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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면역 떨어진 성인 노린다

결핵, 백일해… 사라진 감염병의 역습

글 | 최영철 신동아 기자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제공

입력 2012.07.04 15:38:00

퇴치된 것으로 알려진 백일해가 집단 발생하는가 하면 빠른 속도로 감소하던 결핵 환자도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집단생활을 하는 데다 오랜 시간 공부에 매달리느라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발병률이 높다.
감염병의 역습, 어떻게 대처할까.
아이들과 면역 떨어진 성인 노린다


#1 “얼마 전 방영된 KBS 드라마 ‘사랑비’. 1970년대를 배경으로 여주인공 김윤희(윤아)가 길을 가다 쓰러져 피를 토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윤희는 중증의 결핵으로 인해 사랑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6개월 이상 꾸준히 약을 먹으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감염병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폐병’은 곧 죽을병이었다.

#2 지난 5월 경기도 고양시를 비롯한 경기 북부 지역 일부 고교에서 결핵 환자가 발생해 당국에서 대규모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양시 고교의 경우 전염이 가능한 결핵 환자는 총 4명으로 확인됐고, 전염력이 없는 잠복결핵 감염인(결핵감염 검사에서는 양성으로 확인되지만 증상이 없고 결핵 검사에선 음성인 경우)은 1백28명이 발생했다.

한국, 결핵 발생률·사망률 OECD 1위

결핵이라고 하면 1960, 70년대의 못 먹고 못 살던 시대의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결핵발생률과 그로 인한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1위(Global Tuberculosis Control WHO Report, 2011)다. 2011년 기준 결핵 신환자(새로 발생한 환자)는 3만5천3백61명, 2010년 사망자는 2천3백65명에 이르고 있다. 법정 감염병 중에서도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다. 이로 인한 국가적 손실도 막대하다.
결핵은 ‘마이코박테리아’라는 결핵균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전염성 결핵 환자의 기침, 재채기, 대화 등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된 결핵균이 주위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면서 일어난다. 보통 전염성 결핵 환자가 뱉어내는 균의 수가 많을수록, 가깝게 접촉할수록, 접촉 기간이 길수록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결핵은 환자가 사용하는 식기, 의류, 침구, 책, 가구와 같은 환자의 소유물이나 음식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공기를 타고 호흡기로 들어가지 않는 한 감염이 어렵다.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가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 상태나 환경적 특성에 따라 발병 여부와 시기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보통 결핵에 감염된 사람의 90%는 평생 결핵이 발병하지 않고 단순히 잠복결핵 감염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과로, 스트레스, 다이어트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지면 결핵이 발병할 위험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샐러리맨, 수험생들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가족 중 결핵에 감염된 사람이 있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성인의 경우 대개 어릴 때 결핵균에 한번쯤 감염돼 약하게 앓고 지나가 면역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성인의 경우는 잠복결핵이 폐결핵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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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진단이 중요, 예전 찍은 X-레이 사진 보관

결핵은 초기에 눈에 띄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감기나 몸살로 생각해 감기약을 먹거나 가볍게 여기고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2주 이상 기침이나 가래가 계속되는 경우에는 결핵을 의심하고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또한 결핵 환자와 가까이 지냈다면 반드시 결핵 검진을 받아야 한다. 최근 결핵을 치료하는 간호사나 의사들도 결핵에 감염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 만큼 의료인도 결핵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폐결핵의 진단은 객담 검사가 필수다. 과거 폐결핵이 창궐할 때는 흉부 X-레이 사진에서 이상이 보이면 폐결핵(일명 폐병)으로 진단했지만 요즘은 객담(가래) 검사를 통해 결핵균을 찾아낸다. 하지만 객담 검사에서도 결핵균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아예 가래가 나오지 않는 환자도 있기 때문에 흉부 X-레이 검사는 필수다. 각 의원에서 흉부 X-레이 검사를 한 후 비활동성 결핵이라는 진단을 받고 고민에 빠지는 환자가 있다. 바로 X-레이 사진에 하얗게 나타나는 경우다. 이는 비활동성 결핵은 결핵균이 몸에 들어왔어도 저항력으로 이겨낸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X-레이 사진에서 발견되는 하얀 부분은 그 흔적일 뿐이다. 때로는 기관지염을 앓았거나 폐암과 혼동되는 수도 있으니 이런 사람들은 예전에 찍은 X-레이 사진을 보관해두는 게 좋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폐결핵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결핵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결핵균을 모두 죽이고 완치 판정을 받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폐 기능이 떨어져 호흡 곤란이 오고, 가래가 많이 일면서 각혈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곰팡이가 폐 안에서 자라 심한 각혈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도 1년에 한 번씩은 가슴 사진(X-레이 방사선 검사)을 찍어보는 게 좋다.

