무거웠어요. 거기에 엄청난 수압의 호스까지 잡고 불을 끈다고 생각해보세요. 소방관들이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니까요.”
최근 만난 그는 “‘타워’가 ‘역도산’ 다음으로 힘들었다는 말을 한 기사가 쏟아졌는데 그걸 보고 부끄러웠다”라며 “고생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소방관이 그걸 본다면 얼마나 우습겠나. 오히려 배우로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말랑말랑함? NO! 설경구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

사람을 살리려 아내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불길로 뛰어드는 소방관 강영기를 연기한 설경구.



▼ 영화 ‘타워’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영화 ‘열혈남아’를 촬영할 때였다. 충남 강경에서 촬영하고 있었는데 김지훈 감독이 그곳에 찾아왔다. 그런데 나를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무슨 일로 못 만났는지는 말하지 않더라. 후에 김 감독과 밥을 먹으면서 이 이야기를 들었는데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창피했다. 미안했다. 당시 건방을 떤 것도 아닌데…. 나 자신한테 부끄러웠다. 아마 작품을 선택하는 데 그 이유가 반영된 것 같다.”



▼ 김 감독과 사이가 돈독한 것 같다.
“김 감독이 학교 후배다. 학교 다닐 땐 잘 몰랐고 사회에 나와서 알게 됐다. 김 감독은 촬영 가기 전 ‘어떻게 하면 배우를 웃겨줄까?’를 고민한다고 한다. 그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만큼 분위기를 중요시하고 친밀감을 쌓으려고 하는 모습이 감독답지 않아서 좋았다. 영화 ‘화려한 휴가’를 잘 만들지 않았나? 보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직접 겪어본 김 감독은 어땠나.
“소문처럼 현장을 즐겁고 유쾌하게 만들어줬다. 너스레를 떨면서 따뜻하게 감싸준다. 스태프들에게도 툭툭거리지만 정이 정말 많다. 문제는 (손)예진이한테만 잘해준다는 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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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그대로 화재 현장인데, 위험한 상황은 없었나.
“특별히 위험하지는 않았다. 워낙 안전장치를 철저히 했다. 다만, 머리카락이 좀 탔다. 멀리서 불이 났는데도 워낙 큰 불이다 보니 열기에 머리카락이 타더라. 솔직히 살벌했다. 내 옆에 불기둥이 치솟는데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우리는 ‘컷’ 하는 동시에 세트에서 빠지는데 잠깐 쉬고 다시 들어가는 그 순간이 정말 괴로웠다. 정말 들어가기 싫더라. 소방복을 입는데 천근만근이었다. 게다가 헬멧은 머리를 조이고 유독가스는 세트장에 가득 차 있었다. 두통이 엄청났다.”

▼ 가장 힘들었던 점은.
“불이라는 게 촬영이지만 실제로도 정말 무서운 것이더라. 촬영할 때 CG가 아니라 실제 불을 가지고 촬영을 했고, 바람이 불거나 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기면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세트장에서 유독가스가 빠져나가지 않아 두통이 굉장히 심했다. 소방관 복장이라 헬멧을 계속 쓰고 있었는데 제대로 호흡할 수도 없고, 유독가스를 그대로 마시기도 했다. 무거운 헬멧을 쓰고 뛰면서 촬영하는 장면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 화재 영화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징크스가 있는데.
“깰 때가 된 것 같다. 아마 ‘타워’가 그 징크스를 정리할 것이다. 이 작품이 재난 영화의 ‘끝판왕’이 되지 않을까. 하하.”

▼ 소방관이 주인공인 영화가 두 편(고수의 ‘반창꼬’, 설경구의 ‘타워’)이나 개봉하는데 부담스럽지는 않나.
“어쩌다 시기가 그렇게 맞물렸다. 일단 고수는 어린 소방관이다. 거긴 불보다 병아리를 잡고 우리는 큰 화재를 담당한다. 무엇보다 나는 소방대장이고 고수는 그냥 소방대원이다(웃음). 실제 소방관은 고수가 연기한 것처럼 작은 일까지 도맡아 한다. 얼마 전에는 광주에서 고드름을 따다가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하더라.”

화재 영화 망한다는 징크스 깰 것

말랑말랑함? NO! 설경구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


▼ ‘타워’는 ‘해운대’의 연장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신선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도 많은데.
“‘해운대’와는 다르다. 하지만 재난 영화로서 틀은 어쩔 수 없이 같다. 공식처럼 거부할 수 없는 틀이 있다. 그런데 ‘타워’는 비주얼이 좋다. 불, 물로 시선을 사로잡고 겨울이 배경이라 예쁘기까지 하다. 크리스마스트리와 눈이 나오는데 안 예쁠 수가 있나? ‘해운대’와는 다른 재난 영화를 보게 될 것이다. 하하.”

▼ ‘타워’ 제작보고회에서 다시는 재난 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12월 20일에 지구 종말이 온다는데 영화 개봉을 못할 수도 있겠다(웃음). 농담이다. 재난 영화는 당분간 피하고 싶다. 육체적으로 힘들어서가 아니다. 비슷한 포맷을 자제하려고 한다.”

