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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드라마 속 그녀

드라마 ‘싸인’ 시청률 견인차 김아중 인기 비결

진실 향한 ‘열혈 본능’ 최고!

글·김민지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SBS 제공

2011. 03. 16

인기 드라마엔 공식이 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기본이고 싱크로율 100%인 주인공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드라마 ‘싸인’은 이 공식에 충실하다. 극중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다경(김아중)은 ‘싸인’ 마니아들이 가장 열광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 ‘싸인’ 시청률 견인차 김아중 인기 비결


배역에 따라 배우가 달리 보인다. 요즘 드라마 ‘싸인’에서 신참 법의관 고다경 역을 맡은 김아중(29) 얘기다. 사건 수사를 위해 열정과 패기를 무기삼아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그의 모습에 “고다경이 아니라 ‘go 다경’ 같다”는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이 쏟아지고 있다.
김아중은 2004년 CF 모델로 데뷔해 2006년 영화 ‘미녀는 괴로워’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드라마 ‘그저 바라만 보다가’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를 뛰어넘을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드라마 ‘싸인’의 고다경은 특별한 인연임이 분명하다.
“고다경은 검시관이었다가 법의학자의 길로 뛰어든 인물이에요. 감정적이고 다소 저돌적이고, 또 실수투성이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들조차 사랑스러워 보여요. 시간이 흐를수록 폭풍 성장하는 다경, 아니 아중이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그가 지난해 12월31일 트위터(@AJoongKim)에 올린 글이다. 고다경이란 캐릭터에 대한 그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월5일부터 시작된 드라마 ‘싸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을 무대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워커홀릭’에 까칠하기만 한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 밑에서 일하게 된 고다경은 의욕만 앞서 좌충우돌하는 천덕꾸러기로 나온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는 등 남다른 감각을 발휘해 이른바 ‘촉이 좋다’며 드라마 팬들 사이에선 ‘촉다경’으로 불리고 있다.
이런 고다경의 캐릭터에 푹 빠진 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패러디 포스터를 올려 화제를 모았다. 사건 현장에 처음 투입된 신출내기 법의관이다보니 고참 선배 윤지훈에게 ‘꺼져’라는 소리를 들으며 면박 받는 장면이 많다. 이 장면에 착안해 팬들이 영화 ‘나는 전설이다’를 패러디한 ‘나는 꺼져이다’ 등 고다경을 표현한 재미있는 패러디물을 여럿 만들었다.
2월9일 경기도 일산 SBS 제작센터에서 만난 김아중은 “고다경을 아껴주시는 팬들의 사랑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촉다경’이란 별명이 진짜 마음에 들어요. 시청자들이 드라마 ‘싸인’을 보고 고다경 캐릭터에 꼭 맞게 지어주셨단 생각이 들거든요. 영화 포스터에 고다경 캐릭터를 넣어 만든 패러디물도 잘 봤어요. 고다경이란 캐릭터를 좋아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연기에 자신감도 얻었어요.”

드라마 ‘싸인’ 시청률 견인차 김아중 인기 비결

김아중이 드라마 ‘싸인’에서 맡은 고다경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열혈 팬들은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저씨’ 등의 포스터를 고다경 캐릭터에 맞게 패러디했다.



