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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월드컵 에필로그 ③

월드컵보다 더 재미난 차범근·차두리 부자 그라운드 밖 이야기

글 정혜연 기자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스포츠동아 트위터 || ■ 참고 차범근 미투데이

2010. 08. 17

원정 첫 16강 진출만큼이나 화제를 모았던 차범근·차두리 부자. 이번 월드컵에서 두 사람은 중계석과 운동장에서 각각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다. 월드컵이 끝난 지 한 달, 아직까지도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월드컵보다 더 재미난 차범근·차두리 부자 그라운드 밖 이야기


지난 6월27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패한 후 차두리 선수(30)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를 중계석에서 지켜보던 차범근 SBS 해설위원(57)도 코끝이 찡해졌다. 경기가 끝난 후 차범근은 자신의 미투데이를 통해 “그래도 우리 선수들 잘했다”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지금도 두리가 계속 문자를 보내네. ‘축구 하면서 오늘처럼 속상했던 적 처음인 거 같아요. 승리가 눈앞에 있었는데…’ 이러고 또 와. 설마 아직도 울면서 문자 보내는 건 아니겠지. 이제 며칠 지나면 두리의 잘난 척이 시작될 텐데 은근히 신경 쓰여. 2002 한일 월드컵 마치고도 자기는 월드컵 4강 선수라며 어찌나 잘난 척을 하던지…. 근데 그게 사실이니 내가 별로 할 말이 없어.”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차범근·차두리 부자 이야기는 월드컵 내내 화제가 됐다.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한 것은 ‘차두리 로봇설’. 경기 내내 지치지 않고 뛰어다니며 땀이 비 오듯 흐르는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자 네티즌들은 ‘차두리는 인간이 아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차두리가 공을 잡을 때면 차범근이 해설을 멈추는데 이는 분명 차두리를 조종하는 데 정신이 팔려서일 것이라는 등 여러 가설이 더해지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차범근은 이 같은 관심을 재미있어하며 자신의 미투데이에 “차두리 로봇 설계도는 일급비밀이다. 아빠 로봇은 상관없지만 엄마 로봇이 비밀로 부치고 싶어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재치 있는 답변을 남겼다. 차두리도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나도는 글과 만화를 보고 “한 가지 잘못된 게 있다. 등 뒤에 콘센트를 꽂는 것이 아니라 USB를 꽂고 충전한다”고 맞받아쳐 많은 이에게 웃음을 안겼다.
이번 월드컵에서 경기 내내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던 차두리는 활약상을 인정받아 스코틀랜드의 명문 구단 셀틱FC에 발탁됐다. 그는 한국에서의 모처럼 만의 휴식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스코틀랜드로 건너갔고 7월 중순부터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며느리 사랑 지극한 시아버지 차범근, 엉뚱한 4차원 차두리
월드컵 기간동안 차범근·차두리 부자는 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 등에 근황을 알렸다. 거의 매일같이 올라오는 글과 사진에서는 이들 가족의 소탈한 면모가 엿보였다. 두 사람은 축구를 잘하는 점 외에도 가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모범가장이라는 점에서 똑 닮았다. 차두리가 아내 신혜성씨를 위해 요리를 한답시고 양파를 까던 중 눈이 매워 얼굴에 랩을 반쯤 두른 사진을 올리자 차범근도 미투데이에 “그 사진 나도 봤다”며 한 마디했다.
“제가 아무리 해도 나 같은 남편 되기는 어려워. 두리가 장가가기 전 좋은 남편이 될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치더라고. 그러자 두리 엄마가 ‘아빠보다 더?’하고 묻더군. 그때 두리가 말했어. ‘그건 안 돼요. 아빠는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사시잖아요!’라고. 걔가 양파 썰고 밥은 하는지 몰라도 아직 멀었어. 우리 며느리랑 여행하는데 글쎄 창가에 자기가 가서 앉는 거야. 말이 돼? 지네 엄마한테 혼나고 바로 자리 바꿨지. 그러고 보면 울 며느리가 착한가 봐.”

차범근은 트위터에도 아들과 며느리, 손녀의 가족사진을 올린 후 “우리 며느리가 마음먹고 찍은 사진 보내왔습니다. 우리 며느리도 우리 아들만큼 철없고 귀엽죠? 예쁘다고 해주시기 바랍니다”며 며느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대견한 아들이지만 차범근 감독은 살짝 아들 흉을 공개하기도 했다.
“몇 년 전, 두리가 LA갤럭시에 가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 잘 안 됐어. 물론 영어를 해야 한다고 늘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지. 참 한심해서…. 거기 가서 베컴 아들을 꼬여 친구가 된 다음 빅토리아가 ‘우리 아들이 두리랑 놀고 싶어한다!’며 초대하면 그 집에 가서 놀고 싶기 때문이래. 두리는 내가 봐도 엉뚱해.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있는 주차장에 가면 출구 맨 앞에 항상 람보르기니 하나가 주차돼 있어. 이놈은 차 세우고 나오면서 람보르기니를 향해 꼭 경례를 하잖아. 그 짓 하다가 제 엄마한테 매번 쥐어박히면서도 늘 그러더라고. 너무 철이 없어서 가끔씩은 걱정되기도 해.”
차범근은 아들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내 오은미씨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들 부자는 그를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한다고. 차범근은 아내에게 꽉 잡혀 살면서도 마냥 행복해한다.
“오 여사가 없으면 우리 집에 포르쉐·투아렉·벤틀리 등 자동차가 종류별로 다 있을걸! 우리는 돈을 벌어도 마음대로 못 써. 좋은 차를 구경 갔다가 그냥 와. 축구장 만들어준다니까 그냥 참고 살아.”
차범근의 꿈은 누구나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축구장을 건립하는 것. 때문에 지난 2006년 월드겁이 끝난 후 경기도 연천에 19만8천m2(6만 평) 정도의 축구장 부지를 마련했다. 이는 오은미씨가 여태까지 모은 돈으로 산 것이라고. 차범근은 “부지를 마련하고 난 뒤 석 달 동안 아내의 말을 정말 잘 들었을 정도로 행복했다”고 한다.
“그런데 축구장 건립이 빨리 진행되지 않고 있어. 축구장은 수입이 없잖아? 수십억원씩 들여 만들어도 운영비조차 나오지 않는대. 두리 엄마 말로는 그냥 나와 두리에게 선물하는 거래. 그러니까 두리 엄마가 자기 가계부 이외의 돈만 줘. 그거 가지고 언제 운동장을 만드냐고! 다 지어지면 모두 놀러와요. 나이 들고 그러면 월드컵 할 때마다 모여서 같이 응원하고 맛있는 거 해서 먹자고.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월드컵보다 더 재미난 차범근·차두리 부자 그라운드 밖 이야기

1 ‘마누라’가 짐을 먼저 부쳐버리는 바람에 바구니에 옷을 담아서…. 2 두 사람 살림살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제 서울을 향해 고!고! 3 우리 며느리 예쁘다고 해주시기 바랍니다.(출처·스포츠동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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