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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웃음 바이러스

‘남자의 자격’ 새 멤버 ‘비덩(비호감 덩어리)’ 전현무 예능 날개 달다

“순하기만 한 ‘남자의 자격’ 멤버들, 제가 한번 흔들어놓겠습니다”

글·김명희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2011. 06. 15

제법 웃긴 아나운서는 많았지만, 개그맨보다 웃긴 아나운서는 그가 처음이다.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새 멤버로 아나운서 최초로 리얼 버라이어티에 도전한 전현무. 밉상·비호감 캐릭터를 자처하며 걷잡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하는 그의 정체를 해부했다.

‘남자의 자격’ 새 멤버 ‘비덩(비호감 덩어리)’ 전현무 예능 날개 달다


전현무(34),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웃음이 나온다. 그의 이름 어디엔가 웃음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숨어 있는 것 같다. 그는 신문사 기자를 거쳐 2004년 YTN에 입사해 앵커로 뉴스를 진행하더니 2006년 KBS로 자리를 옮겨서 아나운서가 됐다. 그런데 뉴스는 뒤로하고 망가지는 캐릭터로 예능 프로그램에만 출연하는 그를 개그맨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해피투게더’에서 선보인 아이유의 7단 고음은 인터넷을 타고 큰 화제몰이를 해 게시판에는 ‘전현무를 고정으로 출연시켜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그가 아나운서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웃기기는 한데, 아나운서가 저래도 돼?’라며 오히려 걱정을 한다.
그런 그가 최근 일요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 새 멤버로 합류했다. 얼굴 마담이던 ‘비덩(비주얼 덩어리)’ 이정진을 대신하는 자리라 부담이 될 법도 한데, “이제 눈 둘 데가 없어졌다”는 멤버들의 지적에 자신도 ‘비덩(비호감 덩어리)’이라며 호기롭게 큰소리친다.
‘남자의 자격’ 새로운 미션 수행 차, 서호주로 배낭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인 5월13일 전현무를 만났다. 호주로 간다는 사실 외에 미션 내용을 아무 것도 몰랐지만 전현무는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밉상은 맞기 직전까지만
전현무가 ‘남자의 자격’ 새 멤버로 발탁된 데는 4월 방송된 양준혁 몰래카메라 편이 큰 몫을 했다. 양준혁 몰래카메라는 전현무 입단 테스트이기도 했던 것. 게스트로 출연한 그는 이경규의 앞잡이가 돼 감초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는 방송에서 “나 같은 사람이 있어야 착한 예능이 더 빛을 내고 멤버들이 산다”며 대놓고 출연 욕심을 드러냈고 이것이 제작진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전현무는 “당시 면접 보는 마음으로 방송으로 나가든 편집을 당하든 상관없이 계속 떠들었다. 그때 내가 예능에 대해 갖고 있는 열정의 진정성을 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그토록 원했던 리얼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에 합류한 소감은?
“옆 동네(동시간대에 방영되는 MBC 경쟁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워낙 세서 거기에 밀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합니다. 제작진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구원 투수로 영입을 해줬기 때문에 부담스럽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만큼 실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뿐입니다. 패전 처리가 되면 안 되겠죠.”
▼ 2년 전부터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는데.
“회사에 직접 이야기를 한 건 아니고(웃음), 윤형빈씨와 친하니까 ‘제작진과 선배들한테 얘기 좀 해달라’고 압력을 넣은 건 사실이죠.”
▼ 다른 예능 프로그램도 많고, 비슷한 포맷으로는 ‘1박2일’도 있는데 굳이 ‘남자의 자격’을 고집한 이유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고, ‘1박2일’보다 ‘남자의 자격’에서 제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을 것 같았어요. ‘1박2일’은 멤버들 캐릭터가 다양한 반면, ‘남자의 자격’은 착하고 순한 분들 위주라 변화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걸 제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실제 분위기는 어떻던가요. 정말 멤버들이 착하기만 한가요?
“방송으로 봤던 것과 비슷하던데요. 새로 들어온 양준혁 선배까지, ‘누가 누가 더 착한가’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순해서 조금 흔들어놓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경규 선배 혼자 (밉상 캐릭터로) 고군분투하시는데, 제가 YB 대표로 좀 도와드려야겠어요. 선배들께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겠지만, 많이 깐족거릴 생각입니다(웃음).”
▼ 아나운서는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인데 그렇게 망가져도 될까요?
“망가지는 것 또한 저를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외모가 우월하지 않은 남자 아나운서가 대중에게 자신을 인식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만약 제가 현빈 같은 외모라면 가만히 있어도 되겠지만 그게 아니니까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잡은 거고, 제 몸 자체에 밉상과 깐족대는 성향이 내재돼 있기 때문에 그걸 예능으로 승화시켜볼까 하는 거죠.”
▼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밉상 성향이 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면 고쳤을 텐데.
“외아들로 자란 탓인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았고, 그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웃음을 유발하는 방법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거였고, 그게 상대에게 갔다가 덧대어져 더 큰 공격으로 돌아와 제가 찌그러지는 게 반복됐죠. 그때부터 ‘쟤는 누구를 공격하지만 결국은 자기가 당한다’는 것 또한 웃음의 한 패턴이라는 걸 알게 됐죠. 저를 던져서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남자의 자격’ 새 멤버 ‘비덩(비호감 덩어리)’ 전현무 예능 날개 달다




