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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reen Life

하얀 감자꽃 활짝 핀 강원도의 여름

삼척 산골 아낙네가 보내온 편지

기획·한여진 기자 글&요리&제작·김희진 사진·박정용

2011. 08. 02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의 시 ‘감자꽃’ 중에서

하얀 감자꽃 활짝 핀 강원도의 여름


강원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자와 옥수수.
남편과 제가 강원도로 이사 와 무엇보다 먼저 한 일은 감자와 옥수수를 심는 것이었습니다. 감자 심는 날 동네 어르신이 “감자눈을 따야지” 하시는 거예요. “네? 감자눈이 뭐예요?”라고 물으니 “모르면 그냥 반으로 자르고” 하시더군요. 알고 보니 감자를 심을 때는 씨감자를 몇 토막으로 자르는데 아무렇게나 자르는 게 아니라 감자에 보조개처럼 폭폭 들어간 감자눈이라 부르는 부분의 사이를 자르는 것이었습니다. 감자는 보통 4월에 심어 하지쯤에 캐는데 장마철과 겹치면 캘 시기를 놓칠 수도 있고 물빠짐이 나쁠 경우 썩을 수도 있어요. 몇 해 전에는 동네의 모든 감자 농사가 별로였습니다. 상태 안 좋은 감지를 보면서 “버려야 되나?” 고민했더니 “안 좋은 것은 감자가루로 만들면 된다”며 어르신들이 알려주시더라고요. 감자가루는 감자를 물에 한 달 동안 담가 만듭니다. 그런데 2주일 정도 지나니 온 동네에 쿰쿰한 냄새가 진동하는 게 아닙니까? 그 하얗고 뽀드득뽀드득한 감자가루가 되기 위해서는 한 달을 물속에서 썩어야 하니 마을 골목마다 감자 썩는 냄새로 가득 찬 거였지요.
감자 요리라곤 감자볶음만 알던 제게 강원도에서 만난 감자 요리는 정말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감자전은 물론이고 감자떡, 감자옹심이라 불리는 감자수제비, 감자밥, 감자국, 감자물김치까지. 그중 감자수제비에 담긴 어머님의 오래전 슬픈(?) 이야기는 잊히지 않습니다.
어머님이 갓 시집 왔을 때이니 50년 전쯤 이야기지요. 당시 3대가 모여살고 농사를 짓다 보니 일꾼들이 올 때가 있었는데, 감자수제비를 좋아하시는 아버님이 점심은 감자수제비를 해 먹자고 하셨다는 겁니다. 감자수제비를 모르는 이는 수제비처럼 반죽해서 끓는 물에 던지기만 하면 되는 줄 알겠지만 사실 감자수제비는 감자를 일일이 강판에 갈아 만들어야 하거든요. 당시 믹서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많은 식구들 한 그릇씩 먹자면 감자 한 박스는 갈아야 했답니다. 오전에 밭일 하고 돌아와 식구들 식사 챙기는 것도 벅찬데 언제 일일이 감자 갈아서 수제비를 뜬단 말인지. 어머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하시더군요. 물론 그날 부부싸움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고요. 먹을 게 귀했던 시절(특히 강원도 산골은 더하지요), 감자수제비는 다른 집에서는 먹기 힘든 귀한 음식이었다던데 어머님에게는 이름만 들어도 정나미 떨어지는 음식이 되고 만 겁니다.
올해도 옆집 밭의 감자는 잎이 무성한데, 어설픈 저희집 밭의 감자는 역시나 부실한 티가 납니다. 그래도 화학비료, 제초제 한 번 치지 않은 나름 유기농이라고 자부하며 얼마나 영글었나 파보니 크기는 작지만 동글동글 노란 감자가 쏘옥 나오더군요. 뭐든 그렇지만 밭에서 갓 딴 것은 다 맛있지요. 감자 몇 알 캐서 모처럼 감자수제비 한번 해 먹으려고 하니 옆에서 남편이 고디(다슬기)국에 감자수제비를 넣자며 힘든 제안을 하더군요. 실은 집 옆 강가에 고디가 많지만 손 많이 가는 일이라 여름에 친구가 놀러오면 한 번이나 주울까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거든요. 감자수제비에 고디까지 넣자고 하니 속으로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문득 어떤 맛일까 궁금했습니다. 옆집 아저씨가 박스 끈을 재활용해서 만들어준 바구니를 들고 강가로 내려가 고디를 잡고 감자수제비국을 끓였답니다.
과연 어떤 맛이었을까요?
실험 정신 투철한 남편 덕에 맛난 고디감자수제비를 먹을 수 있었지만, 혹 누가 와서 해달라고 한다면 사양할 겁니다. 고디를 주워와서 까주면 모를까…. 맛난 건강식 고디감자수제비를 먹고 창가에 모시발 하나 걸고 툇마루에서 감자꽃 수놓은 베개 베고 누워 낮잠을 청했습니다. 강원도의 여름은 감자와 함께 이렇게 익어가고 있네요.

