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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달의 건강 테마

말 못할 산부인과·비뇨기과 질환 대처법

“여보, 나 거기가 아파.”

글 | 최영철 신동아 기자 사진제공 | REX

2012. 06. 05

스스럼없는 부부 사이라 해도 은밀한 신체 부위의 질병을 드러내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혼자 끙끙 앓다 배우자 모르게 병원을 다닌다. 그러다 일이 커진 후에야 들통이 나면 ‘저 사람이 나를 그렇게 못 믿나’ 하고 서운해 한다. 이 경우엔 모르는 게 약이 아니라 알면 알수록 치료에 도움이 된다.

말 못할 산부인과·비뇨기과 질환 대처법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라는 글자가 된다. 부부는 돌아서면 남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는 한평생 같이할 반려자의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부분 외에도 신체의 내부 장기도 남녀 간에는 완전히 다른 곳이 적지 않다. 비뇨기계와 생식 계통이 그것이다. 여자에게 자궁이 있다면 남자에겐 전립선이 있다. 남자와 여자는 오줌 누는 자세도 다르지만 요도의 모양과 길이에도 큰 차이가 난다. 자신에게는 없거나 다른 장기 기관이라고 해서 자칫 소홀하거나 무심히 넘기기 쉽지만 비뇨기계, 생식계 질환은 드러내고 치료받기 어려운 질환인 탓에 특히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

말 못할 산부인과·비뇨기과 질환 대처법


아내의 말 못할 질환
C/A/S/E 섹스 후 자주 화장실? 허니문 방광염

멋진 결혼식과 신혼여행의 달콤함도 잠시. 신혼여행을 다녀온 신부가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첫날밤을 지낸 뒤부터 소변을 볼 때 요도구가 따끔거리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 생긴 것. 성 경험이 없는 여성이 첫날밤을 보낸 뒤, 또는 의욕이 너무 앞선 신랑과 과격한 부부관계를 한 뒤 이런 증상이 생겼다면 ‘허니문 방광염’일 가능성이 높다. 신혼여행 뒤에 흔히 생기는 병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방광염은 항문 주변에 묻어 있던 대장균이 성관계 중 요도를 타고 방광으로 올라가 발생한다. 남성보다 요도 길이가 짧고 항문과 요도가 가까운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 방광염이 생기면 통증과 함께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을 보더라도 시원하지 않아 고통스럽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준철 교수는 “방광염은 심각한 질환이 아니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병을 키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방광에 있던 세균이 요관을 타고 신장으로 올라가 신장염을 일으키면 심각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비뇨기과를 찾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대개 3~5일 정도 항생제를 복용하면 치료가 된다. 성관계 전 몸을 깨끗이 하고 성관계 후에는 바로 소변을 봐서 요도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는 세균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도움 된다.

C/A/S/E 중년 아내의 고민 요실금
요실금은 골반 근육이 약해지면서 치골, 요도 인대가 손상되고, 방광이 정상 위치보다 처지면서 열린 요도를 통해 의도하지 않게 소변이 나오는 질환이다. 성인 여성의 40% 이상이 요실금 증상이 있지만 감추거나 병원을 찾지 않는 실정이다. 부끄럽고 민망하다는 이유로 병을 키우는 셈.
나이가 들면 방광, 요도, 신장의 기능과 골반 근육이 요실금이 발생하기 쉽게 변한다. 요실금은 복압성 요실금과 절박성 요실금으로 나뉜다. 복압성 요실금은 기침, 재채기, 줄넘기, 웃을 때, 무거운 것을 들거나 빨리 걸을 때 소변이 새는 증상이다. 절박성 요실금은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세로 화장실에 자주 가며, 화장실에 가기도 전에 참지 못하고 소변이 새는 증상이다.
가벼운 요실금은 약물 치료와 물리 치료를 통해 완치가 되므로 빨리 비뇨기과를 찾는 게 좋다. 복압성 요실금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인데 요즘은 메시를 이용한 테이프를 요도 하부에 삽입하는 간단한 수술법을 이용한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으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면 요실금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자극적인 음식이나 알코올, 카페인 음료, 탄산음료 등을 과다 섭취하면 방광이 자극되고 더 자주 수축돼 요실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삼간다.



C/A/S/E 자궁근종, 떼는 것 어렵지 않아요~
자궁근종은 자궁에 생기는 양성의 혹으로 전체 여성의 약 40%에서 발견되는 흔한 질병이다. 하지만 유산, 조산, 불임, 산후 출혈 등을 유발할 수 있어 평소 건강 관리와 적절한 시기의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궁근종이 생기면 과다월경과 자궁부정출혈로 인한 빈혈이 생기고 하복부 불쾌감, 통증, 생리과다, 생리통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혹이 커지는 경우 아랫배가 부풀고 딱딱한 혹이 만져지는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대개 정기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빠른 진단과 치료를 위해선 평소 정기검진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보통 혹의 크기가 작거나 증상이 없으면 수술은 필요 없이, 정기검사를 통해 크기를 살펴보면 된다. 하지만 크기가 커지면서 압박감을 느끼거나 빈뇨, 생리과다, 생리통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약물 치료 또는 수술이 필요하다.
가임기 여성을 제외한 모든 여성에게 자궁근종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수술 방법으로는 자궁적출술, 근종절제술, 자궁동맥 색전술, 고주파 용해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자궁적출술과 근종절제술의 경우 근종의 크기, 유착 정도, 환자 상태에 따라 복강경 수술의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복강경 수술은 내시경 카메라와 특수 수술기구를 이용해 1cm 이하의 피부 절개만으로 시술하기 때문에 기존의 개복 수술에 비해 회복이 빠르며 조기 퇴원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김민정 교수는 “자궁을 적출하면 힘을 못 쓴다거나 여자로서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는 설이 있지만 이는 오해”라며 “기능 이상은 수술 중 난소를 같이 제거해 인위적인 폐경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며 대개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난소를 남겨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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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말 못할 질환
C/A/S/E 풀 죽은 남편, 혹시 전립선염 때문?