▼ 역경과 고난 이야기가 아닌 좀 더 편안한 역을 보고 싶다.
“내가 그런 장르를 하면 볼 사람이 있을까? 설경구에게 말랑말랑한 영화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혹시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영화 ‘감시’가 끝나고 생각해보겠다. 하하.”

그가 ‘타워’ 다음으로 고른 작품은 영화 ‘감시’. 작품은 특정 대상에 대한 감시만을 담당하는 경찰 내 특수 전문 조직 감시반을 배경으로, 완전 범죄를 저지르는 비밀스러운 조직을 쫓는 감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다. 놀라운 관찰력과 기억력, 뛰어난 직감으로 오로지 감시만을 담당하는 ‘감시 전문가’라는 새로운 소재와 그들의 시선을 피해 완벽한 범죄를 이어가는 이들이 벌이는 팽팽한 대결까지 더해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설경구는 작품에서 특수범죄과 감시반 ‘황반장’ 역을 맡으며 ‘공공의 적’ 시리즈에 이어 ‘형사 캐릭터’를 다시 입었다. 동물적인 직감과 본능으로 타깃을 쫓는 감시 전문가 황반장은 거칠고 저돌적이지만 그 안에 친근한 매력과 인간미가 있는 캐릭터. 그가 연기하는 황반장이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을 뛰어넘는 매력을 발산할 것인지 기대를 모은다.
영화 ‘타워’에서 설경구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드느라 크리스마스이브에 사랑하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남편으로 등장한다. 스크린 밖의 그 역시 아내 송윤아와 오붓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엔 연말에 불러주는 곳이 너무 많아 바쁠 것 같다고.

사람 끌어당기는 김제동 존경스러워

말랑말랑함? NO! 설경구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

남편 설경구를 응원하러 ‘타워’ VIP 시사회를 찾은 송윤아.



▼ 손예진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손예진은 “설경구, 송윤아 선배와 친해 집에 가서 밥도 먹는 사이라 연기하기 편했다”고 했다.)
“감독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까지 예진이에게만 잘해주더라(웃음). 예진이는 촬영장에서 정말 해맑았다. 예진이가 닭백숙이 먹고 싶다고 하면 촬영 접고 백숙 먹으러 갔고, 조명 스태프들은 예진이 촬영 때 조명을 전부 끌고 나와 예쁘게 만들어주더라. 사실 힘든 촬영이 많았는데 예진이는 항상 소풍 온 것 같다고 했다. 정말 추운 곳에서 수중 신이 있었는데도 역시나 물놀이 간다고 말할 만큼 긍정적이었다. 덕분에 함께 촬영하는 사람도 물놀이처럼 느낄 수 있었다. 예진이의 해맑음 덕분에 동지애가 더 커진 것 같다. 알게 모르게 힘을 많이 줘서 고마운 사람이다.”

▼ 노래방 좋아하는 손예진이 설경구의 노래 실력을 칭찬하더라.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타워’ 배우들과 회식하면서 노래방을 가게 됐는데 예진이는 마이크를 안 놓는다. 선머슴 같다. 하하. 나는 김광석 노래만 부른다. 요즘은 김제동과 같이 부른다(웃음). 한 번은 방배동 카페에서 김광석 노래를 밤새도록 틀어놓고 둘이 술을 마신 적도 있다.”

▼ 김제동과 친한 사이였나.
“김제동은 뜻밖에 심하게 낯을 가린다. 원래 그냥 인사만 하는 정도였는데 매체 인터뷰를 하면서 친해졌다. 아내 송윤아 때문에 나를 피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건 정말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사이좋은 친구다(웃음). 어느 날 송윤아랑 제동이네 놀러 갔는데 식탁이 없는 것을 보고 아내가 다음 날 식탁을 사주기도 했다. 제동이가 자기 토크 콘서트에 나를 초대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제동이가 부탁하면 거절을 못하겠다. 가서 제동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대단하더라. 그 콘서트를 보고 제동이에게 ‘너 존경스럽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평소에 책도 많이 읽는 친구라 굉장히 똑똑하다.”

▼ 영화 ‘26년’에 출연한 한혜진이 설경구에게 배운 연기 스킬을 많이 활용했다고 하더라.
“내가 말해준 게 없는데 괜히 치켜세우는 것이다. 혜진이는 ‘어미’가 착하다. 말하는 어미가 사납지 않고 순하다. 얼마 전에 아버님께서 돌아가셔서 얼굴이 반쪽이 됐던데, 마음 한편이 짠하다.”

▼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영화 ‘박하사탕’ 홍보차 임성훈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아침 프로그램에 한 번 나간 적이 있었다. 제작자였던 명계남 형이 연세대 선배인 임성훈 아나운서에게 전화해서 출연한 거였는데, 막상 나가서 나랑 계남이 형은 정자세로 앉아 ‘네’만 연발하다 돌아왔다. 그때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겼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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