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씨앗에 인류의 건강을 담은 사람이 있다. 20년간 종자 연구에 몰두하며 씨앗박사, 씨앗명장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는 제일종묘농산 박동복(56) 대표가 바로 그다. 그는 개인 육종가로서는 가장 많은 2백70여 개의 신품종을 육성했고, 39개 품종을 출원했으며, 25개 품종을 등록했다.

암 예방하는 베타쌈배추, 혈당 낮추는 당조고추 개발
박 대표의 최대 역작은 기능성 채소인 항암쌈배추(품종등록 명칭은 베타쌈배추)로, 일반 배추보다 항암 성분인 베타카로틴이 48배나 많다. 한국보다 육종 기술이 10년 이상 앞선 일본에까지 수출하고 있다. 작년에는 강원대와 공동으로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물질인 AGI가 풍부한 당조고추를 육성했다.
“항암쌈배추는 1998년 유럽 출장 중 들른 채소뷔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당시 유럽에서는 한국에서 생소한 순무를 많이 먹더라고요. 순무에 항암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흥미를 느끼다가 문득 배추와 교잡해야겠다는 영감이 떠올랐답니다.”
품종 개발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품종에 대해 연구 구상 1~2년, 연구 과정 최소 4~5년에서 10년 이상을 거쳐야 새 품종의 씨앗을 얻을 수 있다. 씨앗 하나를 땅에 심어 알찬 기능성 열매를 맺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
“새 종자가 탄생하기까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해요. 끈기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일이지만, 일단 성과를 거두면 자식을 얻은 것처럼 기쁨이 크답니다.”


주경야독으로 종자 부문 자격증 그랜드슬램 달성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종묘회사 관리직으로 취직하면서 종묘산업에 발을 내딛게 됐다. 지난 91년 ‘제일종묘농산’을 설립한 뒤로는 주경야독하며 국내 종자 부문의 자격증을 모두 땄다. 1년 365일 중 300일은 사무실에서, 20일은 해외에서 보내는 박 대표의 하루는 씨앗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종자 개발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산업이에요. 유기농 재배는 기본이고, 기능성을 더한 종자를 개발해 몸에 좋은 건강식품을 만들 수 있거든요.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올리는 동시에 건강까지 선물하는 등 의미가 남다른 일이지요.”
박 대표는 대한민국을 씨앗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 더욱 연구에 매진할 생각이다. 먼 훗날 농업희망대학을 설립해 농민이 최고의 전문가가 되고, 농업이 희망이 되는 나라가 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그의 얼굴에는 청년 이상의 열정과 포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건강한 밥상 만드는 기능성 농산물 항암쌈배추 ＆ 당조고추
베타카로틴 풍부한 항암 쌈배추
배추와 순무를 종간교잡해 개발한 채소다. 잎 모양이 배추와 순무의 중간 형태를 띠는데, 재배하기 쉽고 사계절 내내 재배가 가능하다.
암 예방 성분의 일종인 베타카로틴이 일반 배추보다 48배 많이 함유돼 건강을 챙겨준다. 특히 돌기 부분에 베타카로틴이 가득한데, 이 성분은 폐암 예방에 효과적이며 동맥경화·관절염을 개선한다. 활성산소를 억제해 성인병과 노화를 막아준다.
항암쌈배추로 김치를 담그면 쉽게 시지 않고 국물 맛이 개운하다. 샤브샤브용 채소나 채소볶음, 쌈채소로 먹으면 맛있다.

혈당 낮추는 당조고추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강원대와 공동으로 개발한 고추로,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과학기술상 대상을 수상했다. 당의 흡수를 억제하는 AGI라는 기능성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각종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 일반 고추보다 20~50% 크고 연노랑색이 식욕을 자극하며 맵지 않고 단맛이 난다. 과일처럼 생으로 먹거나, 다양한 채소와 함께 샐러드로 만들어 먹는다.
구입법 ＆ 보관법
구입법 이마트와 농협 등에서 판매하며 인터넷(www.ssiat.net)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베타쌈배추 400g 1만원, 당조고추 600g 1만3천원.
보관법 신문지로 싼 뒤 냉장용기에 담아 냉장실에 넣는다. 보관가능 기간은 7~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