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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명복을 빕니다

죽음으로 막내린 송지선 아나운서 안타까운 사랑 뒷얘기

글·구희언 기자 사진·김형우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1. 07. 19

‘수면제 세 알째… 하느님 저 좀 도와주세요. 뛰어내리려니 너무 무섭고 목을 매니 너무 아파요. 제발. 비 오는 창밖을 향해 작별인사 다 했어요. 이제 그만 편안해지게 해주세요. 제발.’ 뛰어내리는 게 너무 무섭다던 여인은 돌연 19층에서 투신했다. 무엇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 걸까.

죽음으로 막내린 송지선 아나운서 안타까운 사랑 뒷얘기


송지선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30)의 투신 소식이 전해진 것은 서태지·이지아 이혼 소송 3차 공판이 열린 5월23일 오후였다. 송 아나운서는 5월7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두산 베어스 소속 야구선수 임태훈(23)과의 관계를 상세히 공개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었다. 이후 송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태훈과 1년 넘게 교제 중이라고 밝혔지만, 임 선수가 소속된 두산 베어스 측은 교제 사실을 부인했다. 그리고 송씨는 5월23일 오후 1시43분경 서울 서초구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 19층에서 몸을 던졌다.
빈소가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차려진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하던 중 서울성모병원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성모병원에 도착하자 병원 측 관계자는 “자리가 없어서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다시 핸들을 꺾어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향하면서 착잡했다. 죽어서까지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기구한 운명이라니….

야구선수와의 스캔들, 죽기 직전 20여 일간 물만 먹어
고인의 어머니 배모씨는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실신해 같은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고인의 아버지 송모씨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제주도에서 서울행 비행기로 올라오고 있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차려졌다. 어머니 배씨는 오후 7시30분경 작은딸의 부축을 받아 빈소로 들어갔고, 고인의 남동생이 뒤를 따랐다. 어머니의 통곡은 빈소 밖 로비까지 새어나왔다. 오후 9시경 아버지 송씨가 빈소에 도착했다. 이날 빈소에는 MBC 스포츠플러스에서 고인과 격주로 ‘베이스볼 투나잇 야’를 진행해온 김민아 아나운서를 비롯해 직장 동료와 지인들의 조문이 늦게까지 이어졌다.
“아이고… 내 새끼 어떡해, 억울해서 어떻게 하나….”
5월25일 진행된 발인식에서 어머니 배씨는 “억울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버지 송씨는 “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유족과 친지들은 송 아나운서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까워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송 아나운서와는 조카와 이모 사이처럼 가까웠다는 김모씨는 고인의 어머니 배씨가 목격한 투신 직전 상황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언니(어머니 배씨)가 화장실에 가려는데 지선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왔다 갔다 하더래요. 여름에 뭐가 춥다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겠어요. 자신도 무서우니까 그런 거지…. 전날도 죽는다고 (창문에) 올라서 있는 걸 언니가 ‘절대 죽을 생각은 하지 마라’고 탁 쳤대요. 계속 이불 뒤집어쓰고 왔다 갔다 했는데 언니가 화장실에서 나오니까 아이가 없더래요. 왔다 갔다 하면서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이불 뒤집어쓰고 뛰어내릴 때 얼마나 무서웠겠어….”
투신 전 송씨는 식음을 전폐해 매우 수척해진 상태였다고 한다. 너무 앙상한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며 그는 울먹였다.
“지선이가 20여 일을 물로 연명했어요. 어머니가 죽도 사다 주고, 우유도 사다 주고 했는데 아무것도 안 먹다가 그저께 우유 하나 먹었대요. 염할 때 보니 아이가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인지 손은 어린아이 것처럼 작고, 눈도 보통 퀭한 정도가 아니야….”
장례식장 밖에서 만난 고인의 이모는 “언니가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자고 했지만, 형부는 덮자고 했다”며 임 선수와의 스캔들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를 높였다.
“제일 안타까운 건 우리 지선이만 나쁜 사람이 됐다는 거예요. 이 한을 어떻게 풀어줄 건데….”