‘촉다경’과 포스터 패러디에 자신감 얻어

사실 김아중에게 ‘여자 법의관’ 고다경이란 인물은 도전이었다. 흔한 직업군의 캐릭터가 아닐 뿐더러 윤지훈과 국과수 원장 이명한(전광렬) 등 진지한 인물들 사이에서 긴장을 풀고 숨통을 터줘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 ‘싸인’ 제작보고회서 말했듯이 김아중은 고다경이란 역할에 대해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에 비해 밝고 씩씩한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고다경이 미국 드라마 ‘CSI’를 보면서 법의관이란 꿈을 꿨듯이 저도 그 드라마를 즐겨 보면서 이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드라마 캐스팅이 됐을 때 마침 중국에서 영화를 찍고 있어 박신양 선배님처럼 부검 현장을 많이 돌아다니진 못했지만 국회 도서관 사이트에 들어가서 부검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살펴봤어요. 미리 부검 사진들을 찾아보고 나중에 부검 참관을 하니까 그리 놀랍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좀 강심장인가 봐요(웃음).”
김아중이 고다경이란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참관한 부검이나 사건·사고 현장이 놀랍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9월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발표한 ‘감성 욕구와 인지 욕구가 감정의 강도 및 영화에 대한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스릴러 영화를 중심으로’란 긴 제목의 석사학위 논문과도 관련이 있는 듯했다. 그는 스릴러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심리 변화에 따라 영화를 향한 감정의 강도와 만족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일일이 설문조사를 했다. 무서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그였지만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60~70편의 스릴러 영화를 봤다고 한다. 이렇듯 논문을 준비하면서 무수한 스릴러 영화를 접했던 김아중은 고다경이란 캐릭터를 처음부터 만날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한창 드라마 촬영으로 정신없이 바쁜 때라 대학원 졸업식 참석은 불투명하지만 2월 말 석사학위를 취득한다.
“처음 ‘싸인’이 시작될 때 미국 드라마 ‘CSI’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CSI’가 수사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싸인’은 사건과 관련된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어떻게 풀려나가는지에 집중한다고 생각해요. 시청률이 잘 나오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마음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보여준 적이 없는 새로운 드라마를 선보인다는 자부심으로 마지막 회까지 한 컷 한 컷 열정을 다해 촬영하겠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소형 법의관 “고다경처럼 현장에 나가고 싶죠”

‘죽은 자들은 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법의관 마이클 베이든이 쓴 책 제목이다. 매일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 그들은 바로 국과수의 법의관이다. 국과수의 정식 법의관 인원은 총 23명. 그러나 8년째 4명의 자리가 비어 있다. 19명밖에 안 되는 법의관들이 매년 3천~4천 건의 사건을 담당한다. 이 중 여성 법의관은 3명뿐이다. 드라마 ‘싸인’의 고다경처럼 “미국 드라마 ‘CSI’에 관심 갖으며 막연한 동경과 사명감으로 법의관이 되길 결심했다”는 박소형 법의관(34)을 만났다.

드라마 ‘싸인’ 시청률 견인차 김아중 인기 비결
▼ 법의관이 된다는 건 보통 의대를 나온 사람들이 택하는 길은 아닌 것 같다.
“그 말은 맞지만 내 세대 이후부턴 조금 다른 것 같다. 드라마나 추리소설에서 접한 법의학에 관심 갖는 친구들이 많다. 나 역시도 그러한 케이스다. 기본적으로는 병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이쪽을 택하게 됐다.”
▼ 법의관으로 지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2009년 국과수에 들어와서 지금껏 4백 건의 부검을 했지만 가장 힘든 건 유족들에게 부검 결과를 설명하는 일이다. 부검은 주로 오전에 이뤄지는데 오후엔 유족, 경찰, 재판에 보낼 감정서를 작성한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 하다 보니 부검보다 감정서를 쓰는 일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 이제까지 맡은 부검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유족을 생각해서 특정 사건을 말할 순 없다. 가슴 아픈 주검은 주로 영아나 어린이들이다. ‘유아급사증후군’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갓난아기가 죽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 드라마 ‘싸인’은 국과수 법의학부에게 자문을 하고 있다. 본 적이 있는가.
“처음 한두 번만 봤다. 드라마로 국과수나 법의관이 하는 일을 알릴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국과수가 정치적인 무대처럼 비춰지는 것과 감정 결과가 뒤바뀐다는 내용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또 드라마에서 법의관이 현장에 나가 경찰이나 검사의 역할까지 하는 것처럼 보여주는데, 실제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법의관은 그런 권한이 없다.”
▼ 법의관이 초동 수사에 나설 수 있다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윤지훈이나 고다경처럼 사건 현장에 갈 수 있는 제도적 절차만 마련된다면, 또 그럴 만한 인력이 갖춰진다면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드라마에선 법의학자들이 사건과 관련된 죽음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만 질병, 사고로 인한 죽음도 많다. 특히 병으로 죽은 경우 부검을 통해 살아 있는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법의관으로서의 삶,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초기 선배들이 법의관으로서 열악한 상황을 견뎌왔기에 지금 우리나라 법의학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싸인’을 계기로 법의학이 전 국민적 관심을 얻게 된 만큼 앞으로 더욱 선진화된 법의학 체계로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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