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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edu talk

성적보다 재능 존중하는 미국의 대입 전쟁

글·사진 | 김승운 미국 통신원 사진제공 | REX

2012. 09. 04

성적보다 재능 존중하는 미국의 대입 전쟁


9월 첫 주 월요일, 노동절이 지나면 미국의 각급 학교는 일제히 개학을 한다. 새 학기가 되면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미국의 12학년) 학생들의 마음도 바빠진다. 이들은 학교에서도 평소보다 어려운 과목을 감당해야 하고, 입학 시험에 에세이와 인터뷰까지 준비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SAT(Scholastic Aptitude Test)와 같은 입학 시험이 가장 큰 부담이다.
대부분의 명문 대학이 12월 말에서 이듬해 2월 말까지 원서를 마감하기 때문에 9월에 치러지는 첫 번째 SAT 시험에는 지원자가 폭주한다. 미국의 대학수능시험에 해당되는 SAT는 칼리지보드라는 비영리 사설 기관에서 주관하는 시험이다. 연 6회 치러져 학생들이 원하는 시기의 시험을 선택할 수 있으나 12학년 학생들은 대부분 9월, 10월, 12월에 치러지는 시험을 선호한다. 일부 10학년과 11학년 학생들도 응시하지만 이 시기에는 그 수가 그리 많지 않다.
최근에는 SAT가 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대학들의 불평 때문에 또 다른 수능 시험인 ACT(American College Testing)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논리력과 학업 적성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는 SAT에 비해, ACT는 실제 학교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소화했는지를 주로 평가한다. 모든 대학들이 SAT 대신 ACT 성적을 받아주고 있으며, 일부 과학과 의학 전공 대학들은 ACT 성적만 인정하기도 한다.

개성과 재능 위주로 선발하는 대학 늘어
하지만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은 대부분 이 두 가지 시험을 모두 치러서 높은 성적을 대학에 제출하기 때문에 입시로 인한 부담이 두 배로 가중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SAT나 ACT를 치르지 않고도 갈 수 있는 대학들이 있다. 커뮤니티 칼리지들은 SAT 성적이 없어도 입학이 허용되는 경우가 많다. 매사추세츠 주의 스미스 칼리지와 노스캐롤라이나의 웨이크 포리스트 칼리지도 SAT와 ACT 요구 조건을 폐지했다. 스미스 칼리지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여자 대학이고, 웨이크 포리스트 칼리지도 미국 내 랭킹 30위권에 드는 명문 대학이다. 이들 대학은 한 학년 정원이 1천 명 내외로 규모는 작으나 대학원 진학을 위한 기초 학문인 인문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대학들은 시험 성적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학생이 자진해서 성적을 제출할 경우 참고만 한다고 말한다. 이 대학들이 SAT 성적을 요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하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다. 수년간 학생들의 입시 성적과 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SAT나 ACT 시험 점수와 대학 학점 간에는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따라서 입학 사정 시 고등학교에서 이수한 과목, 성적, 쓰기 능력, 추천서, 과외 활동과 개성과 재능에 관한 증거를 더욱 중시하고 있다.
종종 한국의 입시 제도는 증권맨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입시 제도는 학교마다 다르다. 또한 학교 내에서도 시험 점수로 커트라인을 정하지 않고 개인별 사정을 하기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아예 없다. 그럼에도 한국에서와 같이 입시 전문 컨설팅 기관이 성행하지 않는 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전공과 학교를 미리 정해서 입시 요강을 이해하고 준비하기 때문이다.

성적보다 재능 존중하는 미국의 대입 전쟁

입학 성적과 대학에서 학업성취도의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미국 대학들은 시험 외에 다양한 전형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김숭운 씨는…
뉴욕 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로, 28년째 뉴욕에 살고 있다. 원래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서 전직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와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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