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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륙의 끝에서 염정아가 눈물 흘린 까닭은…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박정우 프리랜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2011. 12. 16

MBC 드라마 ‘로열 패밀리’를 마치고 꿀 같은 휴식을 즐기던 배우 염정아가 남편과 함께 아프리카 세네갈을 찾았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세네갈의 아이들과 만나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륙의 끝에서 염정아가 눈물 흘린 까닭은…


염정아(39)는 정형외과 전문의인 남편 허일씨(40)와 함께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인근 빈민가와 서쪽 도시 티에스에서 ‘탈리베’라 불리는 앵벌이 아이들을 만났다. 탈리베는 이슬람학교인 다라에서 코란을 공부하며 구걸로 생계를 이어가는 아이들. 이들은 대부분 교육을 시켜준다며 학교에서 데려왔거나 부모가 맡긴 가난한 아이들이다. 염정아는 “세네갈에서 남편과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며 운을 뗐다.
“7박8일 일정으로 세네갈에 의료 봉사를 다녀왔어요. 그곳 환경 자체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아이들이 저희가 상상도 못할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더라고요. 그전부터 부부가 함께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줄곧 해왔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던 차에 한 어린이재단을 만났죠.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부부가 함께 세네갈에 가기로 했어요.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혼자가 아닌 남편과 같이 보살필 수 있어 든든했고, 봉사 활동을 갔다 와서 남편을 바라보는 제 시선도 달라졌어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30명이 함께 생활하는 열악한 환경. 배고픔과 피부병, 말라리아 등이 아이들을 괴롭혔다.
“정말 화가 많이 났어요. 제가 좀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요. 당장 아이들에게 제 힘으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저 자신에게도 화가 났고, 아이들을 그렇게 내버려두는 어른들에게도 화가 났고, 여러 가지로 화가 많이 났죠.”
아이들을 괴롭히던 질병 중 하나가 ‘시티’라고 불리는 피부병. 몸 전체에 퍼지면 살이 까지거나 손톱이 검게 변해 떨어져 나가는 전염병이다. 의사인 남편이 아이들을 치료하는 동안 염정아는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도왔다. 몸에 난 상처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 부모의 마음으로 보듬고 싶었다고. 의료봉사를 마치고도 식량, 학용품 등 구호품을 나눠주며 엄마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세네갈에 가기 전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들었어요. 사실 아이들에게 많이 나눠주고 싶어서 이것저것 사가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이 많이 몰리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해서…. 몰래 조금 챙겨갔어요(웃음). 그나저나 현금을 많이 안 가져간 것이 아쉬워요. 현금을 조금만 더 챙겨갔으면 아이들에게 학용품이랑 갖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더 사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고 안타까웠죠.”
염정아는 티에스의 한 무허가 이슬람학교인 다라에서 만난 알라지라는 아이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알라지는 심각한 피부병을 앓는 데다 구걸하다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일곱 살 소년. 4년 동안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염정아는 아이가 가족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가족을 만나고도 끝내 울음을 참는 알라지의 모습에 더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저도 아이 엄마로서 가난과 빈곤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힘들었어요. 게다가 어린 알라지가 마음껏 울지 못하는 모습이 정말 안타까웠죠.”
열네 살 소년 아흐마드는 이복동생 4명과 함께 한 다라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일부다처제인 세네갈에서는 이복형제가 흔한 편인데, 대부분 가난 때문에 다라로 보내진다. 아흐마드의 동생들은 여섯 살 난 막내 딸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구걸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마침 염정아 부부가 이들 형제를 찾았을 때는 딸라가 말라리아에 걸려 열이 40℃까지 올라가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그곳에서 염정아는 기지를 발휘해 교장 선생님을 설득했고, 아이를 약국으로 데려갈 수 있었다. 염정아 부부가 제때 발견하고 조치를 취한 덕분에 딸라는 입원해 치료를 받고 곧 건강을 회복했다. 염정아는 “마침 남편이 말라리아인 것을 발견하고 인근 병원으로 빨리 옮겨서 아이가 살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세네갈에서 부모 없이 어렵게 사는 아이들을 보고 온 뒤로 엄마로서 아이들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륙의 끝에서 염정아가 눈물 흘린 까닭은…

염정아는 남편 허일씨와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7박8일간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구호 활동을 벌였다.



“세상 아이들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저희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기보다 다른 아이들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아요. 똑같은 아이인데 저희 아이들은 밥이 먹기 싫어서 안 먹는 거고, 그곳의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못 먹는 거거든요. 주위 사람을 좀 더 둘러봐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겼죠.”
그는 “가난 때문에 다라에 보내졌지만 정규 교육을 받기는커녕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내몰려야만 하는 아이들의 상황이 너무 마음 아프다”며 “아이들이 하루빨리 고된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들의 작은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가 어떤 큰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거창한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다만 많은 분에게 이렇게 어렵게 사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관심을 갖게 할 하나의 채널이 됐으면 해요. 남편과 같이 지금은 시작하는 단계라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인데, 앞으로도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어요. 세네갈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후원해주셨으면 합니다.”
염정아는 지인의 소개로 남편과 2005년 처음 만나 곧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다. 2006년 12월 결혼한 이들 부부는 2008년 첫딸을 낳고 지난해 1월에는 건강한 둘째 아들을 얻었다. 부부는 앞으로 세네갈에서 만난 아이들이 코란 외에도 프랑스어 등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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