꾸준한 치료 받지 않으면 본인과 가족에게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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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이 확진됐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좋은 치료제가 많이 나와 있어 6개월만 꾸준히 먹으면 완치된다. 문제는 ‘6개월만 꾸준히’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 결핵약의 경우 3가지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는 데다 부작용이 적지 않아 ‘6개월간 꾸준히’ 먹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힘들다고 중간에 그만두면 1차 결핵약에 내성이 생겨 그보다 독한 2차 결핵약을 1년 6개월 동안 먹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경우가 생긴다. 요즘은 항결핵제에 내성이 생긴 일명 ‘슈퍼 결핵균(다제내성 결핵균)’ 감염까지 발생해 아예 처음부터 2차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부작용이나 먹기 힘들다는 이유로 환자 마음대로 결핵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약의 종류를 바꾸어 먹으면 결핵균이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지고 약을 먹지 않는 것보다 못할 수 있다. 부작용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하면 충분히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항결핵제에는 3차 약이 없으므로 1, 2차 약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항결핵제는 간에 부작용이 올 수 있으므로 결핵약을 먹고 몸에 이상 증상이 있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 간 기능을 점검하도록 한다. 권 교수는 “결핵약의 부작용 중 중요한 게 간독성인데 이 때문에 간염이 생기고 드물지만 사망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결핵약을 먹을 때는 간 기능 검사를 하는 게 좋고, 간에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다른 약제의 복용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욱이 항결핵제에 내성이 생긴 결핵 환자나 슈퍼 결핵균에 감염된 환자들은 치료 기간이 길고 잘 낫지 않아 본인도 정신적 경제적으로 고생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치료가 어려운 슈퍼 결핵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더욱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에는 슈퍼 결핵 환자가 많지만 이들을 격리 치료할 법적 제도나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결핵 예방 ‘기침 에티켓’이 답이다
결핵의 예방법은 간단하다. 전염성 결핵 환자와 접촉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감기인지 폐결핵인지 구분되지 않는 환자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이를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있는 식사로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해 결핵균이 들어와도 활동을 못하도록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에게 결핵균을 옮기지 않을 방법은 있다.
결핵은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만큼 ‘기침 에티켓’만이라도 제대로 지키면 결핵의 전파를 줄일 수 있다. ‘기침 에티켓’이란 첫째,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하며 만약 휴지나 손수건이 없다면 옷소매로 가리고 한다. 둘째, 기침이 계속될 경우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다. 셋째, 기침이나 재채기 후 미지근한 물에 비누로 손을 씻거나 알코올성 손 소독제로 깨끗하게 닦는다. 이 같은 ‘기침 에티켓’이 잘 지켜진다면 결핵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권 교수는 “특히 면역력이 약해 결핵 감염에 노출돼 있는 영·유아에게는 BCG 접종을 권장한다. 일명 ‘불주사’라고 불렸던 주사다. 일부 소수지만 결핵성 임파선염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고 폐결핵의 발생을 줄일 수 없다는 보고도 있지만 적어도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폐결핵이나 결핵성 뇌막염은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올 한 해 동안 국민참여형 캠페인인 ‘결핵 생각보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결핵을 과거의 질병으로 여기는 국민의 인식을 바로잡고, 결핵은 생각보다 많고 위험하며 젊은 질병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결핵 퇴치 SNS홍보단, 유명인 서포터즈, 결핵 인식 증진을 위한 교육홍보물 제작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www.tbzero.com 참조).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연구관(흉부외과 전문의)은 “결핵은 나와는 상관없는 질병, 과거의 질병이 아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해 환자 급증 이유는? 백신 면역력 저하 때문
거의 사라진 감염병으로 알려진 백일해도 급증하는 추세다. 5월 26일 전남 영암군의 한 고등학교에서 백일해가 집단 발병해 질병관리본부는 급히 긴급방역대책반을 파견했다. 해당 의심 환자에 대해 항생제를 처방하는 한편, 주변의 2개 고등학교에서 추가적으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조사 중이다. 증상이 없는 학생들도 일제히 예방 접종을 받았다. 이렇듯 방역과 예방을 위해 당국이 힘쓰고 있지만 당분간 백일해 환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몇 년간 잊고 지냈던, 이름도 생소한 백일해가 우리 곁으로 다시 찾아온 것이다.
지난해 국내 백일해 환자 수는 97명으로 2001년부터 11년 중 가장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는 6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국내 백일해 환자 수가 1백52명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일해가 증가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의료계는 나이가 들면서 백신에 의한 면역력이 저하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백일해는 아기가 태어난 후 2개월, 4개월, 6개월, 15~18개월, 만 4~6세 5번에 걸쳐 필수 예방 접종 DTaP 백신을 맞혀 예방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만 11, 12세의 Tdap 백신 접종도 국가필수예방접종 항목으로 포함됐다. 하지만 성인들은 추가로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한 지 10~12년이 지나면 면역력이 저하된다. 더구나 몇 년 동안 발병률이 낮아서 자연 감염으로 면역력을 확보할 기회도 적어졌다. 한 보고에 따르면 자연 감염으로 면역이 생긴 경우에도 면역력이 평생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질환으로 기침이 1백일 이상 간다는 의미로 백일해라 불려왔다. 급성 전염병으로 제2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으며 주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했을 때 나오는 분비물로 전염된다. 백일해에 걸리면, 미열이 나고 콧물과 기침을 하는 등 전형적인 감기 증상이 나타나고 그 이후에는 특유의 ‘웁’소리를 내는 발작적인 기침을 하게 된다.
성인의 경우 만성 기침 정도로 그치지만 아이들에게는 기침으로 인한 여러 합병증도 동반된다. 기침 발작에 의한 저산소증이나 백일해 독소에 의해 급성 뇌증(acute encephalopathy)이 발생해 경련, 의식 변화 등의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백일해에 감염된 성인이 있다면 아기 근처에는 얼씬도 말아야 한다. 차라리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게 낫다. 특히 백신접종이 완료되지 않은 아기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실제 백일해에 감염된 아기들 대부분이 부모나 다른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백일해 신고 사례 중 가족으로부터 전염된 2차 발병률이 80%에 달했다.

