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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름다운 도전

평생 반바지 못 입어본 조남순 이은미 모녀 올여름 비키니 입다

글·이혜민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이은미 제공

입력 2011.08.10 17:00:00

아마추어 보디빌딩대회에 첫 출전한 모녀가 나란히 순위에 올라 화제다. 152cm 46kg인
조남순씨와 157cm 53kg인 이은미씨가 주인공. 두 사람은 대회 참가를 결심한 지 6개월 만에
탄탄하고 섬세한 근육을 자랑하며 비키니를 입었다.
평생 반바지 못 입어본 조남순 이은미 모녀 올여름 비키니 입다


엄마와 딸은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속내를 털어놓으며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간다. 조남순씨(50)와 이은미씨(27)도 그런 모녀다. 두 사람은 취미 생활도 공유한다. 그런데 그 취미가 바로 보디빌딩이다.
조씨와 이씨 모녀는 6월26일 대한민국 최고의 몸짱을 뽑는 ‘2011년도 미스터·미즈코리아선발대회’에 나란히 출전해 각 체급에서 각각 5위와 4위를 기록했다. 모녀가 함께 보디빌딩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또 그들의 ‘몸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도 충만했다. 모녀가 운동을 하는 경기도 의정부 연세휘트니스클럽으로 달려갔다. 대회를 치른 지 보름이 넘었지만 엄마와 딸은 경기도 양주 집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인 이곳 체육관에서 여전히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전자업체에서 조립 일을 한다는 조남순씨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운동량이 적어서 시작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루 8시간씩 조립을 하다 보니 늘 몸이 피곤했어요. 퇴근하면 그대로 곯아떨어졌죠. 마침 동네에 헬스클럽이 생겨 호기심에 등록했는데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운동하니까 좋더라고요. 몸도 날씬해지고 더 건강해지고요. 처음에는 남편도 같이 다녔는데, 중간에 당 수치가 높아지는 바람에 그만뒀죠. 서른일곱 살에 운동을 시작했으니 벌써 13년이 됐네요.”
엄마에 비해 딸은 남다른 이유로 운동을 시작했다. 2009년 차에 치여 종아리뼈, 골반뼈에 금이 가고 뇌진탕으로 시신경까지 다쳤는데, 8주 동안 입원하면서 체중이 70kg까지 불고, 통증이 심해져 진통제를 달고 살았던 것. 이를 보다 못한 엄마가 운동을 권했고 딸은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스트레스 때문인지 살이 많이 쪘어요. 위가 찢어질 정도로 많이 먹기도 했고요. 안 그래도 하체 비만인데 더 심해진 거죠. 그런데 운동을 하니까 근육량이 늘어나면서 통증이 사라지더라고요. 신기했죠.”

