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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재계 핫 페이스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달라졌다

소통경영? 공격경영!

글·정혜연 기자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2011. 06. 16

현대백화점의 젊은 오너 정지선 회장, 그가 달라졌다. 2003년 서른둘의 나이에 실질적 오너가 된 뒤 공식 행사 외에는 외부 노출을 자제해왔으나, 9년 차 CEO가 된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고객과의 소통에 나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일반인과 소통하는 재계 인사들이 늘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43)은 애견 사진과 트레이너 문구 등을 트위터에 올리며 친근한 CEO로 자리 잡았고, 박용만 두산 회장(56) 또한 나이보다 젊은 감각의 관심사를 트위터로 일반인과 공유해 젊은 CEO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들의 활발한 행보는 고객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마련이다.
재계 여러 분야 중에서도 여성과 주부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백화점 분야야말로 이러한 마케팅이 필요한 곳이다. 대한민국의 3대 백화점은 현재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56),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39)의 실질적 경영 아래 움직이고 있다. 이 중 외부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 왔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올해 들어 고객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 회장은 올해 1월3일 그룹 시무식을 마친 뒤 곧바로 서울 중계본동 백사마을을 방문해 현대백화점 고객 및 임직원들과 함께 연탄을 배달했다. 혹한의 날씨에도 직접 연탄 봉사를 진두지휘했고, 봉사를 끝낸 후에는 참여한 고객에게 일일이 감사의 뜻을 표했다. 2월에는 압구정 본점에서 진행된 헌혈 캠페인 행사장을 찾아 헌혈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던 정 회장은 이날 ‘해외여행 한 달 이내 헌혈을 할 수 없다’는 헌혈 규정상 참여하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이 컸던 그는 “오늘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여러분과 함께하지 못하지만 다음 기회에는 반드시 하겠습니다”라며 고객 앞에서 약속했다.
이 밖에도 3월에는 성북구에 있는 공부방을 찾아 ‘파랑새 만들기 공부방 캠페인’에 참여, 페인트칠을 하며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후로도 정 회장은 매달 다방면에 걸쳐 고객과 소통하는 행사를 만들고, 꼬박꼬박 얼굴을 내비치면서 친근한 CEO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정 회장의 대외 행보를 언론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사실 정 회장님의 사회공헌 활동은 과거에도 쭉 있어왔다.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성격 탓에 조용히 진행됐던 것뿐이다. 올해 들어 괄목할 만한 경영 성과를 이루며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특별할 것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달라졌다

1 지난 3월 서울 성북구 공부방에서 파랑새 공부방 만들기 환경개선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지선 회장. 2 지난 2월 헌혈에 참여한 고객에게 감사의 장미를 전달하는 모습. 3 1월 시무식 후 고객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연탄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



주요 그룹 3세 경영인 중 유일한 30대 CEO
1972년생인 정지선 회장은 91년 경복고를 졸업하고 연세대에 입학했다. 사회학을 전공하던 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해 일을 배우다가 2001년 황산덕 전 법무부 장관의 손녀인 동갑내기 황서림씨를 고교 동창의 소개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이후 2003년 1월 서른두 살에 현대백화점그룹 총괄부회장이 되면서 실질적인 경영을 시작했다. 당시 아버지 정몽근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있었지만 그가 아버지를 대신해 모든 일을 처리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6년 12월 정몽근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는 동시에 정지선 부회장은 명실상부 그룹을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고, 2008년 1월 회장 자리에 오르며 대내외적으로 CEO로 인정받게 된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문제없는 인사 조치였지만 한국 정서상 주요 그룹 3세가 30대에 CEO 자리에 오른 것은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 충분했다. 정지선 회장 또한 “젊은 나이에 그룹을 책임지게 된 것도 부담스러운데 대외 활동까지 하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 경영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잘 나서지 않았다.
이후 언론에도 전혀 오르지 않았던 탓에 그의 이름을 따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앞에 서 있다”는 농담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40세가 되면 활발하게 외부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고,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이 된 그는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며 때가 왔음을 알렸다.
그 일환으로 정 회장은 올해 초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담팀을 신설해 고객과 함께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평소 “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서 하지 못하는 고객들에게 백화점이 가교가 돼야 한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백화점과 고객이 손을 잡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이를 올해 공개적으로 행동에 옮기기에 이르렀다.
이와 더불어 정 회장은 경영에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월, 판교 알파돔시티 복합쇼핑몰의 매매약정을 체결한 것. 정 회장은 약정을 통해 판교지구 택지개발사업 중심상업용지에 신축 예정인 백화점·대형마트·영화관·쇼핑몰 등 복합상업시설 건물(연면적 약 17만7850㎡)을 6천5백70억원에 일괄 매수했다. 이는 판교 알파돔시티가 인수 제안을 한 지 두 달 만에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정 회장은 이와 관련해 사업 전반을 직접 지휘하면서 복합쇼핑몰의 구성과 콘셉트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임직원들에게 “출점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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