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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from Beijing | 한석준의 유학 에세이

삼국지 배경 중원에서의 인생 공부

글&사진·한석준

2011. 08. 08

삼국지 배경 중원에서의 인생 공부

1 한나라 도읍이었던 뤄양 룽먼(용문)석굴을 배경으로!



대학을 졸업한 지 10여 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오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특히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미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갖고 남이 뭐라고 하든, 그걸 밀어붙이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요즘 학생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해서 진로에 반영하는 것 같다. 10년 정도 사회생활을 한 덕분인지, 나에게도 그런 조언을 구하는 친구들이 많다.
방학을 어떻게 보내면 좋겠느냐고 묻는 후배들도 있었다. 한 명은 교환학생으로 칭화대에 머물다가 다음 학기 서울에 있는 본교로 돌아가는 학생이고, 다른 한 명은 9월부터 시작하는 4학년을 마치고 학사장교로 군복무를 할 예정이다. 둘 다 취업 준비,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고민이 많았다. 나는 이들에게 여행을 권했다.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자신을 돌아보며 미래를 설계하는 데 여행만큼 좋은 경험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많은 친구들에게도 여행을 권했지만, 정작 길을 나서겠다고 한 사람은 이 둘뿐이었다. 여행을 권한 책임을 느끼며 이들을 나의 여행에 동행시켰다. 여행을 간다고 하자, 사람들은 실크로드·윈난·구이린·양수어 같은 곳을 추천했다. 우리가 사는 곳과 달리 특이해서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참 많이 다른 곳을’ 보러 다니기엔 무엇과 다른지 ‘그 본바탕’을 잘 몰랐다. 그래서 소위 중국 문화의 중심이라는 중원을 돌아보기로 했다. 또 다른 이유는 소설 ‘삼국지’ 때문이다. 삼국지의 여러 영웅들이 패권을 다툰 그 중원을 직접 둘러보고 싶었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 상대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삼국지에는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전략과 전술이 풍부하게 녹아 있다는 얘긴데, 곧 세상에 나가게 될 두 친구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삼국지 배경 중원에서의 인생 공부

2 7주 여행 치고는 짐이 단출하다. 3 뤄양에 있는 관우의 묘에서 향을 올리는 모습.



기차로 여행하며 중국 사람들의 진면목 발견 중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베이징에서 출발, 칭다오와 지난, 공자묘가 있는 취푸를 거쳐 조조가 도읍으로 삼은 쉬창을 지나 한나라 도읍이었던 뤄양에 와 있다. 남쪽으로 향하면 조조, 유비, 손권이 뺏고 빼앗기를 반복한 징저우와 그 일대를 돌아보고 그래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쓰촨으로 가서 유비가 촉나라를 세우고 왕에 올라 위와 대결한 한중 땅 일대를 보고 싶다. 7주간의 여행에 어디까지 가능할까?
여행 하면 흔히 ‘어딜 가서 무엇을 보고 배웠다’라는 게 주가 되지만 20대 초반 젊은이들은 거기에다가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접하면서 인생 경험을 풍부하게 한다는 의미를 추가하면 좋겠다. 이 친구들은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들이 몰랐던 새로운 중국, 중국인의 모습을 알게 됐다고 한다. 우리는 주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데 중국 각 성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옆에 앉아 대화를 하며 대도시나 학교 같은 정형화된 공간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투박한 중국인의 속살을 볼 수 있었다.
요즘 대학생들은 방학 때도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취직을 위해 학원에 다니며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잠깐 시간을 내 여행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멀리 보면 여행에서의 경험이 인생을 풍요롭게 할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주 동안 여행에 동행한 젊은 친구들이 자신이 그동안 겪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진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 그 일들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깨닫고 어떤 성장을 하게 될까. 궁금해진다.

삼국지 배경 중원에서의 인생 공부




한석준 아나운서는… 2003년 KBS에 입사. ‘우리말 겨루기’‘연예가중계’‘생생 정보통’등 굵직굵직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2007년 연예대상 MC부문 남자신인상을 받았다.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현지 경기 중계를 하며 중국에 관심을 가진 후 기회를 엿보다 올 2월 중국 칭화대로 연수를 떠났다. 직장인에서 학생으로 돌아간 그는 중국에서의 유학생활 중 느낀 점을 매달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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