▼ 자칫하면 시청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외면당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수위 조절이 중요한데 주먹으로 한 대 맞기 직전까지만 밉상을 떨지, 비호감으로 낙인 찍힐 정도로까지 깐족거리진 않아요. 또 그런 게 쌓이다 보니 시청자들께서도 이제는 ‘전현무가 정말 나쁜 사람이 아니라 재미를 주려고 그런다’는 걸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진정성을 인정받는다고 할까, ‘전현무씨 보고 실컷 웃었더니 기분이 풀린다’ ‘우울증이 나았다’ 이런 이메일이나, 트위터 멘션을 보면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웃겨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낍니다. 몸이 좀 힘들면 어떻고, 망가지면 어떻습니까. 되도록이면 시청자들이 저를 더 만만하고 웃기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 실물도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잘생기고, 진지해서 실제로 만나면 만만하게 보기 힘들 것 같은데.
“그렇죠. 그게 반전이죠. 반전이 있어야 인생이 재미있지 않습니까. 하하하.”

평범한 직장인 대표로 시청자 공감 끌어낼 것
그토록 노래를 부르던 ‘남자의 자격’에 합류했으니 꿈을 이룬 셈이지만 그와 동시에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말솜씨로 웃음을 유발하는 일반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리얼 버라이어티는 긴 호흡으로 진면목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에게는 다소 생소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현무는 “제작진이 정말 다음날 뭘 찍을지 전혀 힌트를 주지 않는다. 각색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전현무를 보여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면 의외로 아나운서의 야무진 모습이 드러날 테고, 그 또한 재미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걱정도 있다. 자신을 그대로 내보였는데 ‘쟤는 어떻게 아나운서가 됐지’ 하는 얘기가 나오면 난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다.
▼ 실제 녹화에 참여해보니 그냥 보던 것과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제작진이 미션에 대해 사전에 언질을 조금이라도 줄 줄 알았는데 정말 녹화 당일에 알려주더라고요. 완벽한 리얼이죠. 제작진이 추구하는 게 웃음보다 열심히 하는 것이라는 점도 놀라웠어요. 녹화하는 동안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현무야, 괜찮으니까 너무 웃기려고 하지 마’였어요. 물론 웃음을 포기하면 안 되겠지만 거기에만 집착하다 보면 억지스러워지고 가식이 섞인다는 겁니다. 어떤 미션이 나오든 몸과 마음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고, 시청자들이 거기에 공감해야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 첫 회에서 속성으로 마라톤·패러글라이딩·합창 등 7가지 미션을 수행했죠? 아무리 신고식이라지만 너무 혹독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던데요.
“미션 중엔 몸을 쓰는 게 많은데 제가 이윤석씨 못지않은 저질 체력이라, 그게 힘들더라고요. 마라톤은 그나마 발만 쓰는 거라 할 만했는데 패러글라이딩은 안 쓰던 온몸의 근육을 다 써야 해서 정말 토할 것 같더라고요. 지금으로선 체력 보강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 가격 경쟁력 때문에 전현무씨를 기용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KBS 직원이라 출연료가 2만원이 채 안 된다던데, 다른 멤버들과 비교하면 속상하지 않나요? 또 다른 분들은 매니저가 있어서 이런저런 소소한 일을 챙겨주는데, 전현무씨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스스로 챙겨야 하죠?
“출연료 부분은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오히려 개그 소재로 쓸 수 있으니까 더 좋죠. 매니저 부분은 여행 갈 경우 다른 분들은 소속사가 알아서 챙겨주는 부분이 많은데 저는 출장 품의서 올리는 것까지 제가 다 챙겨야 하니까 번거롭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않겠어요. 대신 저는 멤버 중 유일하게 직장인이니까 연예인과 달리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 대표다, 그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연예인과 직장인이 하는 건 공감의 정도가 다를 수 있으니까.”
▼ 멤버 중 가장 따뜻하게 맞아준 분은 누구인가요?
“모두 환영해주셨지만 이경규 형님이 가장 감동적이었죠. ‘하는 대로 다 받아줄 테니 맘 놓고 하라’고 말씀해주시고, 첫 방송 나간 후 전화해서 모니터링해주시고 또 ‘웃기기만 하지 말고 미션을 수행하는 데 진정성을 보여주도록 노력하라’는 조언도 해주셨어요.”
▼ 김태원씨나 양준혁씨는요?
“김태원 선생님은 방송에서 보이는 것과 똑같고, 양준혁 선배는 자신도 신입생 처지라 누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실 상황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웃음). 같이 한번 잘해보자 그러셨죠.”

