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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웃어요 아빠

몸짱으로 돌아온 정종철

1백 일 만에 20kg 감량

글·이혜민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정종철 제공

2011. 05. 17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개그맨 정종철이 식스팩을 자랑하는 ‘몸짱’으로 돌아왔다.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된 곰처럼, 인고의 시간을 이겨낸 눈물겨운 스토리.

몸짱으로 돌아온 정종철


옥동자. 어린 사내 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정종철(34)이 KBS ‘개그콘서트’에서 ‘옥동자’란 캐릭터로 활약한 이후 본래 의미는 기억에서 멀어지고 둥글둥글하고 빵빵한 그의 얼굴만 떠오른다.
정종철은 2006년 황규림씨와 결혼해 1남2녀를 뒀다. 그런 그가 요즘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살밖에 없던 그에게 근육이 생긴 것이다. 정종철은 “역시 아빠란 자리가 무거운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다섯 살 난 아들과 목욕을 하는데,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부끄러웠어요. 근육이라곤 하나도 없고 배만 뿔룩 튀어나와 있는데… 아이 몸이나 제 몸이나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요. 불현듯 그런 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들에게 미안하더라고요. 저만 해도 아버지의 멋진 몸을 기억하고 있거든요. 등도 넓고, 팔뚝도 두껍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평소 역기 운동을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가끔씩 떠올라요. 그래서 이참에 저도 운동을 해서 아버지가 제게 보여주셨던 멋진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자 싶었죠. 이렇게 결심한 날이 작년 8월13일이었어요.”
데뷔 초 52kg에 불과했던 몸무게가 어느새 86kg으로 불어났다. 건강검진 결과 지방간, 고지혈증이라는 진단과 함께 운동을 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런데도 움직이기가 싫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운동을 싫어했던 터라 운동을 하는 게 육식주의자가 채식주의자가 되는 일만큼이나 어려웠다. 대신 살 빼는 약을 먹고, 침을 맞고, 식이요법도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살을 뺄 방법은 오로지 운동이었다.

운동 그만두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것
“남들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저도 알게 모르게 다이어트를 해왔어요. 방법과 강약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하죠. 야식으로 라면 3개 먹던 사람이 1개로 줄이는 것도 관리는 관리잖아요(웃음).”
농담처럼 말하지만 그의 결심은 굳었다. 먼저 자신을 책임져줄 트레이너를 찾았다.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6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 몸짱으로 거듭난 KBS 개그맨 공채 동기인 윤석주였다.

몸짱으로 돌아온 정종철

정종철은 아들이 아빠가 ‘운동하는 사람’인 줄 알 정도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석주 형에게 제 사정을 말했더니 ‘일단 나한테 몸을 맡겼으니 이제 네 몸은 내 몸이다’라면서 그 자리에서 운동을 시키더라고요. 그러고는 마치 연애하는 사이처럼 수시로 문자를 보냈어요. ‘지금 뭐 먹고 있느냐.’ ‘운동 전에 공복 상태가 좋으니 지금 먹어라.’ ‘뭘 하는지 사진 찍어서 보내라.’ 이렇게 온종일 감시를 하니까 처음에는 왜 이렇게 제게 집착하나 싶었죠.”



몸짱으로 돌아온 정종철

정종철이 연출한 ‘옹알스’는 영국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무대에 오를 수조차 없었다.



