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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화제

파격 승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루이비통 입점으로 보여준 경영 능력, 안 알려진 인간적인 면모…”

글·김명희 기자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연합뉴스·호텔신라 제공

2011. 01. 18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맏딸 이부진씨가 최근 삼성에버랜드와 호텔신라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을 거치지 않은 파격 인사의 배경에는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명품 루이비통을 입점시키는 등 탁월한 경영 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 독서광에 워커홀릭, 승부사 기질에 인간적인 따뜻함까지 갖춰 이건희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이부진 사장의 안 알려진 진면목을 속속들이 공개한다.

2010년 12월 삼성 그룹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이부진 전무(41)의 승진 여부였다. 이건희 회장이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젊은 피 수혈을 언급,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기에 세간의 관심은 탁월한 경영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이부진 전무에게 쏠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삼성에버랜드와 호텔신라 사장에 임용됐다. 통상 거치는 부사장을 건너뛴 2단계 승진이다. 게다가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도 겸하게 됐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 삼성 계열사 중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손꼽힌다.

공항 입점 안 하는 루이비통 회장 마음 돌리기 위해 3년간 공들여

파격 승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부진 전무의 사장 발탁에 대해 삼성가 안팎에선 “그럴 만하다”고 수긍하는 분위기다. 호텔신라 임원이 된 이래 뛰어난 업무 능력을 보여줬고, 이 때문에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은 대원외고, 연세대 아동학과 졸업 후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 입사했다가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4년 경영전략담당 상무보를 거쳐 2005년 상무, 2009년 전무로 승진했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 임원이 된 후 저수익 사업이었던 식음·연회 부문을 24개월 연속 업계 시장점유율 1위, 효율 1위로 끌어올리는 등 사업수완을 발휘했다. 2005년~2006년에는 호텔신라를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의 고급화를 꾀하면서 활용한 카드는 명품 전략이다. 신라면세점을 리모델링해 샤넬 등 명품 매장을 확대하고, 호텔 아케이드에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최고급 브랜드를 유치해 고급화를 꾀한 것이다. 명품 정장 ‘키톤’, 이세이미야케의 최고급 라인 ‘하트’, 영국 왕실에서 애용한다는 구두 브랜드 ‘존롭’ 등이 호텔신라에 국내 최초로 입점했거나, 호텔신라에서만 볼 수 있는 브랜드들이다. 2010년 3월에는 호텔신라 지하 아케이드에 있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매장을 1층으로 옮겨 상류층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긴 이래 회사는 연 평균 17%씩 성장, 2009년부터는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에서 이룬 성과를 발판 삼아 2009년 9월부터 삼성에버랜드 전무를 겸직하면서 급식 및 식재료 등을 취급하는 ‘푸드 컬처 사업’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 왔다.
이부진 사장의 경영 능력은 최근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입점시키는 과정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루이비통은 브랜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공항 면세점 입점을 거부해왔다. 루이비통 제품은 북적이는 공항에서 인스턴트 쇼핑으로 구입하는 가벼운 상품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은 지난 3년 동안 파리로 수차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LVMH 그룹 회장을 찾아가 설득하고 그가 한국에 올 때마다 지속적으로 만나는 등 정성을 들인 끝에 공항 면세점 입점을 성공시켰다. 이부진 사장은 아르노 회장과 상당한 친분을 쌓아 아르노 회장은 한국을 찾을 때마다 호텔신라에 머무는데 이는 향후 호텔신라의 명품 사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사실 인천공항 내 루이비통 유치에는 호텔신라뿐 아니라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 사업자인 롯데도 뛰어들었다. 삼성가 입장에서는 면세점 사업 분야 선두주자인 롯데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터라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루이비통 매장 입점으로 인천공항이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최고의 쇼핑 명소가 될 것”이라며 “호텔신라의 이번 루이비통 유치는 산업계의 대형 사업 수주와 견줄 만한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천공항 내 루이비통 매장은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2011년 하반기 오픈할 예정이다.

파격 승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1 이부진 사장이 임원이 된 이래 최고급 호텔로 탈바꿈한 호텔신라. 2 명품숍이 집합한 호텔신라 아케이드.