딸이 목표 의식 갖게 함께 보디빌딩대회 출전 결심

평생 반바지 못 입어본 조남순 이은미 모녀 올여름 비키니 입다

6개월 동안 노력해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한 조남순·이은미 모녀는 운동 덕분에 몸매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이후 모녀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다. 의정부시 보디빌딩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헬스클럽 관장이 이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보디빌딩대회 출전을 권한 것이다. 모녀는 그 제안을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딸이 살이 찌니까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면서 식이 조절을 잘 해줬더라면 이렇게 고생을 안 해도 될 것 같았죠. 하지만 ‘보디빌딩대회 출전’이라는 목표를 갖고 운동하면 딸이 살을 뺄 수 있을 것 같아서 응원차 같이 하게 됐어요. 이 나이에 비키니 입고 나가서 근육 자랑한다는 게 영 쑥스러웠지만 더 나이 들면 하기 힘들 것 같아 하기로 결심한 거죠.”(조남순)
“관장님이 잘한다고 칭찬해주시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한창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몸매가 바뀌고 있을 때라 이참에 운동을 더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죠. 대학생 때 춤 동아리에서 활동할 때도 몇 달 동안 고생하고 나서 무대에 서면 뭔가를 이룬 것 같아 희열을 느꼈거든요. 그때와 비슷한 감정이 들지 않을까 싶어 도전하기로 했어요.”(이은미)
모녀는 대회 준비를 위해 체육관을 옮기고 서울 구의동에서 근무하는 딸과 경기도 양주에서 일하는 엄마가 퇴근 후 4시간 동안 체육관에서 운동을 한 뒤 시외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6개월간 반복했다. 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에 매진했는데, 딸은 어깨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5kg짜리 덤벨을 하루 1백20번 들어 올리고 엄마는 런지(다리 한 쪽을 뒤로 빼고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를 하루 천 번 이상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공포의 식이 조절을 시작했다. 이은미씨는 곰이 사람이 되고자 마늘과 쑥만 먹은 것처럼 무염식으로 6개월을 버텼다.
“세끼 모두 닭가슴살 1조각, 고구마 1개, 양파, 브로콜리, 버섯, 마늘 몇 조각만 먹었어요. 회식도 못하고, 점심시간에도 혼자서 밥을 먹으니까 괴로웠죠. 간을 하지 않은 음식을 먹어선지 처음에는 메스꺼웠어요. 먹고 싶은 것도 많아졌고요. 틈나는 대로 맛집 사이트를 검색해 음식 사진을 보면서 식욕을 잠재웠어요. 자꾸 보니까 안 먹어도 배가 부르는 경지에 오르더라고요. 하지만 마른 편인 엄마는 대회를 한 달 앞두고 식이 조절을 시작했죠. 그런 엄마가 부러웠지만 몸도 가벼워지고 피부도 좋아지니까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물론 막바지에는 엄마한테 예민하게 굴었죠. 푸념할 상대가 엄마밖에 없었으니까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은 없었다. 도리어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찾았다. 엄마는 몸매가 탄탄해져 어떤 옷을 입어도 태가 나 좋았고, 딸은 여자의 특성상 운동을 많이 해도 근육이 점점 슬림해져서 좋았다.
이들은 자신들을 도와준 유재복 관장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일반 회원과 동일한 회비를 내는데도 대회 참가를 위해 따로 운동 프로그램과 식단을 만들어주고, 힘들 때 격려 문자를 보내며 각별한 애정을 쏟아줬기 때문이다. 이들 뒤에는 묵묵히 응원해준 가족도 있었다. 조씨의 남편은 내성적인 아내가 삶의 재미를 찾은 것 같다며 좋아했고, 아들은 2년 전 보디빌딩을 시작했지만 힘들다며 도중에 포기했는데 엄마와 누나를 응원하러 나왔다가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 덕분에 오누이 사이는 한층 돈독해졌다. 물론 아쉬운 일도 있었다. 은미씨가 본격적으로 운동에 돌입하면서 남자친구와 헤어진 것이다.
“퇴근 후 운동만 하고 집에 가니까 남자친구를 만날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남자친구는 제가 운동하는 걸 싫어하더라고요. 차라리 살을 빼지 말라고 하는데, 그건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운동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반바지를 입게 됐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그냥 쿨하게 헤어지자고 했죠.”
엄마 조남순씨는 이런 딸을 걱정하기는커녕 결혼에 얽매이지 말고 더 젊음을 누리라고 말한다. 자신이 스물세 살에 결혼했기 때문에 딸만큼은 좀 더 미혼 시절을 즐기기를 바라는 게 엄마의 바람. 이후 모녀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 몸이 가장 훌륭한 액세서리”라고 말한 여자 보디빌더 박수희를 롤 모델로 삼으며 운동에 박차를 가했다고 한다.