‘남자의 자격’ 새 멤버 ‘비덩(비호감 덩어리)’ 전현무 예능 날개 달다


▼ 아나운서 중에서는 예능감이 출중하다고 하지만, 실제 예능인들과 부딪혀보면 부족한 부분도 많이 느낄 텐데.
“자극을 많이 받죠. ‘남자의 자격’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함께하는 분들로부터 많은 걸 배웁니다. 탁재훈씨는 순발력과 상상력이 대단해요. 초등학생 같은 유치한 발상이긴 한데 의외로 웃음을 유발하죠. 김용만씨는 웃기기도 하면서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이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하고, 신동엽씨는 저와 약간 캐릭터가 겹치는데, 깐족 개그 분야에서 내공이 상당해요. 이런 분들을 모두 스승 삼아 열심히 모니터링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어요.”
▼ 그중에서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성능 좋은 방송 기계, 유재석씨죠. 유재석씨 하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지만 그 부분은 저와 스타일이 다르니까 논외로 치고,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능력을 배우고 싶어요. 유재석씨가 진행하는 걸 보면 재미있는 게스트가 나오면 웃기려는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비중을 확 줄여 리액션만 해요. 반면 게스트가 잘 못한다 싶으면 안경 벗고 메뚜기 춤 추고.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임에도 프로그램을 위해 자기 몸을 던지죠. 진행 스타일은 다르지만 유재석씨가 프로그램에 임하는 자세는 반드시 배우고 싶어요.”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4차원 방송 괴물
이미지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느 아나운서와 달리 전현무는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김보민 아나운서 화장 지우면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가 남편인 축구 선수 김남일에게 멱살 잡힐 뻔했던 이야기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 한 토크쇼에 나가 ‘동료 박은영 아나운서와의 열애설 진위를 묻는 기자 질문에 일부러 모호하게 대답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전혀 사실이 아니지만,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싶어 열애설을 적극 부인하지 않았단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고, 스캔들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자신에 대한 관심은 모두 감사하다는 4차원 방송 괴물 전현무, 그가 던져줄 웃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 다른 아나운서들은 예능 외도를 어떤 시선으로 보나요.
“처음에는 아나운서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쓴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방송에서 저질스런 춤을 췄다고 경위서를 쓴 적도 있어요. 그런데 요즘엔 응원해주시고 ‘재미있게 봤는데 수위 조절 잘해라’라는 당부의 말씀을 해주시죠. 아나운서 선후배 중에 끼 있는 분들이 많아서 제가 물꼬를 튼 것을 계기로 제2, 제3의 전현무가 속출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 본인은 예능이 즐겁다지만, 부모님은 아들이 샛길로 빠지는 게 안타까울 것도 같은데.
“처음에는 ‘어떻게 너는 뉴스를 진행하면 그게 뉴스가 될 정도로 우스꽝스럽게 변하냐’고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아무리 말해도 안 들으니까 ‘저 녀석은 그게 그렇게 좋은가 보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이해해주시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포기하신 거죠.”
▼ 사실 시청자로선 전현무 아나운서가 뉴스에 나오면 웃음부터 나옵니다. 본인은 어색하지 않나요?
“어색하진 않아요. 다만 뉴스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 제가 원하는 뉴스 형식이 아니라서 뉴스를 잘 안 하는 건데 10년쯤 후에 시사와 예능이 결합된 쇼가 있다면 그건 한번 해보고 싶어요. 시청자들과 쌍방향으로 토론도 하고, 어려운 사안을 재미있게 풀어서 알려주기도 하는.”
▼ 그래서 그다음 마지막 목표는 무엇인가요? 예능인으로 독립하는 건가요?
“제 기본 마인드는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겁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면 주어진 일만 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되지만 저는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성격이라 그게 안 되더라고요. 신문기자와 앵커를 하면서 경찰서를 돌고 뉴스를 전달하는 순간에도 눈앞에 신동엽·유재석씨 얼굴이 어른거려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고 당장은 지금 주어진 프로그램에서 저를 기용해준 제작진이 후회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역시 전현무 투입하길 잘했네’ ‘괜히 전현무가 아니네’라는 반응이 나올 때 굉장히 행복하거든요. 아직 예능인으로 독립을 고민할 위치는 아니고요. 최종 목표가 정상이라고 하면 저는 지금 막 산 중턱에 들어설까 말까 한 순간에 와 있어요. 여기서 안주하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요. 정상이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가는 데까지는 열심히 가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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