트레이너는 정종철의 식단부터 조절했다. 이미 몸에 과분하게 비축돼 있는 지방의 섭취는 최대한 줄이고, 근육을 만들어주는 단백질 섭취는 늘렸다. 근육량이 늘어야 기초대사량, 즉 하루에 소비되는 에너지량이 늘기 때문이다. 그러나 며칠 만에 정종철이 백기를 들었다.
“기름기 없이 퍽퍽한 살코기를 먹고, 양념 안 한 채소만 줄기차게 먹으니 구역질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석주 형이 ‘곰은 1백 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고 버텨서 사람이 됐지만 호랑이는 그걸 버티지 못해 사람이 되지 못했다’면서 ‘운동을 그만두는 건 너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거다’라고 해요. 그때 갑자기 정신이 확 들더라고요. 지금까지 살면서 남한테 수없이 많이 졌는데 내 자신에게까지 지고 싶지는 않았죠.”
이젠 오기가 났다. 닭 가슴살, 돼지 앞다리살, 쇠고기 안심, 달걀흰자를 주로 먹고, 튀기는 대신 굽거나 삶거나 쪄서 먹었다. 한편 기초대사량을 늘리기 위해 하루 3시간 반씩 운동하면서 근육 수축·이완 운동을 반복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 기적이 나타났다. 1백 일 만에 20kg이 빠진 것이다.
“너무 힘들어서 도중에 그만두고 싶었는데 운동을 시작한 지 딱 1주일이 지나는 순간 살이 깎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살이 한 번에 쫙쫙 빠지는 건 아니지만 내 몸이 예술이 되어가던걸요. 덩치도 좋아지고, 팔도 두꺼워지고, 근육도 생기고…(웃음).”
가족들의 시선이 달라진 건 물론이다. 처음에는 운동을 하겠다는 그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그만큼 그가 운동을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종철이 운동을 시작한 뒤 집에 오면 녹초가 돼 잠만 자니 아내는 더욱 못마땅해했다. 하지만 남편이 점점 더 ‘바른생활 사나이’가 되자 아내도 달라졌다.
“신혼 초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했지만 아이들이 생긴 뒤로는 통 그런 말을 안 하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아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줘요. 몸도 몸이지만 제가 가정적으로 변해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실 몸 만들기에 힘쓰다 보면 늦게까지 술을 마실 수가 없잖아요. 친구들이랑 술 대신 밥 먹고 커피 한잔 하는 것으로 끝나니까요. 운동을 하면 무척 피곤해서 일찍 들어와 쉬게 되더라고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체력이 좋아져서 아이들하고 한바탕 신나게 놀아주니 아이들도 아빠를 더 좋아하더군요.”

술 대신 운동, 가정적으로 변한 아빠

그는 무엇보다 아빠를 바라보는 아들의 시선이 달라진 게 기쁘다고 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은 “너희 아빠 뭐 하시니”라고 물으면 급기야 “우리 아빠 운동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할 정도. 운동을 하면서 변해가는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아 그저 기쁘기만 하단다. 그래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요즘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일찌감치 집에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은 뒤 놀아주다가 아이들이 잠든 10시 반쯤 운동을 하러 나간다.
“제가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 정도 많이 먹어요. 하루 여섯 끼를 먹는데 기초대사량이 많아져서인지 이젠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더라고요. 하지만 근육을 더 만들고 싶어서 식단을 고기나 달걀 위주로 짰어요. 이제 더는 빠질 지방이 없으니까 지방이 든 음식도 먹을 수 있어서 좀 살 만해요(웃음). 운동도 1시간 반 정도만 하면 되고요.”

몸짱으로 돌아온 정종철


스스로 체험을 하면서 그는 다이어트 전도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자신처럼 살 빼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서다. 최근 헬스 케어 전문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시작해 자신이 직접 체험해보고 유용했던 다이어트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 그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토털 헬스 케어 시스템인 ‘헬스원’을 세우고 싶어요. 단식원에 가듯이 헬스원에서 머물며 1백 일 동안 기적의 프로젝트를 만드는 거죠. 당장 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할 거예요.”
어렵게 몸짱이 됐으니 이참에 건강 사업에 뛰어든다? 그럴듯한 이유지만 사실 정종철의 결심 뒤에는 한국 개그계의 슬픈 현실이 있다. 개그맨으로서의 활동에 대해 묻자 정종철은 “지금 개그를 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라는 판단이 들어 그 열정을 다른 곳에 쏟기로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개그를 하려고 해도 설 무대가 없어요. 요즘엔 가수가 대세잖아요. 언젠가 개그의 시대가 올 거라 믿고 그때까지 기다려야죠.”
정종철은 지난해 ‘개그콘서트’의 ‘옹알스(조준우·조수원·채경선·최기섭)’를 이끌고 영국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그가 연출한 옹알스 공연은 현지에서 별 5개의 호평을 받았고 30회 공연이 전부 매진됐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공연을 무대에 올릴 기회조차 없었다.
“옹알스 공연은 말 개그가 아니라 마술, 저글링, 마임, 그림자놀이, 사물놀이, 비트박스 등을 결합한 형식이에요. 4명이 사물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의 시선에서 코미디를 하는 거죠. 기립박수가 쏟아지고 현지 언론에서 주목을 받았어요. 달걀로 바위 치는 심정으로 지난 3년 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해서 얻은 성과였어요. 하지만 정작 국내에 와보니 그 공연을 선보일 무대가 없어요. 또 문화예술 지원이라도 받아 에든버러에 재도전을 해볼까 했는데 개그맨을 지원한 적이 없어서 불가능하다는 말만 돌아오더군요. 공연이라도 한번 제대로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는 옹알스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고 한다. 몸짱이 되고 사업가가 됐지만 개그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제가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성취감도 얻고 인정도 받을 수 있겠죠. 당분간은 제 에너지를 개그가 아닌 건강 사업에 쏟지만,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둘 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하다 보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옥동자, 많이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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