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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lobal Edu Talk

아이들도 예외 없는 가사분담의 원칙

글 &사진·김은영 사진제공·REX

2011. 06. 01

얼마 전 한국 청소년들의 부모 의존도가 일본·중국보다 높은 반면, 가족생활 만족도는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기보다 자신의 선택을 존중받고 제 일을 스스로 해나갈 때 더 행복과 만족감을 느낀다. 세계 각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어떤 고민과 노력을 하는지, 통신원들이 전해왔다.

아이들도 예외 없는 가사분담의 원칙


영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여기는 한국과 많이 다르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일하는 입시생들’이다. 영국에는 하루 만에 인생이 결정되는 우리나라 수능시험 같은 것이 없다. 수학의 경우 네 번에 걸쳐 시험을 보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재시험을 볼 수 있다. 아무튼 우리나라로 치면 이렇게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도 주말에는 용돈을 벌기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학생들이 많다.
영국에서는 아이들도 공동체의 일원이므로 어느 정도 성장하면 일해서 용돈을 버는 등 스스로 앞가림을 하고, 가사일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물론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 ‘공평’의 원칙을 피하고 싶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게 옳다고 여긴다.
“아니, 내가 어제 회의 때문에 집에 저녁 7시에 들어갔는데 아들이 밥도 안 해놓고 있지 뭐야. 냉장고에 스파게티 재료 다 있었는데 그 쉬운 거라도 좀 해놓지 말이야. 시험이 있었다면 내가 말도 안 해”라며 불평하던 한 교사. 우리 나이로 치면 고등학교 3학년인 그 아들은 주말이면 일정 시간 동네 대형마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한다.

시험 앞두고도 용돈 위해 일하는 학생 많아
영국은 대학생이 되면 예외 없이 집을 나간다. 우리나라처럼 주요 대학이 서울에 집중돼 있지 않고 영국 전역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자기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10대 끝자락이 되면 독립생활이 시작되므로 그전에 식사와 빨래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벌써 학교에서 샌드위치 만들기, 과자 굽기 같은 걸 배우는 걸 보면(물론 선생님들이 도와준다) 학교 교육에서도 이런 점을 중시하는 것 같다. 초등학생 정도면 집에서도 식기세척기에서 그릇과 수저를 꺼내 정해진 공간에 넣는 일, 빨래 널기, 정원의 잡초 뽑기, 잔디 깎기 같은 일을 부모와 함께 한다.
영국 생활 9년째. 처음 만났을 때 세 살, 다섯 살이던 영국 친구의 아들들이 어느새 훌쩍 컸다. 예전에 친구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아 가면 주로 남편이 요리를 하고, 부인은 거들고, 아이들은 앉아서 먹는 게 다였다. 몇 달 전 오랜만에 식사 초대를 받아 갔더니 요리는 아빠가 했지만 상 차리는 일은 아이들이 주로 했다. 음식을 다 차리고 식탁에 앉은 후에도 필요한 게 생길 때마다 친구 부부가 아들들한테 부탁한다. 물론‘Thank you’ 와 ‘please’를 붙이면서. 어른인 우리는 앉아서 먹고 아이들이 번번이 일어나 뭔가를 갖다 주는데, 미안하기도 하면서 ‘참 잘 컸다’라는 생각에 대견스러웠다.

아이들도 예외 없는 가사분담의 원칙


김은영씨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에는 통역일을 했다. 영국 회사에서 일하다가 남편을 만나 영국으로 이주,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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