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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집중 기획 ①

드라마로 읽는 재벌 그들만의 리그

‘로열패밀리’ vs ‘마이더스’

글·김유림 김민지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MBC, SBS 제공

2011. 04. 15

드라마 단골 소재로 쓰이는 재벌 스토리. 하지만 최근 들어 드라마 속 재벌들의 모습이 달라졌다. 과거 돈 있고 힘 있는, 그들의 단편적인 모습만 그려졌다면 요즘은 재벌가 내부의 갈등과 일상을 세세하게 묘사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MBC ‘로열패밀리’와 SBS ‘마이더스’는 그룹 승계 과정에서 벌어지는 형제들간의 암투, 재벌들의 돈 버는 방식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마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인 양 낯익은, 그래서 더 재미있는 드라마 속 재벌 대해부.

드라마로 읽는 재벌 그들만의 리그


재벌드라마 ‘로열패밀리’와 ‘마이더스’가 화제다. 일반인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시청자들에게 상류계층의 사생활을 엿보는 쾌감을 안겨주고, 재벌들의 인간적 고뇌 또한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우러러보는 높은 성에 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치정, 복수는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로열패밀리’와 ‘마이더스’가 기존 재벌드라마와 차별화되는 것 중 하나는 극중 그룹 승계자로 여성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로열패밀리’ 주인공은 JK그룹의 둘째 며느리 K(염정아)다. JK그룹 안내사원에서 재벌 귀족의 며느리로 신분상승을 했지만 본가 정가원에서 이름 대신 K라는 이니셜로 불리며 ‘사람대접’을 못 받는다. 시어머니를 여사님이라 불러야 하고, 아랫동서에게 ‘형님’ 소리 한번 듣지 못했다. 그렇게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감시당하며 살아온 인숙은 헬기사고로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시어머니에게 아들에 대한 친권을 빼앗기고 금치산자(정신장애 등의 이유로 재산권을 포함한 어떠한 법률행위에 있어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자)가 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그때 그가 오랜 세월 남몰래 후원했던 고아원 출신 검사, 한지훈(지성)이 JK그룹 변호사로 들어오면서 그룹 오너 자리를 향한 인숙의 복수가 시작된다. 이처럼 ‘로열패밀리’는 재벌가를 주요 배경으로 하되, 그 안에 살고 있는 각 개인들의 사연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마이더스’는 재벌들의 돈에 관심이 쏠린다. 기존 드라마처럼 재벌가의 후계자 싸움 양상을 그리고 있지만 드라마 초반에 등장하는 재벌 2세의 주가 조작 에피소드 등을 보더라도 부자가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버는지, 부자가 되기 위해 무엇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 중심축에는 인진그룹의 셋째 딸 유인혜(김희애)가 있다. 유인혜는 배다른 자식이라는 이유로 인진그룹의 유력한 후계자인 둘째 오빠 유성준에게 핍박과 견제를 받지만 천재 변호사 김도현(장혁)을 영입해 그룹 후계자 자리를 빼앗으려 한다. 형제간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유성준은 유인혜 김도현과 대결구도를 이루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로열패밀리’ 가계도에서 두 번째로 눈이 가는 인물은 JK그룹의 수장, 공순호(김영애) 여사. 드라마는 남성 중심의 재벌 가문 구조를 뒤엎고 여성 오너를 내세웠는데, 극중 김영애의 섬뜩한 연기가 초반부터 화제를 몰고 왔다. 손위·아래 동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K의 얼굴에 물을 끼얹는가 하면, 장례식장에서 남편의 영정 사진을 보고 기절한 K를 가리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저거 치워.”
또 인숙이 오래 전부터 봉사활동을 하며 남몰래 친분을 쌓아온 진 여사가 인숙의 선행을 언론을 통해 전하며 JK클럽 회장 자리에 대한 압박을 해오자 공순호는 심히 분노한다. 그러면서 “JK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 내 탓이다. 내가 집안의 ‘개’를 얌전히 묶어 두지 않은 탓이다”라고 말한다.
재벌가 오너의 얼음처럼 차가운 캐릭터가 낯설게 느껴지는 건 김영애도 마찬가지. 그는 드라마 방영 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하며 “아들이 죽었는데 슬픔보다는 뒷수습을 어떻게 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걸 보고 재벌가 사람들은 뭔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고 말한 바 있다.

재벌가 각 개인의 사연에 집중한 ‘로열패밀리’ 부자가 되기 위한 야망 그리는 ‘마이더스’

드라마로 읽는 재벌 그들만의 리그

일주일에 4일 시청자들은 재벌들의 이야기를 감상한다. 한 여인의 무서운 복수가 펼쳐지고 있는 ‘로열패밀리’(왼쪽), 돈과 야망을 위해서는 뒤를 돌아봐선 안된다고 말하는 ‘마이더스’.



