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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TV는 사랑을 싣고

SBS 애정촌 촌장 남규홍 PD를 만나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 묻는 ‘짝’

글·김민지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SBS 제공

2011. 05. 17

누구나 태어나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짝을 찾는다. 그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아주 오랜 시절부터 계속됐던 일이다. 이렇듯 짝을 찾는 과정에선 무수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이를 사실적으로 보여준 적은 없었다. SBS 다큐멘터리 ‘짝’은 그 적나라한 러브게임을 보여주고 있다. 짝을 찾고픈 청춘남녀들을 애정촌으로 모이게 한 주인공, 남규홍 PD를 만났다.

SBS 애정촌 촌장 남규홍 PD를 만나다


언제부턴가 TV에서 ‘연애’나 ‘만남’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끊이지 않고 있다. 3월23일 방영을 시작한 SBS ‘짝’ 역시 그런 프로그램 중 하나처럼 보였다. 그러나 소재는 같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기존 짝짓기 프로그램과 달랐다. 남녀 출연자가 게임을 하며 한바탕 웃고 마는 가벼운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애정촌’이란 곳에서 젊은 참가자들이 함께 지내면서 느끼는 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짝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진정성도 묻어났다.
이렇듯 남녀의 단순한 ‘사랑 찾기’를 넘어 ‘이 시대 진정한 짝이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짝’. 이 프로그램을 만든 계기가 궁금했다. 연출자이자 애정촌 촌장으로 불리는 남규홍 PD(46)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짝을 만나고 싶어 하는 당연한 욕망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짝’은 SBS 스페셜 신년특집 3부작 ‘짝’의 1부 ‘나도 짝을 찾고 싶다’를 정규 편성한 케이스다. 1부를 비롯해 2부 ‘너는 내 운명인가’와 3부 ‘미워도 다시 한 번’ 모두 한국 사회에서 짝과 결혼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사실적으로 보여줘 주목을 받았다.

‘완장촌’ ‘애정촌’은 인간 욕망의 실험실
‘짝’의 본질은 지난해 방영한 SBS 스페셜 신년특집 ‘출세만세’와 이어진다. 두 프로그램을 같은 맥락에서 기획했기 때문이다. 당시 스페셜 팀에 있던 남PD는 ‘나는 한국인이다’ 시리즈를 기획했다. 그러면서 ‘가장 한국인다운 모습은 무엇일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출세’와 ‘짝’. 한국인의 다양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키워드로 이 두 가지를 꼽은 것이다. 남 PD는 “이것이야말로 누구나 살면서 고민하는 문제”라며 “어쩌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에서 성공하고 싶은 것과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것, 이 두 가지 욕망을 들여다보면 한국인의 모습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런 생각에서 만들었는데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특히 지금 애정촌의 모태가 된 ‘출세만세’의 완장촌은 시도 자체가 모험이었는데 과감히 도전한 끝에 좋은 포맷이 나온 거 같아요. 그래서 그 포맷을 애정촌에 적용했더니 별 무리 없이 잘 맞아떨어지더라고요.”
남 PD는 ‘출세만세’ 4부작 중 2부 ‘나도 완장을 차고 싶다’에서 기존 딱딱한 다큐멘터리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연극배우, 모델 등 다양한 이력의 7명 남성들을 해발 6백m 아래 위치한 폐가, 완장촌에 모아놓고 완장을 두고 벌어지는 일상을 8일간 조명한 것. 제작진은 최소한의 개입만 하고 가능한 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완장촌의 일상을 지켜봤다. 그 결과 완장이란 권력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남 PD의 이 같은 실험정신은 ‘출세만세’에서 처음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90년대 초반 그가 ‘한밤의 TV연예’에서 일했을 때부터 이미 남달랐다는 한 선배 PD의 블로그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 신인 연예인이나 연예계 사건·사고에 집중할 때 그는 전혀 다른 아이디어를 내놓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겨울나무’란 주제를 밑도 끝도 없이 연예인들에게 물어 그들의 감성을 파고들었고, 당시 언더그라운드여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크라잉넛’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SBS 애정촌 촌장 남규홍 PD를 만나다

‘짝’은 1주일간 남녀 12명이 애정촌에 살아가면서 짝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 기수당 2주씩 방영되고 있다.



SBS 애정촌 촌장 남규홍 PD를 만나다




“그때도 지금도 연예 관련 기획을 한다고 하면 다 뻔한 얘기만 나오잖아요. 그런 게 싫었어요.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그것에 대해 함께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에 ‘겨울나무’란 주제로 코너를 짜봤죠. 예상치 않은 질문에도 이들의 생각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가 2008년 제작한 ‘인터뷰 게임’은 이런 생각이 진일보한 프로그램이었다. 시청자가 직접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를 들고 현장에 나가 인터뷰를 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남 PD는 이 프로그램으로 2009년 제21회 한국PD대상 실험정신상을 받았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사람들의 고민에 많은 집중을 해요. 나만 하는 생각 같지만 알고 보면 주변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한번쯤 빠지는 고민이거든요. 제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공통되는 고민들이 있다는 걸 느끼고 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터뷰 게임’이나 ‘출세만세’ ‘짝’ 등 프로그램 안에서 남녀노소 모두가 생각하는 고민을 ‘이렇게 풀어갈 수 있구나’하고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죠.”

