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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표 필요할 땐 가회동으로 가보세요

한여진 기자의 아지트 공개

2010. 06. 09

당신은 나만의 공간, 아지트가 있나요? 아지트의 사전적 의미는 ‘활동의 본거지로 삼고 싶은 은둔처’라고 해요. 마음이 통하는 절친한 몇 명과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비밀스런 공간이 바로 아지트죠. 그렇다면 제 아지트는 바로 가회동입니다. 가회동을 좋아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아요. 지인의 소개로 들른 작은 찻집에 반해 일주일에 한두 번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네와 친해졌답니다. 가회동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하고, 삼청동·재동·계동이 맞닿아 있는 오래된 마을이에요. 가회동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명칭인 가회방(嘉會坊)에서 유래됐는데, 가회란 기쁘고 즐거운 모임이란 뜻으로 아지트의 의미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변 삼청동과 인사동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골목마다 은은하게 배어 있는 오래된 정취 때문이에요. 박제된 듯한 건물 대신 한옥 처마가, 번잡한 상점의 간판 대신 손글씨 문패가 보이고, 시끄러운 가요 대신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려 걷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요즘 가회동 사랑에 빠진 저를 보고 친구들은 그 동네에 꿀단지를 묻어뒀냐고 우스갯 소리를 해요. 그럴 때마다 저는 한번 가보라고 말합니다. 가회동에 가면 평소보다 2배 정도 천천히 걸어야하고, 작은 찻집(다기에 생잎차를 넣고 따뜻한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차를 우려내 마시는 진정한 찻집)에서 여유 있게 차를 마셔보라고 권합니다. 조선시대 가회방에서 가야금 소리를 들으며 술 마시고 시 쓰기를 즐겼다는 연암 박지원처럼 풍류를 즐기지 못해도 삶의 위안은 받을 수 있거든요. 사실 저의 아지트를 꽁꽁 숨겨두고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찾고 싶은 욕심 때문에 공개할까 말까 고민했답니다. 발길이 많아지면 이곳도 네온사인 반짝이는 곳으로 변할 것 같아 걱정이 됐거든요. 하.지.만 가회동은 저 혼자 욕심내기엔 너무나 멋스럽고 사랑스러운 곳이라 과감하게 소개합니다. 하늘이 반짝반짝 빛나고 신록이 진해지는 6월, 가회동에 아지트 한 곳 만들어 보세요.

삶의 쉼표 필요할 땐 가회동으로 가보세요

1 한옥 처마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가회동 31번지 길. 2 3 5 가회동을 천천히 걷다 보면 정감 묻어나는 한옥 대문, 푸른 하늘을 벗삼아 뻗은 소나무, 청량감이 느껴지는 대나무와 담쟁이덩굴 등을 만날 수 있다. 4 가회동 33번지 오름길 꼭대기에서 동네를 내려다본 풍경. 푸른 나무와 기와가 어우러져 멋스럽다.



한 기자가 꽁꽁 숨겨둔 가회동 아지트 5

삶의 쉼표 필요할 땐 가회동으로 가보세요


1 가회동 33번지 길 한옥 사이의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가회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옥 기와지붕과 일본식 건물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있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1백여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그 너머엔 어떤 풍경이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 골목길은 외국인에게 더 유명한 관광 코스로 곳곳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광객을 만날 수 있다.
2 북촌한옥마을 가회동 31번지 일대로 이명박 대통령이 살던 집,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 손예진 집으로 나오는 상고재 등이 있다. 아쉽게 대부분 개인집이라 안으로 들어갈 수 없지만 한옥 처마 사이로 난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특히 언덕 맨 위 상고재 앞 스폿은 남산 타워, 광화문 등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즐겨 찾는 곳.
3 차 마시는 그릇 가게 오름 차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소개받아 아지트가 된 찻집.
가회동 동사무소 샛길 중간, 상가건물 2층에 있다. 테이블이 3개 정도만 있는 좁은 가게지만 차 전문가가 인정한 맛 좋은 차를 직접 우려 마실 수 있다. 해맑은 미소를 띤 주인장이 차 종류, 차 마시는 법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줘 차 초보자도 부담 없이 가도 된다. 판매하고 있는 다기와 그릇은 대부분 작가 작품이므로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격은 1인 5천~1만원선. 02-735-1757
4 정독도서관 구 경기고등학교인 정독도서관에는 1970~80년대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서관 초입만 구경하는데, 안으로 들어가 등나무 아래에 앉아보길. 한여름 땡볕에도 그곳에는 바람이 머물다 간다.
5 DOO ROO 한옥을 리모델링해 만든 카페로 조각보와 창틀을 활용해 꾸민 공간이 아름답다. 커피콩을 직접 로스팅해 핸드 드립으로 내려주는 커피 맛이 일품이다. 특히 달콤하면서 진한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강추! 아메리카노 5천~7천원선, 에스프레소 4천~5천원선. 02-744-7554
6 EST. 1894 수제 햄버거 가게로 패티를 화덕에 구워 만든다. 신선한 채소와 담백한 패티, 쫀득한 빵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이 난다. 소문난 수제 햄버거 가게를 거의 가봤지만 이곳의 맛이 일등! 칠리프렌치프라이도 꼭 맛볼 것. 햄버거를 사서 2층 테라스에서 먹어도 되지만 포장한 뒤 길 건너 재동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가길 권한다. 작은 테이블에 앉아 먹으면 피크닉 나온 기분을 낼 수 있다. 햄버거 1만~1만2천원선. 칠리프렌치프라이 6천5백원. 02-765-1894
7 사랑채 계동 현대그룹 사옥 뒤에 위치한 곳으로 가회동은 아니지만 즐겨 찾는 밥집. 전남 영광이 고향인 주인이 직접 만든 맛깔스러운 반찬을 맛볼 수 있다. 갓김치, 열무김치, 참나물, 콩나물, 생선구이, 달걀찜, 청국장 등 한상 푸짐하게 나오는데 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아 맛이 깔끔하다. 가격은 김치찌개, 청국장 각 8천원. 02-3676-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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