난생처음 비키니 입고 대중 앞에 나선 엄마

평생 반바지 못 입어본 조남순 이은미 모녀 올여름 비키니 입다


마침내 결승의 날이 왔다. 2011년도 미스터·미즈코리아선발대회가 열린 것이다. 모녀는 대회 직전 피부에 태닝을 하고 프로탄을 발랐다. 섬세한 근육을 잘 드러내기 위해 이틀 동안 물 한 모금도 안 마시고 2시간 동안 사우나를 해서 수분을 완전히 없앴다. 그리고 157cm 53kg인 딸은 52kg 이상 체급에, 152cm 46kg인 엄마는 49kg 이하 체급에 출전했다. 엄마는 근육의 섬유질까지 섬세하게 잘 보이고, 딸은 근육 크기가 크다는 장점을 인정받아 각 체급에서 5위와 4위를 기록했는데, 대회를 위해 5년 이상 준비해온 출전자들 틈에서 6개월 동안 훈련한 이들의 기량은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줘 재미있었다”는 딸과 달리 엄마는 대회를 썩 즐기지 못한 눈치다.
“무대 뒤에서 비키니를 입었는데, 부끄러워서 발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참가자 중에서 나이도 가장 많은 사람이 이런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하니까 죽겠는 거예요. 그러다 눈 딱 감고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나갔죠. 그래도 좀 아쉬워요. 연습했던 대로 근육에 각을 딱딱 잡아야 하는데, 다른 선수들처럼 못한 것 같거든요.”
대회를 마친 뒤 이들은 스타가 됐다. 조남순씨는 시집과 친정은 물론 직장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심지어 그와 같은 음식을 먹겠다며 도시락을 싸오는 동료까지 생겨났다.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건 딸도 마찬가지.
“친구들이 살 뺐다고 엄청 부러워해요. 한동안 연락 안 하던 친구들이나 옛 직장 동료들한테서 연락이 와요. 체육관 옮기겠다면서 관장님 소개시켜달라는 친구도 있어요(웃음). 처음에는 몰랐는데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일을 한 건가 싶어 뿌듯합니다.”
이들이 운동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몸이 건강해지는 것 외에 운동의 매력이 뭔지 묻자 “사람이 좋아서”란 답이 돌아온다. 술을 마시면 근육이 풀어지기 때문에 술 대신 소금 간을 하지 않은 닭 백숙과 오이, 당근, 양파를 먹으며 회포를 풀지만 모녀는 운동하면서 동료애를 느낀 덕분에 성격까지 변했다며 방긋 웃었다.

운동하면서 동료애 느껴 성격까지 개조

평생 반바지 못 입어본 조남순 이은미 모녀 올여름 비키니 입다


“회사에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관계가 편치 않은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오면 밝은 사람들이 많아서 엔도르핀이 막 나와요.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다가도 이분들과 함께 운동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감기에 걸렸다 낫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저는 이 나이가 되도록 어린 아이가 말 시켜도 존댓말을 할 정도로 숫기가 없었는데, 지금은 윗분들한테도 스스럼없이 말하고 회사에서 발표도 잘해요.”(조남순)
“여기 분위기가 그래요. 모르는 사람이 와도 인사하고, 도와주려 하죠. 물론 운동은 혼자 하지만 기구를 사용할 때는 보조자가 필요하거든요. 뭘 하나를 들더라도 같이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서로 도와주면서 농담 한두 마디 하다 보면 즐거워져요. 바나나 하나라도 나눠 먹어서 그런가 싶기도 해요(웃음). 친구들은 제가 활발해져서 좋은데, 말투가 군인처럼 딱딱해졌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운동하면서 관장님을 닮아가는 것 같아요. 관장님이 형광색을 좋아하시니까 요즘엔 저도 모르게 그 색에 끌리더라고요.”(이은미)
운동이 좋다면 차라리 전업하는 게 좋지 않을까. 모녀에게 프로 보디빌더가 될 생각은 없는지 묻자 두 사람 모두 고개를 가로젓는다. 딸은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농협에 입사하는 것이 목표”라며 “즐기고 있는 이 일을 돈벌이로 삼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엄마 역시 “곧 있으면 퇴직하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답한다.
그럼에도 보디빌딩만큼은 계속할 생각이다. 사람들은 여자들이 보디빌딩을 하면 근육이 울퉁불퉁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대회를 위해 극단적으로 노력한 결과일 뿐 평소에는 건강하고 늘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모녀 보디빌더로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열심히 해서 최고령 보디빌더가 되고 싶기도 하고요. 샤워할 때마다 제 몸이 탄탄하다는 것을 느끼곤 하는데, 앞으로도 비욘세처럼 아름다운 몸매를 갖고 싶어요. 나이 때문에 포기하지는 않으려고요.”(조남순)
“올해는 4위를 했는데, 내년에는 더 잘해서 최단기간에 성공한 보디빌더가 되고 싶어요.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예쁜 이효리처럼 되는 게 목표죠. 운동 좋아하는 저를 이해해줄 남자친구를 만나면 더 좋겠죠?”( 이은미)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운동하러 돌아서는 모녀. 이들을 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챔피언이란 생각이 든다.

여성동아 2011년 8월 5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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