타인에게 받은 상처 끌어안고 떠난 그녀
유족들에 따르면 송 아나운서는 심성이 착하고 일에서는 완벽주의자였다. 생방송 중 실수라도 하면 자신의 미니홈피에 자책하는 글을 남겼고, 임 선수와의 스캔들로 의혹이 불거지자 ‘죄송하다’는 글을 남겼다. 이모는 고운 심성을 지닌 조카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한다.
“지선이는 자기가 힘들면 힘들었지, 남이 힘든 꼴을 못 봐요. 자기 혼자 힘들어서 모든 일이 해결된다면 그 길을 택할 아이예요. 절대 자기 생각을 표현할 아이가 아니야.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됐지.”
생전 인터뷰에서 말을 번복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을까. 송 아나운서는 임 선수와의 교제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가 다시 사실임을 밝히기도 했고, 트위터에 글을 쓴 건 본인이 아니라고 했다가 본인이 썼다고 말을 바꿨다. 송 아나운서의 이모는 “(스캔들로 인해) 부모님께 피해가 갈까 봐 걱정했고, 심리적인 부담도 컸던 것 같다. 지선이가 엄마에게 ‘내가 죽어야지 모든 게 해결될 것 같다. 죽는 것도 무섭고 모든 일이 무섭다’고 했다고 하더라. 죽기 전에 임 선수와 얘기해보려고 했는데 만나주지 않았다고 하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송 아나운서는 2005년 말 제주 MBC 공채에 합격해 정식 아나운서가 됐다. 하지만 더 넓은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며 2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왔다. 2007년 12월 KBS N 스포츠에 아나운서로 입사해 ‘날아라 슛돌이’ 5기 중계 등을 맡았다. 재직 당시 야구선수 김태균과 결혼한 김석류 아나운서와 함께 야구계의 여신으로 불렸다. 2010년 3월 MBC 스포츠플러스로 자리를 옮겨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그러나 그는 5월7일 트위터에서 자살 소동을 벌였다. 같은 날 새벽에는 미니홈피에 야구선수와의 스캔들에 관한 내용이 올라와 물의를 빚었고, 이 탓에 징계까지 거론됐다. 그가 죽음을 택한 날, 회사에서 그의 거취에 대해 발표하기로 돼 있었다. MBC 스포츠플러스 관계자는 “송지선 아나운서의 거취와 관련해 결정된 사안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송씨의 유족들은 “이미 퇴출 이야기가 나온 상태였고 공식적인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는 퇴사를 확정한 상태였다고 하더라고요. 그아이에게 아나운서를 그만두라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 제주 MBC에서 약 7백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아나운서가 돼 뉴스 진행을 한 능력 있는 아이예요. 서울에서 일하고 싶다며 사표 내고 혼자 올라와 날마다 새벽 4~5시에 일어나 학원 다니고 열심히 공부해 여기까지 왔는데….”
송 아나운서는 죽기 직전까지 일본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할 만큼 정이 많았다. 그러나 여리고 고운 심성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쉽게 상처를 받았다. 유족들은 결국 “지선이가 모든 것을 다 끌어안고 떠났다”며 눈물을 쏟았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5월25일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송씨가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어머니 및 목격자 진술, 집에서 발견된 메모지, 직접 사인 등 자살임이 명백해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나중에 모두 다 말하겠다”던 송 아나운서의 부모는 결국 입을 닫았다. 사랑하는 딸이 죽어서까지도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원치 않았으리라.

죽음으로 막내린 송지선 아나운서 안타까운 사랑 뒷얘기

1 빈소로 들어서는 송지선 아나운서의 어머니. 2 송지선 아나운서의 빈소를 찾은 동료 아나운서들. 3 송지선 아나운서의 장례식장 앞에 조화가 놓여 있다. 4 장례식장 안내판에 뜬 송지선 아나운서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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