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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맞으며 그냥 살지 마라!

한국 가정폭력 선진국 5배

글·김명희 기자 사진제공·REX

2011. 07. 08

우리나라 여성 가운데 6명 중 1명꼴로 남편에게 매를 맞고 있지만 그동안 가정폭력은 개인이 해결해 야 할 문제라는 인식 때문에 사법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찰이 가정폭력 해결에 깊이 개입할 수 있게 됐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때리고 맞으며 그냥 살지 마라!


결혼 10년 차 주부 K씨(39)는 얼마 전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 의처증이 있는 남편은 처음에는 화분, 액자 등을 집어던지더니 나중에는 분을 이기지 못해 주먹과 발까지 이용해 아내를 구타했다. K씨의 비명 소리를 들은 아파트 주민이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남편은 “말다툼을 조금 했을 뿐, 별일 아니다”라고 둘러댔고, K씨는 남편의 후환이 두려운 데다 이웃 보기에도 창피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경찰이 돌아간 후 남편은 다시 폭력을 가했고, K씨는 결국 코뼈 골절과 전신 타박상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됐다.
지난해 실시한 가정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중 절반 이상(54.8%)이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성적 학대나 경제적 방임 등도 포함돼 있으며 남편의 폭력에 의한 아내의 신체적 피해도 15.3%로, 영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5배나 높았다.
우리나라 가정폭력 발생 비율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가정폭력을 한 개인 또는 가정의 문제로만 인식, 피해를 당해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은 한 가족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태 조사 결과 가정폭력 가해자의 68%가 어린 시절 부모의 가정폭력을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의수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과장은 “가정폭력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점차 심화되며 자녀가 가해자의 행동을 보고 배우기 때문에 학교나 사회 폭력의 고리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5월 말 가정폭력 초기 대응 강화와 피해자 보호에 중점을 둔 ‘가정폭력방지종합대책’을 마련했으며 이는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빠르면 하반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가정폭력 신고 받은 경찰, 영장 없이 수사 가능
프랑스는 가정폭력 가해자를 긴급 체포하며, 독일도 가해자에게 퇴거,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리고 이를 위반하면 체포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가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폭행 사실을 부인하면 속수무책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또 경찰이 가해자 격리나 접근 금지 등 임시조치를 신청해도 검사의 청구를 거쳐 법원 결정까지 7~8일이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피해자는 2차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정폭력 신고를 받으면 경찰이 영장 없이도 피해자 집에 들어가 직권으로 가해자를 격리시키거나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 사법 절차와 별도로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피해자 보호 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청구하면 가해자는 피해자 또는 가정 구성원의 주거지로부터 격리, 100m 이내 접근 금지(전기통신 포함), 친권 행사 제한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무분별한 기소유예, 더 이상은 No~
그간에는 가정폭력으로 기소 대상이 돼도 ‘범죄 사실이 중하지 않으나 가정폭력 재범 또는 재범 위험성이 있거나 알코올 의존성이 있는 경우’ 등에 한해 검사가 기소를 유예할 수 있었다. 이 경우 상담 기간이 40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가해 행동을 교정하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데다 불성실 상담자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기소유예 적용 대상이 엄격하게 제한되며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가해자 교정 프로그램도 알코올중독, 도박, 정신 질환, 의처증 등으로 세분화된다. 피해자에 대한 치료 회복 프로그램은 노인·장애여성, 이주여성, 자녀 등 유형별로 세분화해 운영된다.
가정폭력 긴급피난 현장 상담 : 1366(긴급구호, 상담 등 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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