3개 외국어 구사, 출산 3일 만에 출근한 워커홀릭
삼성 관계자들은 이부진 사장의 성격과 경영 스타일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비슷하다고 평한다. 외모도 판박이다. 이건희 회장은 이런 이 사장을 굉장히 아껴 그가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장으로 입사했을 때는 두 달 가까이 호텔신라에 숙박하면서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특히 이 사장의 승부 근성은 삼성 임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 그는 호텔신라 임원으로 진급할 당시 그룹 신임 임원 교육에 홍일점으로 참석했는데 극기 훈련까지 적극적으로 해내 연배 높은 동기 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파격 승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2010년 1월 라스베이거스 가전 전시회에 두 딸을 동행한 이건희 회장은 “딸들 자랑을 해야겠다”고 밝혀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독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열정적이다. 삼성가라는 배경보다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2001년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길 때 한 지인에게 언론이 자신에게 왜 큰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한다. “나는 경영으로 평가받고 싶은데, 언론은 나를 가십거리로 다루고 있다”면서 서운해했다는 것. 이후 그는 보란 듯이 일에 몰두했다. 호텔신라 상무시절인 2007년에는 아이를 출산한 지 3일 만에 사무실에 출근, 업무를 처리한 적도 있다고 한다. 호텔신라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동안 유통, 인테리어 등 호텔과 관련된 공부를 하느라 새벽 3시에 직원에게 업무에 관련된 전자우편을 보내기도 했다.
이 사장은 업무 성격상 외국인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비해 영어와 일본어,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익혔다고 한다. 외국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 경영인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부진 사장은 재계 유명한 독서광이기도 하다. 호텔신라의 한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안목과 자질을 갖춘 경영인이다. 이는 평소 책을 가까이 하고 자기학습을 통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주말이나 여가 시간이 날 때는 몇 시간씩 책에 파묻혀 지낸다고 한다. 호텔신라 5층에 위치한 그의 집무실은 경영 전략·마케팅·유통 관리·서비스·마켓 트렌드와 관련된 경영서와 라이프스타일·호텔 건축 및 인테리어 등에 관한 책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고 한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외국서적들의 경우에는 본인이 해외출장 시 직접 구입해 실무 담당자들에게 선물할 정도로 독서에 대한 사랑이 크다. 혹자는 이 사장의 독서 습관을 책을 통해 사람을 읽었던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독서관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부진 사장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은 가장 큰 이유는 고 이병철 회장이 그랬듯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즉 직원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을 하는 직원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잔 기울이고 내복 선물도

파격 승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부진 사장이 삼성가 안팎에서 인정받는 또 다른 능력은 따뜻한 리더십이다. 오너 딸에다 능력까지 있다고 하면 흔히 ‘차도녀’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사장은 의외로 소탈한 면이 있다고 한다. 경영 판단, 업무 처리에는 진지하고 끈질기지만 일을 떠나서는 임직원들과 수평적 대화를 즐기고 스스럼없이 어울리기도 한다는 것. 호텔신라 관계자에 따르면 이부진 사장은 현장 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기도 하고 노래방에도 종종 함께 간다고 한다. 추운 겨울 밖에서 일하는 도어맨과 환경미화원들에게 내복과 한약을 선물하고, 대부분 주부 사원인 룸 메이드들에게도 내복을 선물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부진 사장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던 가장 극적인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결혼이다. 그는 지난 1999년 평범한 샐러리맨이던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43)와 결혼했다. 임 전무는 당시 삼성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봉사활동 중 우연히 만나 사랑을 키웠다고 한다. 임 전무가 근무하던 부서가 2주에 한 번씩 사회봉사 활동으로 찾아간 곳이 마침 이 사장이 소속된 삼성복지재단에서도 봉사 활동을 펼치는 곳이었던 것. 두 사람은 결혼 후 미국 유학을 떠났고 임 전무는 MIT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딴 뒤 삼성에 복귀했다.
사람에 대한 예의와 신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이부진 사장의 장점이다. 이 사장은 평소 절친하게 지내던 고소영이 지난 2010년 5월 장동건과 호텔신라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플라워 데커레이션을 직접 맡아 살뜰하게 챙겼다.
호텔신라 직원들은 이 사장에 대해 “회사의 명확한 경영 비전을 제시해 희망을 주고 있다” “상을 당한 직원을 안아주며 함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인간적인 신뢰를 느꼈다” “겸손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다”라는 등의 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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