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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키워드로 읽는 야구 필독서 3

야구는 야구 이상이다~

글·김명희 기자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11. 06. 07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속에 ‘치고 달리는 것’ 이상의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세상사의 이치를 야구로 풀어낸 책을 통해 그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키워드로 읽는 야구 필독서 3


1 야구는 경영이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키워드로 읽는 야구 필독서 3


지난해 일본 서점가는 예상치 못한 책 한 권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한 방송작가(이와사키 나쓰미)가 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면’(2백50만 부)이라는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84만7천 부) 압도적인 차로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이 책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지난해 은퇴한 양준혁이 “야구가 보여주고자 하는 열정, 감동, 환희가 이 안에 모두 녹아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지막 경기가 떠올라, 그때로 돌아가 1루까지 죽어라 뛰고 싶었다”고 말한 걸 보면 책의 감동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한 이 책의 내용은 도쿄 호도쿠보 고등학교 야구부 매니저(부 운영을 돕는 보조원)를 맡고 있는 여학생 미나미가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피터 드러커 경영서 ‘매니지먼트’를 읽고 그의 경영 이론과 철학을 야구부 운영에 접목시켜 팀을 고시엔(일본 전국 고등학교 야구선수권대회) 결선에 진출시킨다는 것이다.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는 조직의 기본 운영 원리를 담은 책으로, 급변하는 사회 흐름을 미리 예측하고 성과를 높이기 위한 핵심 요소들을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소개해 출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경영서의 바이블로 불린다.
미나미가 경영 이론을 야구부 운영에 적용하는 방식은 이렇다. ‘무엇을 팔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라’는 조언에 따라 ‘야구부 고객들이 원하는 건 감동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이를 위해 고시엔 대회 결선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운다. 또 ‘성과 중심의 정신을 위해서는 급여 인상, 승진, 강등 같은 인사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에 따라 실력은 뒤떨어지지만 헌신적인 부원을 팀의 주장으로 삼는 식이다. 만년 꼴찌를 면치 못해 심드렁했던 부원들은 미나미의 매니지먼트를 통해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야구를 해야 하는지 깨달아간다.
미나미가 차용한 드러커의 이론은 가정, 학교, 직장, 동아리 등 어떤 조직에도 적용할 수 있다. 원래는 샐러리맨을 타깃으로한 책이나 의외로 여대생,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책의 신드롬을 분석하며 “드러커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도쿄 하라주쿠 기념품 판매점 여주인까지도 이 책의 영향을 받아 그의 경영 이론을 적용한 직원 미팅을 한다”고 전했다. ‘내가 만약 우리 조직의 매니저라면’이라고 가정하고 책을 읽으면 재미있게 야구 지식을 쌓으면서 자기 계발도 가능하다.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권일영 옮김, 동아일보사, 1만2천원

2 야구는 인생이다~ 추신수 자전 에세이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꾸다’



키워드로 읽는 야구 필독서 3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메이저 리그 역대 최고 타율 기록은 타이 콥의 3할6푼6리. 전설적인 타자도 공 10개 중 불과 3.7개를 맞혔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빠듯한 인생살이에 숨통이 트인다. 지난해 20홈런, 20도루의 대기록을 세운 한국인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삶에도 항상 양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1년 꿈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6년 가까이 메이저 리그로 승격하지 못하며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2006년 현 소속팀으로 트레이드돼 타율 2할9푼7리, 3홈런, 22타점을 기록하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또다시 주저앉아야 했다.
책은 승부 근성이 남달랐던 어린 시절부터 지옥 훈련으로 유명한 부산고등학교 MVP 시절을 거쳐 미국 야구계에 입문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역경과 그가 꿈꾸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하고 재치 있는 에피소드에 담았다. 혹시 지금 어떤 일로 좌절하고 있는 이에게는 “나는 단박에 떠오른 천재 스타가 아니라 세상을 사는 여느 누구처럼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온 사람이며, 아직도 끝이 없는 아득한 그 계단을 오르고 있다”는 추신수의 말이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추신수 지음, 시드페이퍼, 1만2천원

3 야구는 꿈이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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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1무 265패, 첫 승까지 걸린 시간 28년. 이 처참한 기록은 2011년 3월 현재 서울대 야구부의 성적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서울대 야구부원들은 질 게 빤한 야구를 왜 할까. 저자는 소설에서 그 답을 찾는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자 야구부의 투수였던 김지웅은 대기업의 영화 투자 파트에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사기를 당하고 이혼까지 하게 될 위기에 놓이자, 재기를 꿈꾸며 서울대 야구부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옛 부원들을 찾아나선다. 친구들은 대부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엘리트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법대 출신 전설적인 4번 타자 태성은 예외였다. 고향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 2군에서 야구선수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 후배를 위해 은퇴를 하는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을 통해 꿈과 열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이재익 지음, 황소북스,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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