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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For Kids

실크로드와 둔황

지도 펴놓고 아이와 함께 떠나는 문명 여행

2011. 02. 08

실크로드와 둔황

1 방학을 맞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실크로드와 둔황’전을 찾은 한 어린이가 계단에 그려진 실크로드 위를 걷고 있다.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은 방학 기간 동안 꼭 가봐야 할 명품 전시 중 하나다. 통일신라시대 승려인 혜초(704~787)가 다섯 천축국을 여행하고 돌아와 쓴 기록인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의 원본이 작성된 지 1283년 만에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는 사실 말고도 이 전시를 놓쳐서는 안 될 이유는 많다.

실크로드와 둔황

2 투루판 아스타나 고분에서 발굴된 낙타몰이 나무인형. 두 손으로 낙타의 고삐를 꽉 쥐고 있는 소그드 남자의 모습이다. 소그드인은 실크로드 무역을 주도했다.



일단 우리에게는 생소한 중앙아시아의 지리와 역사, 문화를 한자리에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먼저 세계지도를 편 다음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파미르 고원을 찾아보자. 투르키스탄(‘투르크인의 토지’라는 뜻)이라고 하는 중앙아시아는 파미르 고원을 사이에 두고 동과 서로 나뉜다. 서투르키스탄은 오늘날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등 다섯 공화국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을 가리키는데, 기원전 5세기 알렉산더의 동방 원정 이후 길이 크게 개척됐다. 동투르키스탄은 현재 중국에 속하는 신강위구르자치구로 중국 사서에서 ‘서역(西域)’이라 지칭한 곳이다. 기원전 2세기 한나라 장건의 서역 원정을 통해 교통로가 열리면서 동쪽의 장안과 서쪽의 로마 사이에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져 비로소 ‘실크로드’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이처럼 실크로드는 원래 중국의 비단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중앙아시아의 교통로를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오늘날에는 동서 문명의 교통로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확대 사용되고 있다. 특히 천산산맥 이북 초원 지대의 유목문화와 이남의 오아시스 농경문화가 만나는 문명의 십자로로서 주목해야 할 곳이다.
확대된 개념의 실크로드는 크게 세 가지 루트가 있다. 첫째 유라시아 대륙의 북방 초원지대를 동서로 횡단하는 일명 초원의 길, 둘째 중앙아시아 오아시스 도시들을 경유하는 오아시스 길, 셋째 남방의 아라비아해 인도양 동남아시아를 우회해 동아시아로 이어지는 바닷길(남해로)이다. 이를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이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도 오아시스 길이 동서 교역에서 중추적인 노릇을 했다.

오아시스 길은 다시 세 갈래로 나뉜다. 다시 지도를 펼쳐보자. 파미르 고원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위로 천산산맥, 아래로 곤륜산맥이 있고 그 사이에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다. 타클라마칸은 위구르어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 타클라마칸 사막 위쪽의 오아시스 도시들을 잇는 길이 서역북로이고, 사막 아래쪽이 서역남로다. 서역으로 가려는 여행자는 둔황을 기점으로 누란 하미 투루판 카라샤르 쿠차를 거쳐 카슈가르에 이르는 서역북로를 선택하거나, 누란 호탄 카슈가르에 이르는 서역남로를 이용했다. 세 번째 길은 천산산맥 위쪽으로 하미, 우루무치, 이닝을 동서로 잇는 천산북로다.
‘왕오천축국전’의 기록에 따르면 혜초는 8세기 초 배를 타고 인도 동쪽에 도착해 불교의 8대 성지를 순례한 후 서쪽 중앙아시아 쪽으로 갔다가 다시 동쪽 파미르 고원을 넘어 서역과 둔황을 거쳐 당시 중국의 수도였던 장안으로 돌아왔다. 갈 때는 바닷길을 이용하고 돌아올 때는 서역북로를 이용했다. 이처럼 지도를 펼쳐놓고 혜초와 캐러밴들의 자취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중앙아시아의 다채로운 문화와 만나게 된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막고굴(제17호굴 장경동)이 있는 둔황은 중국의 서쪽 영토가 끝나고 서역이 시작되는 실크로드의 관문이자 교통의 요충지로 큰 번영을 누린 도시다. 당시 이곳을 오가던 대상들은 여행의 안전을 빌기 위해 수많은 석굴을 조성하고 각종 불화를 그렸다. 그 덕분에 오늘날 둔황은 중앙아시아 예술품의 전시장이 됐다.
둔황에서 가까운 투루판 지역에도 수많은 유적지가 있다. 투르판의 쟈오허고성에서 출토된 괴수가 호랑이를 물고 있는 모양의 금장식 등은 스키타이 양식의 영향을 받은 기마유목문화의 전통을 보여준다. 하지만 투르판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아스타나 고분에서는 중국 중원의 삶을 동경하여 당나라 풍의 풍만하고 농염한 미인의 자태를 표현한 그림들과 인형들이 다수 출토돼 또 다른 그들의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2점의 복희여와도’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복희여와도’는 원래 아스타나 묘실 천장에 부착돼 있던 것으로 일제강점기 오타니 컬렉션에 포함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게 된 그림이다. 다른 하나는 신강위구르자치구박물관 소장품으로 7세기에 그려진 것이다. 동양에서 천지창조의 신으로 불리는 복희(남신, 오른쪽)와 여와(여신)는 어깨를 껴안고 하반신은 서로 몸을 꼬고 있는 뱀의 형태로 표현된다. 실크로드 문명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실크로드와 둔황’전은 4월3일까지 계속되지만, ‘왕오천축국전’ 원본은 2011년 3월 17일 소장지인 프랑스로 돌아간다.



실크로드와 둔황

1 둔황의 막고굴 모형을 관람하고 있는 아이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막고굴 제17호굴(장경동)에서 발견됐다. 2 투르판 아스타나 고분에서 출토된 무덤을 지키는 동물 흙인형. 3 천지창조의 신으로 불리는 복희와 여와의 모습이 담긴 ‘복희여와도’. 신강위구르자치구박물관 소장. 4 5 혜초가 다녀온 여행경로. 6 아스타나 고분에서 출토된 십이지돼지. 머리는 동물, 몸은 사람으로 당나라 양식을 보여준다.



전시기간 ~4월3일 관람시간 화·목·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수·토요일 오전 9시~오후 9시, 일요일·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입장료 어른 1만원, 청소년 9천원, 초등학생 8천원, 어린이 5천원 문의 1666-4252 www.silk road.201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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