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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A양 동영상’ 공개 파문 그 뒷이야기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박해윤 기자

입력 2012.01.17 16:50:00

‘방송인 ○○○의 진실’.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A양의 실명을 거론하며 전 애인 C씨와의 관계에 대해 쓴 장문의 글과 남녀의 유사 성행위 장면을 찍은, 일명 ‘A양 동영상’이 대한민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파급력은 엄청났다. A양 동영상은 카카오톡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와 SNS를 통해 과거의 성 추문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현재 A양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잠적한 상태.
‘방송인 A양 동영상’ 공개 파문 그 뒷이야기

C씨가 폭행과 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한 집. 주소는 방송인 A양의 자택이었다.



“방송인 ○○○씨의 SEX 동영상입니다. 온갖 가식과 이기심으로 남을 아프게 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더 이상은 볼 수가 없습니다.”
12월4일 한 네티즌이 직접 개설한 블로그에 이 같은 문구와 함께 2분52초짜리 남녀의 유사 성행위 장면을 올렸다. 방송인 A양이 동거했던 연인과 찍은 동영상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블로그에는 A양의 사생활을 비난하는 내용과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글쓴이는 피해자인 전 애인 C씨의 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2011년 3월29일 A양의 자택에서 A양과 그의 어머니, 오빠, 그들의 고문 변호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C씨가 모르는 남성들에게 폭행과 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C씨와 연락을 취할 의향이 있으면 이메일을 보내라며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남겼다.
기자가 그 주소로 이메일을 보내자 답신이 왔다. 글쓴이는 A양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진 여러 장과 장문의 글을 보내왔다. C씨가 A양의 스폰서였다는 내용과 ‘다이아몬드 박힌 에르메스 시계, 명품 옷 등의 구매 내역이 적힌 신용카드 청구서도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메일 끝에 ‘사실도 아닌데 엉성하게 지어내 적당히 명예훼손이나 할 의도였다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C씨 측, 블로그와 이메일 통해 A양 사생활 폭로
파문의 당사자 A양은 동영상 유포 당일 한 매체와 통화하기 전까지 블로그의 존재조차 몰랐다. 그는 “그게 어디에 올라와 있느냐”며 “소속사도 따로 없는데 어떤 조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통화 당시에도 동영상의 진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A양은 실명을 거론한 사생활 동영상을 담은 블로그가 개설되자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피고인의 국적이 미국이라고 밝혔다.
A양은 현재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고 대외 활동을 중단했다. 12월9일 오후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진행된 고소인 조사에도 담당 변호사만 출석했다. A양의 변호인은 “A양이 ‘영상 내용에 대해 기억이 없고, 블로그에 게재된 글의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A양 측은 법무법인 장백을 통해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이날 경찰서에 출두한 것은 법무법인 세종의 변호사였다. 향후 세종이 A양의 변호를 맡을 것이라고 한다.
경찰은 A양 측 조사를 마친 후 피고인 C씨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C씨와 연락이 닿을지, 소환에 응할지는 알 수 없다. C씨의 국적이 외국이라 경찰의 피고인 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소환에 불응 시 인터폴에도 협조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C씨 역시 국내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처음 A양의 사생활을 폭로한 블로그는 12월6일 폐쇄됐지만, 다음 날 글쓴이는 새로운 블로그를 개설해 기자에게 이메일로 알려왔다. 새로운 블로그에는 A양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이나 동영상은 없지만 대신 그를 성토하는 장문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는 “이전 블로그가 폐쇄된 이유는 나체 사진이나 섹스 동영상을 올릴 수 없다는 구글의 규정 때문”이라며 경찰에 의한 것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2005년 A양이 당시 연인이자 스폰서였던 대학교수로부터 6억원가량의 돈을 받고 이를 돌려주지 않으려 청부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도 폈다.

