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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EQ 함께 높이는 즐거운 독서 놀이

‘독서왕’ 세훈·효영 남매와 엄마 꼼꼼 공개

글 이설 기자 | 사진 장승윤 기자

2009. 02. 12

초등학교 6학년 세훈이와 1학년 효영이는 학원 대신 도서관에 간다. 어릴 때부터 엄마와 함께 꾸준히 책을 읽어온 이들은 국어는 물론 다른 과목에도 척척박사가 됐다. 엄마 강혜진씨가 두 아이를 우등생으로 만든 독서교육법을 일러줬다.

“어떻게 가르치면 학원에 가지 않고도 공부를 잘하나요?”
주부 강혜진씨(38)는 주위 학부모에게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그는 “학원에 보내기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라”고 조언한다. 초등학교 6학년 김세훈군(13)과 1학년 효영양(8)은 경기도 고양시 성사초등학교에서 우등생 남매로 통한다. 둘 다 반에서 1,2등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효영양은 지난 한 해에만 학교 도서관에서 9백6권의 책을 빌려 고양교육청이 주관한 2008년 독서왕에 뽑혔다. 과외는 물론 학원 한 번 가지 않고 두 아이를 우등생으로 키운 비결이 뭘까.
“굳이 비결을 꼽자면 아이들과 함께 책을 꾸준히 읽은 점을 들 수 있어요. 시작 단계에서 대다수 아이들은 책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요. 책보다 재미있는 놀이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아이가 독서에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한다면 독서교육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지요. 그러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읽게 되거든요.”
IQ EQ 함께 높이는 즐거운 독서 놀이

1·2 학년-책과 친해지기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에 관심을 가질까. 강씨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세훈군이 2학년에 올라갈 무렵부터 독서교육을 시작했다. 새로 생긴 학교 도서관에서 시작한 도우미 활동이 계기가 됐다.
“사서 도우미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의 책 대출과 상담을 돕는 역할을 해요.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저 자신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책을 분별하는 눈이 생겼고, 자연히 아이들을 위한 좋은 책을 고를 수 있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마구잡이로 책을 선택했다. 그러나 몇 번 읽히다 보니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책은 따로 있었다. 강씨는 그림 위주로 책을 골랐다. 20~30쪽 얇은 두께의 저학년용 동화책은 내용이 비슷해 아이가 그림에 더 흥미를 느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매일 세훈이를 옆에다 앉혀놓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만한 성격의 세훈이는 5분을 채 앉아 있지 못했다. 목이 아프도록 읽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아이 때문에 속상한 날만 늘었다.
“세훈이는 산만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선생님이 따로 주의를 줄 정도였지요. 처음 책을 읽힐 때도 반발이 심했어요. 책을 큰 소리로 읽어도 장난만 치는 아이의 등짝을 후려치기도 했지요. 몇 달을 읽어도 관심을 보이지 않자 저도 지치기 시작했고, 하루는 책을 읽다가 그냥 덮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딴 짓을 하던 아이가 돌아보며 이렇게 묻더군요. ‘엄마 왜 책 안 읽어?’ 어느새 세훈이는 책 내용을 듣고 있었던 거예요. 이후 하루에 5,6권씩 책을 읽었습니다.”
강씨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뒤 질문을 받는 게 좋다고 말한다. 중간에 하나하나 설명하다 보면 이야기의 느낌도 전달하기 힘들뿐더러 교과서적으로 엄마의 생각을 강요하기 쉽다는 것. 단 교과서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짚어주는 게 좋다. 예컨대 ‘솟대’라는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스스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하고 넘어가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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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학년-스스로 책 읽기
강씨는 아이들과 늘 대화한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토론하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을 나누게 된다는 것. 그는 “3,4학년쯤 되면 아이에게 책과 관련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아이 아빠와 싸운 다음 날 책을 읽는데 세훈이가 그러더군요. ‘이 책에서 엄마는 참을성이 있는데 엄마는 어제 왜 아빠랑 싸웠느냐’고요. 동화책도 다루는 주제가 가볍지만은 않아요. 용서, 화해, 사랑, 우정 모두를 아우르지요. 함께 책을 읽다보면 아이와 감정과 생각을 나누게 됩니다. 자연히 아이는 정서적으로도 의젓해지고요. 또 3,4학년이 되면 3권 중 1권은 책 전체를 아이 혼자 읽도록 해 독해능력을 키워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는 힘이 생겼다면 독서시간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짬짬이 생각날 때 읽는 식이라면 독서교육이 유야무야되기 쉽다. 반면 간식 먹는 시간 식탁에서 30분, 엄마가 저녁 준비할 때 식탁에서 30분, 자기 전 방에서 30분 등 구체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정하면 계획적인 책 읽기가 가능하다. 이때 주의할 점은 엄마 곁에서 책을 읽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야기를 하면서 독서해야 정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편이에요. 간식을 먹을 때 옆에서 책을 읽어주거나 저녁 먹고 쉬면서 함께 책을 읽는 식으로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다른 활동을 할 시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지요. 세훈이와 효영이는 책만 읽는 게 아니라 TV도 보고 게임도 합니다. 학원을 가지 않는데다가 책도 효율적으로 읽기 때문이지요.”
3,4학년이 되면 독서록을 충실히 쓰는 것도 중요하다. 2학년 때부터 시작되는 글쓰기 과정을 심화 학습하는 효과가 있어 아이가 문장력과 사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세훈이와 효영이는 하루에 한 권 이상 독서록을 쓰고 있어요. 세훈이는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줄거리를 요약하는 식으로 쓰는 반면 효영이는 일상을 곁들여 내용이 더 감성적이지요. 학교 선생님과 별도로 엄마가 느낀 점,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등을 써서 독서록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는 게 좋아요. 그러면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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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학년-교과과정과 연계하기
고학년이 되면 ‘모모’ ‘어린왕자’ 등 어렵지 않은 고전을 읽기 시작한다. 내용을 소화하지 못해도 일단 읽도록 한다. 수준 높은 책을 읽다 보면 읽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대신 권수는 하루에 1,2권으로 줄인다.
“기억하는 거라곤 주인공 이름밖에 없다 해도 아이들이 책을 끝까지 읽도록 해요. 시간이 2, 3주 지난 뒤 한 번 더 읽으면 이해를 하게 되거든요. 어려운 책을 읽으면 독해력이 그만큼 좋아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고전 전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히지는 않아요. 자칫 부담을 느끼면 책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잃을 수 있거든요.”
독서는 사고력과 배경지식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학년이 높아지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학년이 되면 학습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강씨는 “교과 과정과 관련한 책을 읽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한다.
“국어책 뒤편에 발췌 책 목록이 있어요.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발췌한 책들이지요. 저는 방학마다 헌책방에서 다음 학기 교과서를 구해 목록의 책들을 읽도록 합니다. 전체 내용을 알고 수업에 임하면 이해가 훨씬 빠르거든요. 학습 만화도 유용해요. 요즘은 좋은 학습만화가 많이 나와 있어 사회나 과학과 관련한 지식을 쌓기에 편리하더군요.”
강씨는 학교 도서관과 집 근처 고양시립 원당도서관을 주로 찾는다. 원당도서관은 학교 도서관보다 다양한 위인전을 구비하고 있다. 강씨는 “도서관을 다니다 보면 충실한 장르가 다르므로 근처 도서관 한두 군데를 정해놓고 휴일마다 갈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방학과 휴일이면 아이들과 함께 매일같이 도서관에 들른다. 두 아이 모두 학원을 가지 않기 때문에 방학이면 친구를 못 만나 아쉬워하지만, 엄마와 함께 책을 읽거나 무료 과학실습, 영어교육 등으로 알찬 시간을 보낸다.
강씨는 “나의 독서교육은 ‘정성과 노력으로 책에 흥미를 갖도록 한 다음 아이의 수준보다 약간 어려운 책을 골라 읽히는 것’으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엄마와 아이가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어야 정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WD
책벌레로 유명한 세훈·효영 남매. 엄마 강혜진씨는 독서로 공부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다고 말한다.


