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Hot Issue

고위 공직자 소장 예술품은?

재산공개로 화제

글·정혜연 기자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1. 05. 03

시간이 흘러도 많은 이에게 변치 않는 감동을 주는 예술품. 작품에 따라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예술품은 재력가들 사이에서 재테크의 한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최근 발표된 고위 공직자 및 국회의원 재산공개 목록에도 예술품 리스트가 상당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들이 선택한 예술품은 과연 어떤 것들일까.

정부 고위 공직자들은 어떻게 재테크를 할까? 3월25일 정부가 공개한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의 재산신고서를 보면 그 궁금증이 조금은 풀린다. 부동산, 은행 예금은 기본이고 주식과 골프회원권 등도 숱하게 볼 수 있기 때문. 그중 눈길을 끄는 목록은 ‘골동품 및 예술품’인데 작품에 따라 0원에서부터 수천만원까지 신고돼 있다. 이는 모두 구입 당시 가격이기 때문에 미술 경매에 부쳐진다면 값이 몇 갑절 뛸 수 있다. 고위 공직자 신고 예술품 리스트 중 눈에 띄는 작품들을 꼽아봤다.

| 이명박 대통령 | 김창렬 화백 서양화 ‘물방울’
이명박 대통령은 배우자 김윤옥 여사의 명의로 김창렬 화백의 서양화 ‘물방울’을 7백만원에 신고했다. 김창렬 화백은 1970년대부터 물방울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온 한국 현대화단에서 설명이 필요 없는 거장 중 한 사람이다. 멀리서 보면 물방울이 어지럽게 화폭 가득 맺혀 있는 듯 단순한 느낌을 주지만 가까이서 보면 물방울 하나하나가 실제같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그의 물방울 작품은 1972년 프랑스 파리의 미술 전시회 ‘살롱 드 메’에서 선보인 이후 최근까지 매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종이에 수채로 그린 작품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작품은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호가한다. 특히 물방울에 힘이 있고 영롱하다는 평을 받는 초창기 작품이거나 물방울과 함께 한자가 들어가 있는 작품일수록 값이 비싸다. 이명박 대통령이 소유한 작품은 1970년대 작품이라는 것 이외에 정확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기 작품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추정했을 때 신고한 액수인 7백만원보다는 훨씬 값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오세훈 서울시장 | 송영수 작가 조각품 다섯 점
오세훈 서울시장은 특이하게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철조 조각품을 선보인 조각가 송영수의 조각품 다섯 점을 배우자 송현옥 세종대 교수의 명의로 신고했다. 이는 사실 재테크의 수단이라기보다는 유품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조각가 송영수는 송현옥 교수의 부친이기 때문이다. 1950년 서울대 조소과에 입학해 조각가로 입문한 송영수는 대학원 재학 시절 출전한 제5회 국전에서 드럼통을 자르고 펴서 만든 금속판으로 철조 작품 ‘향’을 선보여 무감사 특선을 차지했을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받은 예술가였다. 대표작으로는 ‘향’ ‘대립’ ‘가족’ 등 순수조각과 효창공원 소재 ‘원효대사상’, 장충공원 소재 ‘이준열사상’ 등의 기념조각이 있다. 1960년대 후반 그는 서구 표현주의적 조각예술에 경도해 실험적인 작품을 다수 남겼는데, 이번에 오세훈 시장이 신고한 작품 중 네 점이 모두 196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작품의 가격은 최저 5백만원에서 최고 2천만원으로 다섯 점의 가격을 합하면 총 5천5백만원이다.

| 양창수 대법관 | 김기창 화백 동양화 ‘해오라기’
양창수 대법원 대법관은 청각장애를 딛고 한국화의 모든 영역에 탁월한 작품을 남긴 운보 김기창 화백의 동양화 ‘해오라기’를 신고했다. 1913년생으로 일곱 살에 장티푸스의 고열 후유증으로 청각을 잃은 김기창 화백은 어머니의 주선으로 열일곱 살 되던 해 이당 김은호 문하에 들어가 한국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판상도무’ ‘고담’ ‘하일’ 등 선보이는 작품마다 화제를 모으며 이름을 알렸다. 우리 산수가 지닌 충만한 생명력을 윤기 흐르는 초록으로 표현한 ‘청록산수’, 전통민화가 지닌 멋과 해학을 입힌 ‘바보산수’, 문자도와 점·선을 주제로 한 ‘심상 시리즈’ 등 장르를 넘나들며 탁월한 예술성을 표출한 김기창 화백은 그 이름만으로 브랜드가 된 거장이다. 양창수 대법관이 신고한 김기창 화백의 ‘해오라기’는 1970년대 작품이며 감정가는 2천5백만원이다.

고위 공직자 소장 예술품은?




1 김창렬 화백 ‘회귀 SH100024’, 2010 - 지난해 선보인 김창렬 화백의 최신작으로 물방울과 함께 한자가 그려져 있어 일반적인 물방울 작품보다 값이 비싸다.
2 송영수 작가 ‘40주기 회고전’ 전시 조각품, 2010 - 지난해 그를 추모하기 위해 열린 회고전에 전시된 작품들.

| 김양 국가보훈처장 | 피카소 유화 한 점
김양 국가보훈처장은 다른 서양화 작품과 함께 피카소의 유화 한 점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80×60cm 사이즈로 작지 않은 크기인데 작품 연대와 제목을 신고하지 않아 미술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피카소의 유화 작품은 세계적인 미술 경매시장에서 입찰 경쟁이 치열해 웬만한 재력가가 아니고서는 손에 넣기 힘들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피카소의 1932년 작품인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이 경매에 부쳐졌는데 1억6백40만 달러(약 1천1백16억원)에 팔리며 미술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해 화제가 됐다. 김양 국가보훈처장이 소유한 피카소 작품이 만약 유화라면 최소 수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일 거라 추정되고, 판화 작품이라면 몇백만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 눈길 끄는 고위 공직자 예술품들
가장 많은 예술품을 소유한 사람은 누굴까. 황한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서양화·조각 등 열한 점을 신고해 기록을 세웠다. 그는 배우자 명의로 회화·조각 등 열한 점의 예술품을 신고했는데 서정태 화백의 동양화 한 점과 시드니 볼 작품 등 서양화 다섯 점, 고정수 작품 등 조각 세 점, 곽훈 작품 등 회화 두 점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에 따라 최소 6백만원에서 최대 4천만원까지 책정돼 있는데 열한 점을 모두 합하면 총 1억7천7백만원이다.
같은 작가의 작품을 가진 경우도 있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허태열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김종학 화백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김종학 화백은 산과 숲, 꽃과 나무 등 자연의 면면을 거친 질감으로 표현하는 작가로 유명한데 주로 설악산의 사계절을 그려 ‘설악산 화가’라고도 불린다. 사계절 모두 고가에 거래되며 그중 특히 초록의 생명력이 눈부시게 발산되는 듯한 여름 풍경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정병국 장관은 김종학 화백의 80호짜리 그림을 최초 구입가인 0원과 함께 지난해 12월 감정 받은 액수인 5천만원을 함께 신고했다. 허태열 위원장은 김종학 화백의 야생화 작품을 1천9백만원으로 신고했다.

고위 공직자 소장 예술품은?


1 김기창 화백 ‘바보산수’, 1990 - 전통민화가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과 해학이 섞인 작품으로 김기창 화백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2 3 김종학 화백 ‘설악의 사계’ 2008, 2006 - 설악산의 풍경을 거친 질감으로 표현해 탁월한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품.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허태열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김종학 화백의 작품을 갖고 있어 그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