아이들과 면역 떨어진 성인 노린다

최근 결핵 환자가 급증하자 질병관리본부에서는 결핵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결핵 퇴치 홍보대사 주상욱.



학생, 성인 백일해 예방 접종 1회 추가로 맞아야
백일해는 갓 태어난 아이들에게 특히 위험하므로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산모와 그 가족들은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1세 미만의 아기는 백일해 면역력이 형성되지 않아 만약 백일해에 감염되면 호흡이 멈추는 무호흡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백일해로 인해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데, 주로 호흡기 쪽 합병증에 의한 것이다. 특히 폐렴은 백일해에 의한 사망 중 54%를 차지하는 주요 원인이다. 이 밖에 폐의 부피가 축소하는 무기폐나 저산소증, 급성 뇌증, 중이염, 영양 부족 및 탈수, 탈장 등도 주요 합병증이다.
치료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 치료가 대부분이며, 항균제 치료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항생제를 복용하기도 하는데, 기관지 확장제, 기침 억제제 등은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백일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 접종이다. 국내에서는 백일해, 파상풍, 디프테리아 예방을 위해 출생 후 2개월, 4개월, 6개월, 15~18개월, 만 4~6세에는 DTaP 백신을, 만 11, 12세에는 Tdap 백신을 필수적으로 접종토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 및 성인 백일해가 영아 백일해의 감염원이라는 사실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선진국에서 Tdap 백신을 청소년과 성인에게 접종하는 것을 권장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자연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은 4~20년, 백신으로 획득한 면역은 4~12년 동안 지속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질병관리본부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면역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청소년과 성인에게 Tdap 백신의 1회 추가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임신을 계획 중인 부모, 출산 후의 산모 및 가족, 12개월 미만의 영·유아와 접촉이 많은 부모, 조부모 그리고 모든 의료인은 추가 접종을 맞는 게 좋다. 성인 Tdap 백신 부스트릭스(GSK)는 11~64세 청소년 및 성인용 백신으로 1회 접종으로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를 예방한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일해는 예방 접종을 철저히 하면 안심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면역력이 생기기 전인 신생아나 영·유아에게는 여전히 치명적일 수 있다”며 “가족 내 감염이 많은 만큼 부모는 물론 육아도우미 등 주변 사람들도 Tdap 백신을 접종 받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여성동아 2012년 7월 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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