하얀 감자꽃 활짝 핀 강원도의 여름


다슬기 넣은 감자수제비
“집 앞 물가에서 다슬기를 따다 감자수제비를 만들었어요. 강원도에서는 다슬기를 고디로, 감자수제비를 감자옹심이라 불러요. 작은 다슬기를 따는 것도, 감자를 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만들고 나니 맛은 일품입니다. 게으른 제가 올여름에 또 다슬기감자수제비를 만들지 의문이지만, 마음 통하는 이가 강원도 산골 저희 집까지 찾아온다면 소매 걷어붙이고 만들지도 모르죠.”



하얀 감자꽃 활짝 핀 강원도의 여름


준비재료
다슬기 200g, 감자 600g, 부추 100g, 소금 약간

1 다슬기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이쑤시개로 살을 발라낸 후 그 물에 다시 다슬기를 넣고 끓인다.
2 감자는 껍질을 벗겨 강판에 간다.
3 ②를 면보에 밭쳐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10분 정도 주무른다. 내린 물은 따로 밭는다.
4 ③의 물을 따라 녹말만 남겨둔다.
5 ④의 녹말과 ③의 감자 건더기를 섞어 반죽한다.
6 ①을 끓이다가 ⑤의 반죽을 새알 크기로 떼어 넣는다. 부추를 3~4cm 길이로 잘라 넣고 소금으로 간하면 다슬기감자수제비 완성!

하얀 감자꽃 활짝 핀 강원도의 여름


하얀 감자꽃 활짝 핀 강원도의 여름


하얀 감자꽃 활짝 핀 강원도의 여름


바람 솔솔~ 모시 조각 발
“다양한 색깔의 모시 조각을 연결해 발을 만들었어요. 창가에 걸거나 툇마루에 내리면 햇빛은 가려지고 바람은 솔솔 통하는 시원한 햇빛가리개가 된답니다.”

준비재료 다양한 색의 모시, 펜, 가위, 실, 바늘
1 컬러 모시는 30×30cm 크기 조각으로 16장 재단한다. 하얀 모시는 15×15cm 2장, 15×120cm 2장으로 재단한다.
2 ①을 도안대로 쌈솔(시접의 풀림을 방지하기 위해 한쪽 천 끝을 접어 가면서 박은 것)로 연결한다.
3 테두리는 두 번 접어 홈질이나 감침질로 마무리한다.

하얀 감자꽃 활짝 핀 강원도의 여름


감자꽃 수 놓은 부부 베개
“감자수제비 만들어 맛나게 먹고, 밭에서 본 감자꽃이 예뻐서 감자꽃을 수놓은 베개를 만들어보았어요. 감자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육각별 같은데 주름과 꽃술이 많아 수로 표현하기 힘들 것 같더라고요. 남편에게 ‘이걸 어떻게 수로 놔?’라며 투정 부리니 그림에 남다른 재주가 있는 남편이 간단하게 밑그림을 그려주었답니다. 감자꽃 수를 놓은 시원한 모시 베개와 침구에서 잠들면 한여름 열대야 걱정도 없을 것 같아요.”

준비재료 무명 180cm, 광목 90cm, 모시 90cm, 지퍼, 벨크로테이프, 펜, 자, 실, 바늘, 가위
베개 속통 만들기
1 무명은 48×37cm 크기로 잘라 가장자리를 오버락으로 마감한 후 지퍼를 달아 몸통을 만든다.
2 무명과 광목은 14×11cm의 크기로 두장씩 잘라 오버락으로 마감하고 옆면을 만든다.
3 몸통과 옆면을 시접 1cm씩을 두고 박아 붙인다.
베개 겉싸개 만들기
1 무명(겉감)과 광목(안감)을 47×40cm 크기로 잘라 겉끼리 마주대고 창구멍을 빼고 4면을 시접 1cm씩을 두고 박는다.
2 ①을 뒤집어 창구멍 막는다.
3 ②의 옆면에 벨크로테이프를 붙인다.
4 원하는 색상의 모시를 잘라 감자꽃 수놓은 다음 양끝은 두 번 접어 박은 뒤 홈질로 겉싸개에 붙인다.

하얀 감자꽃 활짝 핀 강원도의 여름


하얀 감자꽃 활짝 핀 강원도의 여름


김희진씨(40)는…
7년 전 강원도 삼척 산골로 귀농해 남편은 천연염색을 하고, 그는 규방공예를 하며 살고 있다. 초보 시골 생활의 즐거움과 규방공예의 아름다움을 블로그(http://blog.naver.com/meokmul)를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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