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기사

Global edu talk

중국에 부는 호랑이 엄마, 늑대 아빠 열풍

글·사진 | 이수진 중국 통신원

2012. 01. 03

중국에 부는 호랑이 엄마, 늑대 아빠 열풍


주말 동안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가 친구 3명을 데려와 ‘슬립 오버(sleep over)’를 하느라 집안이 북새통이었다. 비록 아이들이 해야 할 숙제와 공부를 꼬박 이틀 동안 빼먹긴 했지만 어른 못지않게 바쁜 아이들에게도 가끔은 이런 해방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최근 중국 대륙을 떠들썩하게 달구고 있는 ‘늑대 아빠’는 생각이 좀 다를 것 같다. 4남매 가운데 3남매(막내는 아직 고교생)를 베이징대에 보낸 경험을 책으로 써낸 ‘늑대 아빠’ 샤오바이유씨(47)의 교육법은 한마디로 ‘매타작’이다. 지금까지 12만 부 이상이 팔려나간 그의 책 ‘그래서, 베이징대 형제자매(所以,北大兄妹)’에는 ‘사흘에 한 번 몽둥이를 드니 베이징대에 들어갔네’라는 다소 자극적인 광고 문구가 쓰여 있다. 샤오는 “국가에 국법(國法)이 있다면 가정에는 가법(家法)이 있는데 우리 집 가법은 바로 몽둥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의 매타작에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매를 들 때는 어디까지나 과학적이고 이성적이며 구체적인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정교육에 아이들이 ‘엄친아’ ‘엄친딸’로 소문이 나면서 친척이나 친구들이 아이를 맡겨오는 통에 한때 그의 집에는 최대 13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때리기 전에 무엇을 잘못했는지 설명하고 그 정도에 따라서 체벌 부위와 정도를 결정했다. 또 연좌제를 적용했다. 첫째가 잘못하면 첫째만 맞지만, 둘째가 잘못하면 첫째도 함께, 셋째가 잘못하면 첫째 둘째도 함께 벌을 받았다. 이 밖에 때릴 때는 회초리나 먼지떨이로 때려 근육과 뼈가 상하지 않게 한다. 손바닥과 종아리만 때린다. 때릴 때는 아이가 회초리 수를 센다. 손을 빼거나 비명을 지르면 횟수를 늘리고 더 세게 때린다 등이 그의 체벌 원칙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경우에 때렸을까. 아이들로 하여금 한자 학습서인 ‘삼자경(三字經)’과 ‘도덕경(道德經)’등 고전을 외우는 숙제를 내주고 학교 성적을 검사한 후 이를 약속한 수준으로 이행하지 못하면 때렸다. 성적은 반에서 3등, 전교에서 5등 이내에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부는 호랑이 엄마, 늑대 아빠 열풍

1 2 최근 중국 부모들은 무용, 음악 등 아이들의 예능 교육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날로 심해지는 교육열, 체벌로 아이 키운 교육서가 베스트셀러

중국에 부는 호랑이 엄마, 늑대 아빠 열풍

3 ‘늑대 아빠’ 붐을 일으키고 있는 샤오씨 가족.





여기까지는 엄격한 가부장의 교육철학이라고 인정한다고 해도 매우 제한된 아이들의 생활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학교생활에서 친구란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늑대 아빠’는 TV와 인터넷, 청량음료, 친구 집에 놀러 가거나 학업 이외 활동 참여 등을 금지했다. 앞서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타이거 마더’의 저자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 역시 두 딸을 키우면서 ‘수업 이외의 활동, 피아노와 바이올린, 테니스 이외의 악기나 스포츠, A학점 이하의 성적, 슬립 오버’ 등 금지 리스트로 미국 부모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무언가를 잘 하면 좋아하게 되는데 무언가를 잘 하려면 지루한 훈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의 자유와 권리 운운하며 이를 방기하면 아이가 뭔가를 잘 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라는 추아 교수의 주장은 자유방임의 미국식 교육의 허를 찌른 것이 사실이다.
‘호랑이 엄마’나 ‘늑대 아빠’나 모두 좋은 습관을 키우기 위한 부모의 엄격한 원칙을 강조한다. 분명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호랑이 엄마’나 ‘늑대 아빠’가 발언권을 갖는 것 자체가 바로 명문대 입학 여부로 교육의 성공 여부를 섣불리 단정 짓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내 아이가 과연 산중의 호랑이인지 황야의 늑대인지, 물고기인지 새인지 자신할 부모가 얼마나 될까. 물고기에게 수영은 가르칠 필요가 없고 나는 법을 가르칠 수가 없는데 말이다. ‘호랑이 엄마’든 ‘늑대 아빠’든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키우는 아이들은 호랑이나 늑대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이수진씨는… 문화일보에서 14년 동안 기자로 일하다 2010년부터 중국 국무원 산하 외문국의 외국전문가로서 인민화보 한글판 월간지 ‘중국’의 한글 책임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중1, 초등6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