전립선은 남성에게는 중요하고 꼭 필요한 신체 기관이지만 여성들은 잘 모른다. 한번 문제가 생기면 여간해서는 잘 낫지 않아 오랜 기간 남성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괴롭히기도 한다. 전립선은 밤톨만 한 크기지만 이 사이로 소변이 지나가는 요도와 정액을 운반하는 정관이 지나가기 때문에 이상이 생기면 통증이나 참기 힘든 이물감, 거부감 등이 동반된다.
전립선염은 전립선 조직에 여러 가지 원인으로 염증이 생기면서 소변을 유난히 자주 보고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는 질환이다. 주로 농뇨, 배뇨통 등 소변 증상과 하복부 및 회음부의 통증 및 불쾌감, 극심한 고환통, 요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음주나 과로 후에는 증상이 더 심해지며, 일반적으로 성기능 저하, 조루, 피로 등 전신 증상도 동반된다.
50세 이상에게서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20~30대 환자도 많다. 전립선염은 보통 세균 감염을 연상해 성병과 같은 전염병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세균 감염에 의한 전립선염은 전체 환자의 10% 이내. 전립선염은 재발이 잦아 장기 치료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장기간의 병치레로 자신감 상실과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전립선염의 치료는 급성기에는 입원을 해서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때 항생제 주사를 투여한다. 제2형 만성 세균성 전립선염 역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항생제를 투여할 때 환자는 술을 끊어야 한다. 또한 배변 시 통증이 심하므로 변비를 예방하는 식단을 짜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필수.
제3형인 만성 비세균성 전립선염 혹은 만성 골반통증 증후군은 치료가 잘되지 않아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다. 대개 치료 기간이 8주 이상 걸린다. 항생제, 주기적인 전립선 마사지, 알파차단제, 진통제, 근육이완제, 물리 치료, 전기자극 치료, 수술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시행된다. 염증을 심화시키지 않는 식단과 무리하지 않은 운동, 규칙적인 성생활, 스트레스 감소, 온수좌욕 등이 도움 될 수 있다.

C/A/S/E 농익은 인생만큼 커지는 전립선비대증

말 못할 산부인과·비뇨기과 질환 대처법


전립선은 출생 후에는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작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남성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조금씩 커진다. 밤톨만 한 전립선은 1년에 약 0.4g씩 커져 50세쯤 되면 레몬 크기로 커지는데, 이를 양성전립선비대증이라고 한다. 김준철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은 60대 이상 남성의 50% 이상에서 경험하게 될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라며 “모든 남성은 나이가 들면 전립선이 커지기 때문에 전립선비대증을 앓을 가능성이 크지만, 크기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커진 전립선으로 인한 다양한 불편 증세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방광 출구 및 요도가 좁아져 소변 세기가 약해지고 빈뇨나 잔뇨감 같은 배뇨 증상이 주로 나타나고 요로 감염, 신장 기능 악화, 방광 결석,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아랫배가 터질 것 같은 급성 요폐와 같은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암이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다. 하지만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은 다른 질환이며, 비대증과 암의 관련성은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일단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환자 상당수가 치료를 미루며 불편을 감수하고 지내는데, 방치하면 요도에 압력이 가해지고 요실금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하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신장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신부전증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치료는 불편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생활 요법, 약물 요법, 수술을 시행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식생활과 생활습관을 개선하며 경과를 지켜보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전립선을 감싸는 근육을 이완시키는 약물 요법을 한다. 환자의 80%는 약물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되며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10% 정도다. 전통적인 경요도적 전립선 절제술도 하지만 최근에는 레이저 수술을 많이 한다.

C/A/S/E 노년기 남편의 공포 전립선암
영화 ‘러브 스토리’의 주연 배우 라이언 오닐(70), 세계적인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81). 이들의 공통점은 전립선암에 걸렸다는 점이다. 국내 통계로 볼 때 전립선암은 고령층에 증가세가 가장 높은 암이다. 2009년 기준 전립선암은 약 3만 명으로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에 이어 5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암으로 나타났다. 50세 전에는 흔하지 않지만 50세가 넘으면 발병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전립선암이 이처럼 빠르게 느는 것은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서구식 식생활과 고령화 추세와 연관성이 깊다.
초기에 별 증상이 없지만 암이 진행되면서 소변 보기가 불편하고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더 악화되면 전신 통증으로 증세가 확대된다. 특징적인 것은 전립선암은 유전 성향이 높다는 점이다.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발생 가능성이 8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형제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으면 발생 확률이 3배쯤 높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40대 중반부터 매년 한 번씩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
전립선암 치료는 암이 전립선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국소적인 치료법 즉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하며, 암이 전립선을 벗어나 퍼져 있을 때에는 호르몬 요법을 해야 한다. 전립선암 덩어리는 대부분 남성 호르몬을 먹고 사는 암세포로 이뤄져 있어서 호르몬 요법 즉 남성 호르몬을 제거 또는 억제하는 치료법이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쉽고 10년 생존율이 80% 이상이나 되는 예후가 좋은 암이지만, 일단 경과가 진행되면 다른 암처럼 고통과 함께 죽음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평소 전립선암 예방을 위해서는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 햇볕을 자주 쬐는 것이 좋다.

도움말 | 김준철 비뇨기과 교수, 김민정 산부인과 교수(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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