MBC ‘황금어장’과 격돌, 해볼 만해
‘짝’은 시청률 좋기로 알려진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과 같은 시간에 방영된다. 어쩌면 달걀로 바위 치기처럼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남 PD는 담담했다.
“차라리 잘나가는 프로그램이랑 한번 붙는 게 모양새도 나고, 이기면 더 좋잖아요.”
그의 거침없는 자신감 덕분일까. 방영 초기라 아직 시청률은 미미하지만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의 열기는 뜨겁다. 출연자의 러브라인과 심리 분석을 나열한 사람부터 결혼만 하지 않았어도 출연해보고 싶다는 사연까지 다양한 글들이 올라와 있다.
이런 쏟아지는 관심은 남 PD가 ‘출세만세’ 때 만든 완장촌의 구성이 애정촌에 잘 녹아들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미 ‘짝’의 구성은 스페셜 다큐멘터리 방영 때 자리 잡았다. 기와집으로 된 애정촌을 무대로 12명의 남녀가 7일간 함께 살면서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무엇보다 ‘짝’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애정촌의 12강령이다. 그중 특히 이슈가 된 건 이름 대신 1호, 2호와 같은 숫자로 참가자들을 부르는 것. 대신 나이와 직업은 밝힌다. 남 PD는 “짝을 찾는 데 중요한 조건이 직업과 나이기 때문에 알리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그러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결국 이 조건이 짝을 만나는 데 절대적이진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정촌의 구성원은 여자 5명과 남자 7명이다. 남녀 성비가 맞지 않는데 이 역시 애정촌만의 장치적 요소다.
“사회에 나가면 어디 남녀 비율이 똑같던가요. 정말 우리가 실제로 볼 수 있는 러브라인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짰죠.”
그러나 실제 참여한 이들이 모델이나 쇼핑몰 CEO, 배우 등 자신의 홍보효과를 노리는 직업이 많아 일각에선 이전 방영됐던 짝짓기 프로그램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도 있다. 남 PD는 “되도록 다양한 직업을 골라 한 기수의 구성원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상황에 기반을 두고 진행한다는 것이 기존 미팅 프로그램과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SBS 애정촌 촌장 남규홍 PD를 만나다


“다른 미팅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하루나 반나절 놀고 끝내버리죠. 정해진 모습만 보여주고 집에 오면 끝이라는 얘기예요. 하지만 ‘짝’과 같은 방식으로 상대를 찾는 건 전혀 다른 상황이죠. 일주일간 함께 생활하면서 처음 상대의 겉모습에서 호감을 느끼다가 내면을 탐색하게 되고,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짝을 찾고자 하는 진정성을 전하거든요.”
이것이 ‘짝’만의 매력이라고 남 PD는 누차 강조했다. 또한 그는 “방송에 출연해 짝도 얻고 자신의 개성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면 일석이조 아니냐”며 말을 이어갔다. 실제로 ‘짝’이 스페셜 다큐멘터리로 방영됐을 때 출연했던 탁예은씨(27)는 MBC 신입 아나운서 공개채용 프로그램 ‘신입사원’에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의 생각이 그렇듯 출연진 대부분은 자신이 알려진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요. 제작진도 이들이 방송을 통해 뜻한 바대로 잘됐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고요.”

‘짝’에 대한 비판과 논란도 고마워
현재 ‘짝’의 제작 과정은 대단히 빡빡하다. 남 PD는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정규 편성된다고 마냥 기뻐할 일이 아니었다”고 말할 정도. 1백 명이 넘는 지원자 중 12명의 남녀 참가자를 뽑는 과정도 만만치 않고, 일주일간 촬영한 분량을 2시간으로 압축해야 하니 보통 이상의 편집 능력을 요한다.
이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이지만 남 PD의 애정촌 사랑은 끝이 없어 보였다. ‘도장체로 만든 짝의 디자인이 독특하다’고 묻자 이내 그의 정성스런 설명이 이어졌다.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마크 하나도 차별화예요. 도장체로 표현한 ‘짝’은 사실 고어인데 어떻게 보면 짝의 어원을 짐작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프로그램만의 독창성을 구현해내면 시청자들에게 잘 인식돼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힘이 됩니다.”
요즘 방송계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세다. 남 PD 역시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짝’ 역시 그런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방송 트렌드가 리얼리티라고 하지만 사실 ‘짝’은 그런 흐름을 의식하고 만든 건 아니에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웃음). 기왕 이렇게 된 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한 획을 그은 ‘슈퍼스타 K’나 ‘나는 가수다’처럼 재미있게 만들면 더 좋겠죠.”
‘짝’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남 PD는 애정을 갖고 만든 ‘인터뷰 게임’이 8개월 만에 조기 종영된 아픔이 있었기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짝’에 대한 비판과 논란 그 어떤 관심이든 고맙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마다 남편을 사랑하는 착한 아내의 심정이 돼요. 영양가 있는 유기농 밥상을 차렸는데 남편이 투정 부리지 않고 맛있게 먹길 바라는 그런 마음을 품게 되거든요. 이번 방송으로 시청자분들 누구나 고민해봤을 짝의 문제에 대해 같이 생각하면서 울고 웃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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