‘마이더스’의 김희애는 뛰어난 지략과 안목으로 투자 회사를 이끌어가며 변호사 김도현을 조련해(?) 인진그룹 총수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도현에게 야망을 이루려면 자신을 앞길을 막는 방해 요소는 모조리 차단시켜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것이 사랑하는 여인일지라도. 결국 도현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듯 약혼녀 정연(이민정)을 버리고 위험한 질주를 시작한다.
‘마이더스’가 둘째 아들과 셋째 딸의 싸움에 집중하는 반면 ‘로열패밀리’는 모든 자식들이 그룹 승계 전쟁에 뛰어들어 더욱 흥미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장남인 JK전자 사장 조동진(안내상)은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버리고 구성그룹 장녀 윤서(전미선)와 정략결혼을 했다. 그의 아내 윤서는 시어머니를 도청할 정도로 철저하다. 셋째 아들 JK물산 전무 조동민(김정학)은 국회의원 딸이자 아나운서 출신인 기정(서유정)과 결혼했다. 기정은 남편을 그룹 내 한 자리에 올리려고 인숙과 윤서 사이를 박쥐처럼 오가며 이간질하고 아부를 일삼는데 그 모습이 극에 재미를 더한다.
막내딸 조현진(차예련)은 JK그룹의 다크호스로 공 여사를 닮아 야심이 크고 사업적인 면에서도 똑 부러진다.



드라마로 읽는 재벌 그들만의 리그


▼ 로 / 열 / 패 / 밀 / 리

천사와 악마, 두 얼굴 지닌 염 / 정 / 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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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패밀리’에서 염정아(39)는 재벌 그룹의 며느리에서 총수가 되기까지 굴곡진 삶을 사는 인숙을 그린다. “워낙 사람들에게 모진 수모를 당하는 역할이라 말도 없고, 얼굴도 어둡고, 의상도 소박해요. 그래도 불쌍하고 궁색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 김인숙 내면의 당당함을 표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인숙은 자신의 유일한 방패막이였던 남편마저 사고로 잃으면서 벼랑 끝에 내몰린다. JK그룹 회장이자 시어머니 공순호는 그를 내쫓기 위해 별의별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처음 방영된 이야기만 보면 김인숙이 재벌가에서 구박받고 불쌍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러나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선 점점 달라지는 모습이 나오죠. 선함과 악함의 이중성이 내포된 복잡한 캐릭터거든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재벌 총수의 자리에 오르려는 것도 아니고요.”
지난해 둘째를 낳고, 3년 만에 복귀하는 그는 부담이 클 법도 하건만 특유의 시원한 목소리로 “처음엔 아이를 돌보지 않고 현장에서 일하는 게 어색했지만 이내 적응했다”고 말한다.
“드라마 ‘워킹맘’ 때는 딸을 낳고 복귀했고, 이번에는 아들을 낳고 활동하게 됐어요. 그동안 큰아이 유치원도 따라다니고, 마트도 다니면서 평범한 주부로 살았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오랫동안 아이들 돌보느라 수고했다’면서 ‘나가서 쉬라’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쉬라’고 하는 곳이 제겐 일터거든요(웃음). 남편이 잘하라고 응원해준 만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염정아는 이번 역할을 맡으면서 모성애가 연기에 도움 된다는 걸 느꼈다. 극중 김인숙이 아들 병준(동호)과 손을 맞잡으며 우는 장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아들을 떠올리며 슬픈 감정이 들었다고 한다.
“엄마가 된 이후 좀 더 연기에 깊이가 생겼다고나 할까요. 인숙이란 캐릭터가 이중적이고 악한 역할이라 생각하실지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들마저 공감 받을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 연기할 생각입니다.”

한 여자를 향한 알 수 없는 감정 지 / 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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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34)은 극중 한지훈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내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훈은 고아원 출신으로 어린 시절 살해용의자로 내몰린 뒤 소매치기가 되지만 김인숙을 만나 후원을 받으면서 많이 변했다. 외무고시와 행정고시, 사법고시를 동시 석권하며 스타검사가 된다. 그러나 김인숙이 JK가에서 내쫓길 처지에 놓인 것을 눈치 채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그녀에게 달려간다.
JK가의 변호사가 된 한지훈의 모습에서 지성의 카멜레온 같은 연기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극중 공순호 회장과 팽팽한 긴장감을 이루며 카리스마 대결을 펼치면서도 김인숙 앞에선 장난기 가득한 젊은이에서 헌신적인 남자의 모습까지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를 진지하게 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성은 오로지 김인숙밖에 모르는 한지훈이 쉽게 이해되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지훈이의 머릿속엔 온통 ‘김 여사’, 김인숙만으로 가득 차 있어요. 두 사람은 극중 열세 살 나이 차가 나는데 단순한 남녀간의 사랑이라기보단 지훈이가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감싸준 김 여사를 유일한 자기편이라고 믿는 것 같아요. 그래서 김 여사가 힘든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어 JK가로 뛰어든 거죠.”
드라마 ‘로열패밀리’는 일본 소설 ‘인간의 증명’을 원작으로 했다. 소설에는 주로 여주인공 이야기만 나온다. 지성은 “한지훈이란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원작을 읽어보고 리메이크된 일본 드라마도 봤지만 크게 도움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캐릭터로 이번 역할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우리나라 현실에 맞춰 각색했다고 들었어요. 그러면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한지훈이란 캐릭터도 나름 선명하게 그려주셨어요. 무엇보다 함께 출연하는 염정아씨와 호흡이 잘 맞아 부담 없이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매회 극 전개가 빠르다보니 촬영 현장은 늘 긴박하게 돌아간다. 지성은 “다른 드라마에 비해 스케줄이 빡빡하다”고 말을 이었다.
“인숙이 걸어가는 장면 하나에도 공을 많이 들여요. 여사님이다 보니 경호팀을 대동해야 하고, 어떻게 찍어야 할지 신경 쓰는 거죠. 그래서 다른 드라마에 비해 한 회당 찍는 신도 많고 다들 밤샘촬영 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 마 / 이 / 더 / 스

