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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남자의 변신

부드러운 남자 김승우 거친 매력 내뿜으며 매너리즘 극복하다

글·정혜연 기자 사진·현일수 기자

2011. 05. 17

이 남자의 끝은 어디쯤일까. 20대에 영화배우로 시작해 30대엔 드라마로 흥행 연타를 치더니 40대 들어선 토크쇼 진행자로도 성공적인 안착을 했다. 더는 변신할 것도 없겠다 싶은데 돌연 악역에 도전,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한 여자의 남편, 두 아이의 아빠이자 배우인 김승우가 그를 지탱하는 가족애와 불혹을 넘어 연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말했다.

부드러운 남자 김승우 거친 매력 내뿜으며 매너리즘 극복하다


한 가지 일을 20년 동안 해왔다면 그 분야에서 ‘달인’이라 할 수 있다. 배우 김승우(42)도 1990년 영화 ‘장군의 아들’로 데뷔해 올해로 21년째 연기를 하고 있으니 연기의 달인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해가 갈수록 연기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캐릭터를 갈구한다. 그 결과로 최근 김승우는 4월 중순 개봉한 영화 ‘나는 아빠다’에서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비리 형사를 맡아 열연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그가 첫 악역을 맡은 심경을 들려줬다.
“데뷔하기 전부터 선후배는 물론 업계 관계자들까지 하나같이 ‘넌 부드러운 이미지의 마스크여서 악역은 못할 것’이라고 말 했어요. 실제로도 악역은 들어오지 않았고요. 초창기에는 그에 대한 불만이 없었고 주어지는 역할에 열심히 임하기만 했는데 비슷한 캐릭터로 오래 연기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는 걸 느꼈죠. 안 되겠다 싶어 요 몇 년 사이에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기 시작했어요.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북한 공작원 역할을 맡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이번 작품을 선택한 것도 ‘아이리스’를 찍으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인데 만약 보시는 분들이 ‘김승우는 악역 연기가 이상하다’고 하신다면 그건 제 한계라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에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김승우는 자신의 변화에 거는 기대가 큰 듯했다. 이번에 그가 맡은 역할은 뒷돈을 챙기려 장기밀매조직의 살인사건을 은폐하는 비리 형사지만 병마와 싸우는 딸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는 아빠다. 딸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장면이 많았지만 그는 스턴트맨을 마다하고 직접 하겠다고 나섰다. 덕분에 영광스러운 상처도 얻었는데 김승우는 괘념치 않는다며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몸을 써서인지 지금까지 욱신거리는 부위가 많다”며 웃었다.

아이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아빠
김승우는 연예계에서 가정적인 남자로 알려져 있다. 2005년 동료 배우 김남주와 결혼해 딸 라희를 얻었고, 3년 뒤에는 아들 찬희도 낳았다. 행복한 가정을 꾸린 김승우는 종종 방송에서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애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해 동료 배우들의 부러움을 샀다. 지난 4월 초에는 영화 ‘나는 아빠다’ VIP 시사회에 아내 김남주가 참석해 남편의 영화 개봉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며 변함없는 금슬을 과시했다.
이번에 주연한 영화 속에서는 주먹이 앞서고 욕도 잘하는 아빠인데, 실제 모습에 대해 묻자 그는 “집에만 들어가면 아이들 앞에서 항상 작아지는 아빠”라고 답했다.
“일할 때는 최선을 다하는 아빠지만 집에선 아이들 자는 모습만 봐도 한없이 작아지는 보통 아빠예요. 아이들 앞에서는 대한민국의 여느 평범한 아빠들과 다를 바 없죠. 사실 이제 아이가 태어난 지 꽤 시간이 흘러 ‘아빠’라는 의미가 애틋하게 다가오는 시기는 지났어요. 하지만 자녀를 바라보는 눈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고, 그저 더 열심히 해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점점 커져요.”
어느덧 불혹을 넘긴 김승우. 그에게도 아버지를 아빠라 부른 시절이 있었지만 20대 초반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터라 그 기간이 남들보다 짧았다. 때문에 아버지를 대하는 시선이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다를 듯싶었다.

부드러운 남자 김승우 거친 매력 내뿜으며 매너리즘 극복하다


“경제적인 능력이 생겨 독립할 수 있었던 때부터 아빠를 아버지라 불렀던 것 같아요. 학교를 다니며 용돈이 필요할 때는 아빠라고 했고, 제가 용돈을 드리면서부터 아버지라고 불렀죠. 그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지금 전화해서 아버지를 아빠라 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생각해보면 부모와 덜 친근해질 무렵부터 호칭이 아버지로 바뀐 것 같아요. 내년이면 라희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어느새 이렇게 컸나 싶어요. 우리 아이들도 조금 있으면 저를 아버지라고 부르겠네요. 어휴, 생각만 해도 정말 서운하고 안타까워요.”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을 반짝거리는 김승우. 현재까지도 그는 외부에 아이들의 모습을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연예인 2세라고 해서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유명세를 치르게 하는 것이 옳지 않을뿐더러, 맹목적으로 연예계의 화려함을 동경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다는 ‘아빠 김승우’의 굳건한 생각 때문이다.
심지어 김승우·김남주 부부는 아이들이 무방비로 영상매체에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 거실에 TV도 두지 않는다. 대신 그 시간에 책을 읽히거나 그림을 그리게 한다. 또한 평소에 부모가 배우라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지 않기 때문에 딸 라희가 유치원에서 친구들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집에 돌아와서 “엄마가 ‘내조의 여왕’이야?”라고 물었을 정도다. 김승우는 줄곧 “자식들이 굳이 배우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이상 일부러 시킬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남부러울 것 없이 완벽한 가정을 이룬 김승우는 요즘 직업적인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 20·30대에는 부드러운 이미지 덕분에 멜로물 출연 제안이 많이 들어왔지만 어느 순간 신물이 났다. 연기 변신을 해야겠다 싶어서 다양한 작품을 시도했는데 막상 팬들은 갑작스러운 그의 이미지 변신을 외면해 30대 후반에는 슬럼프도 겪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2009년 그는 스스로 ‘주연 배우’라는 의식에서 벗어나고자 드라마 ‘아이리스’의 조연을 택했고 이것이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출연 배우 이름 중 네 번째에 자리 잡은 자신의 이름을 본 순간 착잡하기도 했지만 열심히 연기한 결과 ‘미친 존재감’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이후로 김승우는 어떤 배역이든 가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큰 배역, 작은 배역은 있어도 큰 배우, 작은 배우는 없다’는 연기 개론서에 적힌 말의 의미를 마흔 넘어 뒤늦게 깨달았어요. 캐릭터가 매력이 있고 그 역할을 맡은 배우가 열심히만 연기한다면 굳이 주연이 아니더라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나니 일하는 자세도 달라지더라고요. 사실 예전에 비해 저를 선택해주는 제작자가 많지 않다는 걸 새삼 느껴요. 오히려 그 덕분에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한 연기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하죠. 어릴 때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로도 용서가 됐지만 지금은 그 선을 넘어섰기 때문에 ‘저 배우는 참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웃음).”
김승우는 5월 방송될 드라마 ‘리플리’에서 강혜정·이다해·박유천 등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열 살 이상 나이 차가 나는 후배들과 다시 TV 카메라 앞에 서는 김승우가 보여줄 또 다른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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