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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Global Talk

침묵의 방=레드카드 영국 학교의 훈육법

글&사진·김은영(영국통신원) 사진제공·Rex

2011. 01. 07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시내 초·중·고의 체벌이 전면 금지됐다. 학생 인권 차원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일각에선 교권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영국 중국을 비롯한 상당수의 국가들은 이미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체벌을 금지한 나라들이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처하는 자세를 알아봤다.

침묵의 방=레드카드 영국 학교의 훈육법


영국에서는 부모조차도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된다. 어릴 때 엉덩이를 살짝 때리는 정도야 괜찮지만, 상처가 남을 정도로 아이를 때린 사실이 알려지면 당장 경찰 조사를 받는다. 상황이 이럴진대 하물며 교사가 학생을 때릴 수 있겠는가.
영국 교사들은 학생들과 되도록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다. 남자 교사의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여학생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으면 반드시 동료 교사에게 ‘나 누구와 어디서 상담을 하겠다’고 사전에 이야기를 하고, 상담을 할 때도 반드시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
학생 가운데는 정말 ‘괜히 스치기라도 했다간 큰일 나지’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문제인 아이들이 있다. 수업을 엉망으로 만들고, 교사에 대한 예의가 없는 아이들이다. 교사들은 이런 아이들을 다루는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회의도 하고, 전문가에게 교육도 받는다.

높은 직급 교사들이 학생 선도 전담

그렇기 때문에 내가 다니는 학교에는 문제 학생에게 벌을 주는 사일런스 룸(Silence Room)이라는 공간이 있다. 직급이 높은 교사들이 순번을 정해 관리하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혼자 조용히 자습을 하고, 점심시간에는 교내를 돌아다니며 휴지를 줍는 벌을 받는다. 내 수업에서 쫓겨난 학생은 수학 주임선생님과 짧은 면담을 하고, 수업을 열심히 받겠다는 약속, 그리고 나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를 해야 수업에 다시 들어올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도 달라지지 않는 아이들은 일주일 동안 ‘노란색 보고서’를 들고 다니면서 매 수업이 끝난 후 과목 선생님으로부터 수업 태도를 평가 받는다. 노란색 보고서를 들고 다녔는데도 나아지지 않으면 오렌지색,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빨간색 보고서(이때는 방과 후 한 시간 동안 남아서 자습하는 벌도 받는다)를 들고 다녀야 한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학부모를 학교로 불러 면담을 한다.
교사에게 욕을 한 경우는 무조건 교실에서 쫓겨나 다음날 하루 종일 수업에 못 들어가고 사일런스 룸에서 자습을 해야 한다.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런 경우 각 과목 교사들은 학생이 자습을 할 수 있도록 수업 자료를 사일런스 룸으로 보낸다.
내가 단언할 수 있는 건, 영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보다 훨씬 더 거칠고 다루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직급의 교사에게 문제 학생들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긴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는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침묵의 방=레드카드 영국 학교의 훈육법

영국에서는 부모조차 아이를 때려서는 안되기에 학교에서의 체벌은 상상도 못한다.





김은영씨는…
한국에서 수학과를 졸업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통역일을 했다. 영국회사에서 일하면서 남편을 만나 영국으로 이주, 중·고등학교에서 7학년부터 13학년까지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이 하나 있으며 저서로 ‘나는 런던의 수학선생님’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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