진실을 알고자 C씨가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한 집 주소로 찾아갔다. 실제 그 주소는 방송인 A양의 자택이었다. 경비원은 “며칠째 A양이나 가족이 드나드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창문에는 블라인드가 쳐져 있고 불도 꺼져 있었다. 초인종을 몇 차례 눌렀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C씨 측이 기자의 이메일로 보내온 사진에는 남자의 얼굴이 교묘하게 잘려 있었다. 신분 노출을 원치 않는다는 의도가 보였다. 그러나 C씨도 네티즌의 눈썰미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한 언론이 C씨의 얼굴 실루엣 사진을 공개하며 ‘이 이미지는 실제 사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을 덧붙이자 그와 같은 배경에서 같은 옷을 입고 찍은 남성의 사진을 찾아낸 것. C씨로 추정되는 사진 속 남자는 미국 스탠퍼드 공대를 졸업한 대만계 미국인으로 컴퓨터 제조업체, 군수업체 등을 거쳐 홍콩 투자회사의 이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를 못하는 C씨 대신 언론과 접촉중인 지인은 “A양은 이 세상에서 자신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고 늘 말했다”며 “사진 찍히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A양으로부터 C씨가 받은 선물은 그녀의 사진뿐이다”라고 밝혔다.


A양, 사건 발생 이후 외부 접촉 끊고 잠적



‘방송인 A양 동영상’ 공개 파문 그 뒷이야기

방송인 A양의 자택 우편함에는 며칠째 찾아가지 않은 우편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C씨 측에서 보내온 사진 가운데는 A양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남자친구와 키스하거나 데이트하는 사진, 침대에서 끌어안고 찍은 사진 외에도 다소 민망한 자세를 취하거나 유사 성행위를 하는 사진도 있었다. 캐논 DSLR와 소니 카메라로 2010년 9월에서 12월 사이에 찍은 것이다. 수영복을 입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여성의 사진은 2011년 1월1일에 찍었다. 사진 촬영 시간이 새벽 5시인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것을 살폈을 때 한국과 시차가 꽤 나는 장소에서 찍은 것으로 보였다.
며칠 뒤 A양의 집을 다시 찾았을 때 우편함에는 찾아가지 않은 우편물이 수북이 쌓인 채였다. 경비원은 “그 뒤로 몇 차례 기자들이 왔었지만 모두 소득 없이 돌아갔다”고 전했다. 우편함에는 택배 기사가 12월13일 A양에게 등기 우편물을 전하러 왔다가 허탕치고 14일에 다시 방문하겠다고 적은 메모가 있었다. 카드 명세서와 A양이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단체에서 보낸 편지도 있었다. 앞선 11일에는 C씨의 근무지로 알려진 홍콩발 편지가 A양 앞으로 와 있었다. C씨가 보낸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지인이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였다.
현재 A양은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고 칩거에 들어갔다. 휴대전화 번호도 없앴다. 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면 ‘없는 국번’이라는 음성 안내가 나온다. 블로그도 없앴다. A양은 동영상 파문이 발생하기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블로그에 일상사를 올리며 활발한 온라인 활동을 했다. 블로그를 삭제하기 전인 2011년 11월26일 새벽에 올린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1년 11월26일 오늘은 2010년 11월26일 오늘과는 참 다르다/2010년 오늘은 뉴욕, 2011년 오늘은 서울/2010년 오늘은 촛불이…, 2011년 오늘은 집 앞 가로수 불빛이…/2010년 오늘은 추웠지만 온기가, 2011년 오늘은 온기는 있지만 텅 빈/2010년 오늘은 설레었지만 초조함이, 2011년 오늘은 허전하지만 차분함이’.
C씨 측이 보내온 사진 속 여성이 A양이 맞다면 그와 타지에서 함께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며 쓴 글로 추정된다. A양은 같은 날 밤늦게 ‘나도 언젠가… 남편으로부터 받고 싶은 편지…’라는 글을 썼다. ‘우리는 무엇으로 자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사랑의 힘으로’라고 자문자답한 A양. 하지만 이제 한때 사랑했던 두 사람이 재회할 장소는 경찰서나 법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동아 2012년 1월 5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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