냉혈한 악녀 본색 드러내는 김 / 희 / 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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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44)의 안방극장 복귀는 SBS ‘내 남자의 여자’ 이후 4년 만이다. 꽤 오랜 시간 방송을 떠나 있었지만 그는 ‘언제나 그랬듯’ 그의 연기에 목말라 있던 팬들에게 변치 않은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보답하고 있다.
그가 ‘마이더스’를 선택한 이유는 전적으로 작품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몽’과 ‘허준’ ‘올인’으로 인정받은 최완규 작가의 탄탄한 대본과 젊은 연출진의 감각을 믿은 것. 그는 “대본을 처음 받고 망설임 없이 읽었다. 대본이 매력적이라 자꾸 끌렸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첫 방송에서부터 뛰어난 영어·중국어 발음으로 시청자들을 한 눈에 사로잡았다. 극중 헤지펀드 회사 대표로 외국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인물로 등장하는 만큼 김희애는 발음 연습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촬영 초반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도 외국어 연기를 꼽았다.
“긴 분량은 아니었지만 생소했어요. 두 달 정도 연습해서 1분 정도 나갔나?(웃음) 요즘은 외국어를 잘하는 연기자들이 많아서 대충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덕분에 외국어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실감했죠(웃음).”
김희애의 완벽한 자기관리는 외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30대에 절대 뒤처지지 않는 도자기 피부, 군살 없이 날씬한 몸매, 기품 있는 자태는 극중 유인혜가 아니라 ‘김희애 스타일’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 김희애는 모노톤 혹은 블랙·화이트 슈트에 최소한의 액세서리를 착용해 냉철한 커리어우먼 이미지를 연출한다. 클래식한 단발 헤어스타일은 여성스러운 얼굴선을 부각시키는데, 헤어밴드와 실핀으로 고정해 단정하면서도 냉철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드라마 중반에는 드디어 냉혈한 악녀 본색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한영은행 인수 과정에서 도현(장혁)을 다른 투자회사 대표로 세웠지만, 둘째 오빠 성준(윤제문)이 도현을 뒷조사해 결국 도현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누군가에게 “이번 일에 걸림돌이 된다면 잘라버려야 한다. 그동안 공들인 게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도현이 인혜의 손아귀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흥미진진하다.

돈 위해서라면 사랑도 버리는 장 / 혁 /

드라마로 읽는 재벌 그들만의 리그


지난해 사극 ‘추노’로 큰 인기를 얻은 장혁은 ‘마이더스’에서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혀 비밀스런 가문의 뒷일을 봐주며 파멸해가는 천재변호사 김도현으로 등장한다. 그는 어린 시절 생선 비린내 나는 리어카를 끌며 ‘돈 돈, 악마의 금전~’을 부르던 어머니에 대한 회한과 금광석 한 조각을 들고 노다지를 캐러가겠다며 훌쩍 떠난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위험한 거래를 시작한다.
얼핏 ‘타짜’의 고니 역과 오버랩 되기도 하지만 그는 엄연히 다른 캐릭터라고 밝혔다. ‘타짜’는 도박사들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일상에서 벗어났지만, ‘마이더스’는 불을 쫓는 불나방처럼 돈과 성공을 쫓아가는 과정이 매우 이성적이고 자의에 의한 것이라는 것. 도현에 대해 “넥타이 한번 푸는 법 없는 빈틈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극중 장혁은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다. 헛된 꿈을 좇아 어머니와 가족을 버린 아버지처럼 도현도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는다. 인혜(김희애)의 업무를 처리하던 중 하청업체 농성장에 깡패를 투입해, 약혼녀 정연의 아버지를 다치게 한 것. 정연은 도현이 돈의 노예로 전락해가고 있음을 직감하며 원망어린 눈빛으로 도현을 바라본다.
장혁은 상대 연기자 김희애에 대해 “주는 게 많은 선배”라고 평했다. 직접 연기를 지도해주는 건 아니지만 함께 호흡을 맞출 때 리액션에서 배울 점이 매우 많다는 것. 그는 “김희애씨는 밀도 있는 신을 리드해서 만들어가는 대단한 연기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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