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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With specialist | 배정원의 섹스 상담소

‘야한 속옷’도 해결하지 못하는 부부 트러블

사진제공 | REX

2012. 03. 29

매일 밤 늦게 들어와 먼저 돌아눕는 남편. 아내와의 섹스엔 심드렁한 남편이 ‘야동’에 심취하고 심지어 다른 파트너에게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섹스에 관한 한 ‘당신이 최고’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남자들의 심리학.

‘야한 속옷’도 해결하지 못하는 부부 트러블


“아내를 봐도 흥분되지 않아요. 그러니 발기도 되지 않고 성관계를 하다 수그러들까봐 걱정도 되고요. 그래서 일부러 일 핑계를 대고 늦게 들어가거나 술자리를 만들기도 해요.”
자주 듣는 남자들의 고민이다. 반대로 필자가 운영하는 상담 게시판에는 남편이 부부관계를 피해 성욕을 해결하기 힘들고, 자존심도 상한다는 아내들의 불만이 꽤 자주 올라온다. 게다가 아내와 할 때는 발기가 안 되는데 ‘야동’을 보면서 자위 행위로 욕구를 해결하는 ‘자위 중독’에 빠진 남편들도 많아졌다.
‘사랑이란 이성의 아름다움에 혹해 지나치게 그 생각에 몰입하는 데서 나타나는 일종의 타고난 고통이며,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서로를 안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고 프랑스 작가이자 성직자인 안드레아스 카펠라누스는 말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필경에는 그 사람을 안고 싶어지는 게 사랑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남편들은 왜 더는 아내를 안고 싶어 하지 않는 걸까. 머리로는 사랑한다고 하지만 몸과 마음은 감동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심리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특히 남자는 섹스를 성취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실패에 따른 상대의 부정적인 반응에 미리 위축된다. 섹스 중이나 섹스가 끝난 후 무심코 내뱉는 아내의 부정적인 반응, 혹은 신경질적인 태도는 남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히고 그것은 결국 성욕부진, 발기부전, 지루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콘돔 사용은 원치 않으면서 계속 질외사정을 요구하는 아내 때문에 억지로 사정을 참다 보니 결국 사정이 잘 안 되는 지루 증상을 보인다는 남성도 있다. 이기적인 아내에 대한 분노도 지루의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아내로부터 성욕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들 중 상당수가 의사를 찾아가 상담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파트너로 관심을 돌린다는 것이다. 일단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할 때도 마찬가지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로 인해 남편이 외도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남편 건강 체크는 비뇨기과 검사부터
그렇다고 해서 남편의 외도를 정당화할 생각은 없지만, 이럴 때는 아내가 먼저 남편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줘야 한다. 남편이 짜증이 늘고 무기력해지며 급기야 부부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긴다면 비뇨기과부터 예약하라. 피검사를 통해 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보충 요법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호르몬의 문제가 아니라면 감정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상대에 대한 분노나 미움이 차곡차곡 쌓였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쌓였을 경우 아무리 부드럽게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결국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일이 지속되면 남는 건 마음의 상처뿐이다.
몸과 마음의 문제가 해결됐다면 남편을 자극할 만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자. 남자는 시각에 예민하다. 이럴 때 섹시함이 최고의 해결책이다. 그렇다고 호피 무늬나 망사 스타킹, 야한 속옷만 떠올리면 오산이다. 오히려 순결한 느낌의 흰 면 속옷에 흥분하는 이도 많다. 상담을 받으러 온 남성 중 한 명은 “제발 여자들한테 야한 속옷 입으라는 얘기 좀 하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신선함’이다. 섹스를 나누는 장소와 방법을 바꿔보자. 밤에만 사랑을 나눌 것이 아니라 창가에 해가 드는 낮 시간을 이용한다든가, 침실의 불빛을 오렌지색으로 바꿔보고, 섹스를 아내 쪽에서 주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한 가지, 남편의 성감대가 어디인지 탐색해봐야 한다.
섹스는 사랑의 소통이며 부부는 그로 인해 친밀해지고 온전한 한편이 된다. 사랑에 빠지면 예뻐진다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다. 실제로 연애를 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려고 동공이 평소보다 네 배 가까이 커지고, 눈도 잘 깜빡이지 않아 건조함을 막기 위해 눈물샘에서 눈물이 자주 분출돼 더 예뻐 보인다고 한다. 즉, 상대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 있어야 함을 잊지 말자.

배정원씨는…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이자 섹슈얼리티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다수의 일간지에 성 상담 관련 칼럼을 연재 중이고, 저서로는 ‘유쾌한 남자 상쾌한 여자’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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