▼ 세훈이와 효영이가 추천합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권장 도서


1·2학년
‘우리엄마’(웅진주니어) 엄마와 아이의 교감을 담은 영국의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기발하고 엉뚱한 그림과 가슴 따뜻해지는 줄거리로 유명하다. 그의 다른 작품으로는 ‘미술관에 간 윌리’ ‘돼지책’ ‘고릴라’ 등이 있다.
‘강아지 똥’(길벗어린이) ‘몽실언니’ ‘점득이네’로 유명한 동화작가 권정생의 작품이다. 하찮은 강아지 똥이 스스로의 소중함을 찾아가는 내용.
3·4학년
‘종이밥’(낮은산)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이름을 알린 김중미씨의 작품. 판자촌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송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출판사 낮은산의 동화책은 그림도 내용도 슬픈 매력이 있다. 자연과 생명, 소외된 이웃 등 생각할 만한 주제를 다룬 책이 많다.
‘별 볼일 없는 4학년’(창작과 비평) 미국 작가 주디 블룸의 작품. 귀찮은 동생이 미운 형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세훈이와 효영이 모두 좋아하는 작품.
5·6학년
‘모모’(비룡소)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요즘 세훈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시간의 소중함에 대한 대목이 인상 깊어 4학년부터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고.
‘Why 시리즈’(예림당) 딱딱한 과학을 만화로 풀어낸 초등과학 학습만화. ‘질병’ ‘응급처치’ ‘혈액형’ 등 딱딱한 과학을 재미있게 다뤘다. 사회과학 교과를 다룬 학습만화로는 ‘노빈손 시리즈’(뜨인돌)가 있다. 두 시리즈 모두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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